[ET톡]누리호와 헤리티지

2025-08-28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7차 발사를 위한 '누리호 헤리티지' 사업이 안개 속으로 빠졌다. 국내 우주 산업계 경쟁력 확보를 위한 누리호 추가 발사 사업에 난항이 예고되면서 'K-발사체 어벤져스'의 시름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누리호 헤리티지 사업은 2027년 6차 발사를 끝으로 종료되는 누리호 고도화 사업의 후속으로, 2028년 누리호 1기 추가 제작을 통해 국방 시험 위성 2기를 발사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 1578억원을 투입해 누리호 6차 발사 이후 국내 우주 업계 일감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지난 22일 열린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에서 누리호 헤리티지 사업은 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새로운 기술 개발이라기 보다는 '반복 발사'에 가까워 R&D 요소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사업 계획에는 다중 위성 탑재를 위한 탑재체 덮개(페어링) 확장 등 내용이 담겼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우주항공청은 사업성을 우선으로 기획재정부를 통한 예타 면제를 추진, 11월 국회 예산심사에서 내년 예산을 다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우주 산업계는 고민이 많다. 요건 미충족 사업의 성급한 예타 면제 추진으로 일감 공백이 현실화됐다.

실제 누리호 부품을 제작하는 국내 한 기업은 이달을 끝으로 누리호 6차 발사까지 필요한 부품의 납기를 마친다. 추가 발사 계획이 확정되지 않으면 기업경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누리호 사업에 참여한 100여개 기업의 공통된 문제다.

국내 우주 산업계는 자생적인 생태계 구축을 위한 선순환 구조 확립 차원에서 누리호 헤리티지 사업을 연속 발사로 수정, 유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해법은 로드맵이다. 해외 발사체 선진국은 발사체 경쟁력 확보와 동시에 지속적인 발사를 추진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로드맵을 통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누리호는 헤리티지(유산)를 남겼다. 이제 이 헤리티지를 살려 국내 발사체 산업 중흥을 끌어낼 진짜 헤리티지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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