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정치권이 막대한 규모의 인프라·국방 투자 계획을 제시하자 독일 금융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독일의 예상을 뒤엎는 ‘역대급 돈풀기’ 정책을 시도하자 독일 경제의 패러다임 교체 시도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프랑크푸르트 주식 시장이 크게 반응한 것이다 다만 채권시장에서는 독일 정부의 지출을 확대를 우려를 나타내 독일 국채는 장기물을 중심으로 베를린 장벽 이후 최악의 가격 하락을 나타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의 대표 주가지수인 DAX는 이날 2만 3081.03에 거래를 끝내며 전 거래일 3.38%가 급등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022년 이후 가장 큰 하루 상승률”이라고 분석했다. 중형주 중심인 MDAX도 이날 6.15%나 급등했다.
건설, 방산, 은행 등 다양한 업종들이 고루 상승장에 기여했다. 시멘트 업체인 하이델베르크 머티리얼즈의 주가가 17.52% 뛰었고, 엔지니어링 회사 빌핑거도 17.98% 올랐다. 장비 제조기업인 키온의 주가 상승률은 20.18%에 달했다. 방산기업 라인메탈은 7.17% 뛰었거 도이체은행, 코메르츠은행 등도 10% 이상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독일 정치권이 경제 체질 개선과 군비 확충을 위해 막대한 규모의 특별예산을 편성을 추진하기로 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앞서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사회민주당(SPD) 대표들은 4일 연정 협상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인프라 투자를 위해 10년간 5천억유로(768조원)의 특별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국방비 조달에 필요한 경우 GDP의 1% 넘는 부채를 허용하도록 기본법(헌법)의 부채한도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유럽 담당 이코노미스트 에브린 허만은 이번 독일 발표와 관련해 “크고, 대담하고, 예상치 게임체인저”라면서 “이는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채권 가격은 급락했다. 독일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일보다 29bp(1bp=0.01%포인트) 오른 2.8%를 기록했다. 채권 금리 상승은 가격 하락을 뜻한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하루에 30bp 가까이 뛴 것은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후 독일 재통일을 준비하던 1990년 이후 처음 있는 일로 평가된다. WSJ은 “독일 정부 채권은 역사적인 매도를 기록했다”며 “1990년 3월 이후 가장 큰 일일 상승인데 당시 독일은 유로 대신 독일 마르크를 사용했으며, 2918년 11월 베를린장벽 붕괴 이후 서독과 동독의 통일이 진행 중이던 시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