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의심하는 프로파일러 아버지의 심연 들여다보는 '이친자'
가족 해체한 뒤 다시 조립하는 '조립식 가족'
‘가족 드라마’라고 하면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요즘 드라마 속 가족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또 해체되면서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최근 안방극장에서는 ‘부성애’를 소재로 한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앞서 ENA 드라마 ‘유어 아너’는 아들의 살인을 은폐하는 판사 vs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무자비한 권력자,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되기로 한 두 아버지의 대치극으로 긴장감을 조성했으며, 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의 비밀과 마주하고, 처절하게 무너져가며 진실을 쫓는 이야기로 ‘웰메이드 스릴러’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유어 아너’는 부성애라는 익숙한 감정을 원동력으로 삼지만, 결국 이것이 파국으로 치닫는 이유가 되며 ‘진정한 부성애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반대로 딸을 의심하는 아버지의 복잡한 속내를 통해 긴장감을 놓치지 않으며 ‘부녀 스릴러’라는 독특한 장르를 완성 중이다. 흔들리는 아버지의 마음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한편, ‘부성’의 의미를 다시금 되짚기도 했다.
영화 ‘보통의 가족’ 또한 애틋한 부성애를 강조하기보다는, 자식의 범죄를 둘러싼 흔들리는 부모의 마음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이를 통해 기존의 ‘가족 드라마’와는 다른 ‘긴장감’ 가득한 범죄 드라마의 결을 띠며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와 ‘보통의 가족’이 결국엔 부모가 자식을 위한 선택을 하는 결말로 귀결되는 측면도 없진 않지만, 그럼에도 기존의 영화, 드라마 속 부성애 활용법과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변화하는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현재, 전통적인 가족 개념은 해체되고, 개인 형태로 우리 사회가 변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진다.
한 방송 관계자는 “과거에는 홈드라마가 결국에는 가족애를 보여주는 형태를 띠었다면, 지금은 오히려 이것이 공감받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가족 형태를 다루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스릴러라는 장르 특성상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이 주인공이 되곤 하는데, 이에 스릴러 장르 속 가족들도 다른 형태를 띠기도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혈연·혼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주거와 생계를 공유하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반영하기도 한다. 아예 가족을 해체한 뒤 다시 조립하는 방식으로 가족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드라마도 사랑을 받고 있는 것.
JTBC 수요드라마 ‘조립식 가족’은 10년은 가족으로 함께 했고, 10년은 남남으로 그리워했던 세 청춘이 다시 만나 펼쳐지는 로맨스를 그리는데, 세 청춘의 아버지 역할을 하는 윤정재(최원영 분), 김대욱(최무성 분)의 이야기가 이 드라마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세 청춘의 설레는 감정이 이 드라마의 핵심이지만, 세 아이들을 함께 품은 윤정재, 김대욱의 따뜻함을 향한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