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윤석열과 삼십구계(三十九計)

2025-08-13

‘어처구니’는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을 뜻한다. 윤석열은 덩치가 큰 ‘어처구니’다. ‘어처구니없다’는 말은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듯하다’로 설명된다.

‘어처구니’의 어원은 정확하지 않다지만, 보통 지붕 추녀에 세운 잡귀 쫓는 목적의 동물이나 사람의 모양을 가리킨다. 이런 용도의 ‘토우(土偶)’를 잡상(雜像)이라 하는데, 다른 표현으로 어척군(魚脊群)이라고도 한다. 어척은 물고기 등지느러미로, 옛사람들은 여기에 양기(陽氣)가 충만하다고 믿었다. 음의 성질을 지닌 귀신을 제압하는 양의 성질을 지닌 사물들을 물고기 등과 같은 지붕 추녀에 올렸고, 우리나라는 열 개 정도 어척군을 신성한 동물이나 서유기 주인공들로 만들어 올렸다. 중국은 신선과 용을 필두로 신성한 동물 열두 개 정도를 올렸다. ‘잡상’ 혹은 ‘어처구니’는 도교와 깊은 관련이 있다. 권좌에 오르는 과정에 형제들을 죽인 죄책감에 악몽을 꾸는 중국 당태종을 대신하여 꿈속에서 ‘종규’는 악귀를 물리쳐 신사로 자리 잡아 민간신앙이 되었다.

‘어척군’의 기록은 조선 중기부터 나온다. 잡상의 이름은 대당사부(종규), 손행자, 저팔계, 사화상, 마화상, 삼살보살, 아구룡, 천산갑, 이귀박, 나토두 등이다. 중국은 용, 봉, 사자, 해마, 천마 등 신성한 12동물이다. 어척군(魚脊群)의 우리말 발음 어척군의 척의 ‘ㄱ’이 탈락하여 ‘어쳐군’이 된다. 20세기 초 여기에 ‘이’를 붙여 ‘어쳐군이’에서 ‘어처군이’로 변해 현재 ‘어처구니’가 되었다. 궁궐이나 공공건축물을 지으면서 민간 기술자를 불러 궁궐 건축일을 시켰는데, 민가를 지을 때는 어처구니를 올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간혹 궁궐을 지으면서 어처구니를 빠트리는 수가 있다. 궁궐 공사에서 어처구니를 빠뜨렸다는 일은, 공사를 감독하는 관리들에는 황당하게 큰일이라 ‘어처구니가 없다’고 사달나고 야단법석(野壇法席)일 일이었다.

기가 막히고 어처구니없다

어처구니의 다른 의미는 맷돌의 손잡이다. 옛날 일상생활에서 부닥치는 황당한 일이 지짐이나 전이라도 만들려고 보니 맷돌 손잡이가 없어지거나 부러졌을 경우다. 요새야 전기믹서기로 대체되었지만, 어처구니(손잡이) 없는 맷돌이란 쓸모없고 황당한 일이라 생긴 말일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속옷 차림으로 바닥에 누워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체포영장 집행을 완강히 거부하여, 특검의 소환조사에 ‘불응 의지’가 강한 것이 확인되었다. 특검팀은 ‘물리력 행사’를 동원해서라도 조사실에 앉히겠다고 예고했으나, 현실적으론 법적 근거가 부족해 쉽지 않았다. 기가 막히고 ‘어처구니없다.’

5세기 전후하여 중국에서 전해진 병법에는 온갖 전략이 들어 있다. 손자병법은 거론할 필요도 없이, 윤석열이 활용하는 병법은 36계를 초월하는 ‘황당무계’(荒唐無稽)를 넘어, 황당무계(荒唐無計)인 듯하다. ‘황당무계(無稽)’는 말이나 행동이 헛되고 터무니없음을 뜻하지만, ‘황당무계(無計)’는 말이나 행동이 헛된 계략을 말하지 않을까?

병법 31계~36계는 패전계다. 31계 미인계(美人計): 미녀를 바쳐 음욕으로 유혹하다, 32계 공성계(空城計): 빈 성으로 유인해 미궁에 빠뜨리다, 33계 반간계(反間計): 적의 첩자를 이용하다, 34계 고육계(苦肉計): 자신을 희생해 적을 안심시키다, 35계 연환계(連環計): 여러 가지 계책을 연결시키다. 36계 서른여섯 가지 계책 가운데 상황이 불리할 때 도망가는 것이 상책인 “삼십육계”(三十六計)라 했다. 중국 송나라 때 사마광이 지은 〈자치통감〉에 나오는 말이다. 그래서 삼십육계주위상계(三十六計走爲上計)로 ‘삼십육계 중 도망치는 게 최고의 계략’으로 설명했다. 36계로 용산 청와대로 도망가서 숨고 버틴다. 이것으로 족할까? 37계로 숨고 나서 체포저지계, 38계 구치소에 내의 차림으로 누워 일으켜 세우려는 것을 버티고, 데리고 나가려는 것을 육탄공세로 저항해 프로레슬러처럼 바닥을 기는 그레코로망계, 39계 들것에 실려 담요를 덮은 채 특검에 나와 병을 핑계로 입을 다무는 칭병계를 추가하게 될지 모른다.

병법 36계도 모자라

37계 체포저지계(逮捕沮止計): 2025년 1월 15일 집행된 20대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체포는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 비상계엄에 대해 수사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세 번의 소환에 윤석열이 모두 불응하자, 서울서부지방법원이 2024년 12월 31일에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1차 체포 작전은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대통령 관저에서 대통령경호처의 공무집행방해로 인해, 수 시간 동안 복잡한 경비 대치 상황으로 이어졌다. 윤석열 관저에서 약 6시간 동안의 대치 이후 공수처는 인력과 안전 문제를 이유로 체포영장 집행을 중지했다. 1월 15일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시작되었다. 수사 당국은 10시 33분 체포영장이 집행되었음을 밝혔으며, 윤석열은 한국 헌정사상 최초로 체포된 현직 대통령이 되었다.

38계 그레코로망계: 1월 19일 윤석열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2025년 3월 7일 구속취소가 인용되었다. 검찰이 항고를 포기해서 석방상태에서 탄핵 심판을 받다가 4월 4일 파면되었다. 7월 10일 특별검사의 구속영장 청구가 인용되었다. 구속된 상태에서 검찰에 나와야 하는데, 구치소에 내의 차림으로 누워 일으켜 세우려는 것을 바닥에 몸을 붙이고 뒤집히지 않으려 버티는 그레코로망계, 이렇게 버텨 나가지 않고 박해받는 모습을 연출하여 지지자들의 내란을 연출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듯하다.

39계 칭병계(稱病計): 광화문, 서울역, 용산 청와대 앞이나, 구치소 앞을 야단법석으로 만들어 온 윤석열은 자중해야 한다. 윤석열을 대통령 후보로 키우려, 점심 먹으러 검찰 건물 사이 통로를 지나는 모습 사진에서부터, 거만한 자세로 대화하는 사진에 이르기까지, 실체와 관계없는 이미지를 증폭시킨 일부 언론은 책임져야 한다. 최근 뉴스를 보면 특검에 나오지 않으려고 버티는 상황을 보면, ‘어처구니’(지붕 위 잡상) 중 ‘저팔계’(잡상 중 하나) 닮은 ‘어처구니’(엄청나게 큰 사람)에게 ‘어처구니’(손잡이)없는 맷돌에서 빠진 ‘어처구니’(손잡이)로 등 짝을 후려칠 일이다. 최후엔 들것에 실려 담요를 덮은 채 검찰과 법원에 출두하여 수사나 재판을 받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정말, ‘어처구니’ 중 ‘저팔계’ 닮은 ‘어처구니’에게 ‘어처구니’ 없는 맷돌에서 빠진 ‘어처구니’로 등 짝을 후려칠 일이다.

성인수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정책과비전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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