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서 남성이 '해야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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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5 🌊🏄‍♀️ Vol 1. 2025.02.28. ~ 2025.03.06.

부부간 가사·육아 평등은 왜 중요할까
꺾인 성평등 정책이 비동의 강간죄뿐일까
왕실 여성 의복, 국가유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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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서 남성이 '해야할 일'

안녕하세요! 지난주 레터 끝에 인사드렸던 김서영 기자입니다. 저는 김정화 기자의 후임으로 플랫지기를 맡게 되었습니다. 독자로서 읽기만 했던 레터를 처음 직접 쓰려니 마음이 두근두근합니다. 앞으로 만나 뵙게 될 많은 날, 잘 부탁드립니다.

2월 마지막주 레터에는 근본 중의 근본! 부부간 가사·육아 분담에 관한 기사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이전 레터에 담겼던 ‘비동의 강간죄 검토 철회 사태’ 기사의 뒷이야기도 들려드리려고 해요.

요즘 저희 플랫팀은 3·8 세계 여성의 날 겸 플랫의 다섯 번째 생일잔치를 앞두고 여러 가지로 분주하답니다. 입주자 여러분께 드릴 선물을 준비하고 있고요, 생일 카페 장소를 어떻게 꾸미면 좋을지 머리를 맞대고 있어요. 생일잔치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말미에 알려드릴게요.

그럼, 시즌5 첫번째 플랫 레터 시작합니다! 🎉

최근에 SNS에서 어떤 글을 봤습니다. 룸메이트와 사는 여성이 자신이 늦게 퇴근했는데도 룸메이트가 먼저 밥을 먹지 않고 기다려줬다면서 ‘남자와 결혼해 사는 것보다 얘랑 같이 사는 게 낫지 않을까’를 생각했다는 글이었어요. 동성 친구와 살면 집안일을 거의 공평하게 나눠서 할 수 있는데, 남성과 결혼하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지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 요즘 여성들의 현실 인식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두 기사는 부부간에 가사와 돌봄을 평등하게 분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평등하다는 것이 꼭 기계적인 ‘반반’은 아니겠지만 현실에선 그 반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매번 통계로 증명되네요.

<커리어 그리고 가정>의 저자이자 202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가 다시 한국을 언급했습니다. 최근 골딘 교수의 ‘아기와 거시경제’ 논문이 공개됐는데, 남성이 가사 노동을 더 많이 하는 곳에선 출생률이 더 높고 그렇지 않은 곳에선 출생률이 더 낮았다고 합니다. 골딘 교수는 대표 사례로 한국을 꼽으면서 “한국은 부부 평등 측면에서 과거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어요. 한국 여성이 한국 남성보다 하루 가사 노동을 평균적으로 3시간 더 많이 한다고 하네요.

그래도 한국 사회에 변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24년 육아휴직을 쓴 사람 중 남성의 비율이 처음으로 30%를 넘었다고 해요. 전체 육아휴직자도 전년 대비 5.2% 증가했고요. 다만 남성 육아휴직자는 여전히 여성 육아휴직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평균 사용 기간도 여성보다 두 달가량 짧고요. 😯

현실에서 보면 명목상 제도가 마련돼 있다고 해도 육아휴직을 못 하는 아빠들도 있을 것 같아요. 경향신문의 2017년 기획 [맘고리즘을 넘어서]를 보면 육아휴직 사실을 부모님께 비밀로 하는 아빠들도 많았다고 해요. 그렇지만 스웨덴 등 성평등 분야 선진국과 한국의 차이로 늘 언급되는 것이 바로 남성의 육아 참여도입니다. ‘아빠도 육아를 당연히 해야 한다’는 인식 없이는 출생률 제고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실 당연한 것 같습니다. 아기를 돌보는 것으로도 모자라 남편몫의 집안일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여성들에게 아무래도 결혼과 출산은 매력적이지 않은 선택지가 되겠죠. 국가와 사회가 출산과 육아를 제도적으로 보조하는 것 외에, 어찌 보면 지극히 사적인 영역인 가정에서의 부부간 돌봄·가사 평등은 결국 남성들의 인식 변화로만 도달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골딘 교수의 이 말처럼요. “남성은 다른 아빠들도 가사노동을 더 많이 하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 남성이 ‘해야 할 일’에 대한 기대가 바뀌지 않는 한 (저출생 문제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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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소통할 수 있을까

플랫 입주자 프로젝트 ‘쌤 페미예요?’ 네 번째는 페미니즘 동아리를 만들고 싶은 선생님들에게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간디고등학교 선생님이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성별 대결’ 구도를 벗어나 청소년들과 함께 페미니즘 동아리를 꾸리면서 고민하고 또 깨달았던 점들이 담겨 있어요. 학생들이 편견과 무분별한 선동에 쉽게 휩쓸리는 것 같다가도,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을 던질 줄 아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혐오는 쉽고 갈등은 유희로 중계되는 이 세상에서 페미니즘을 둘러싼 건설적인 논의의 한 희망을 본 것 같습니다.

정의기억연대 수장고에서 24일 아키비스트가 일본군 ‘위안부’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였던 고 길원옥 할머니의 유품을 분류해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 사회적 기억에는 힘이 있다

우리는 떠난 이의 발자취를 기릴 때 “기억하겠습니다”란 말을 종종 합니다. ‘기억’은 그만큼 강력한 지지와 추모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이달 16일 돌아가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였던 길원옥 할머니를 기억하기 위해 앞장서는 이들이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수장고에서 고인의 생애와 투쟁에 관한 기록을 아카이빙하는 아키비스트(기록관리사) 3인입니다. 이들은 “아카이빙은 단순히 기록물을 관리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기억을 어떻게 남길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기록이 가지는 힘, 특히 당사자와 함께 활동했던 시민단체가 남기는 아카이브의 의미 등에 관한 고민이 담겼네요. ‘사회적 기억’을 ‘사회적 힘’으로 나아가게 하는 소중한 밑 작업입니다.

왕실 여성 복식, 국가유산으로

조선 고종의 아들 의친왕 이강(1877~1955) 집안에서 간직해온 왕실 여성의 옷이 국가유산이 됐습니다. 이 ‘의친왕가 복식’은 의친왕비(1880~1964)가 의친왕의 다섯째 딸 이해경 여사(95)에게 전해준 것인데요. 왕실 여성 예복 중 겉옷인 원삼과 당의, 스란치마, 머리에 쓰는 화관, 노리개, 궁녀 대대 등 총 6건 7점으로 구성됐습니다.

그중 원삼은 소매와 옷자락을 ‘수복(壽福)’이라는 글자와 꽃무늬가 조합된 문양으로 장식했는데, 당시 왕실 여성들이 착용했던 원삼의 양식을 보여준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또한 남색 비단에 꽃무늬 금박 문양을 새긴 ‘궁녀 대대’ 2점은 1893년 의친왕과 의친왕비 가례 때 궁녀용으로 제작된 허리띠로 추정됩니다. 이는 현존 유물이 드문 궁녀 복식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하네요.

국가유산청은 “유래가 명확하고 착용자의 지위에 따른 궁중 복식의 특징과 다양성을 보여주는 실물 자료로서 학술적, 예술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의친왕가 복식’ 중 원삼. 국가유산청 제공

📝 To. Flat 🌏

👤비동의강간죄 검토 철회가 그냥 황당한 일로만 여겨졌는데 이런 전말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역으로 페미니즘이 세상을 구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특히 간디학교 이야기 정말 흥미롭게 읽고 있어요. 새해를 맞이해 플랫팀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군요. 플랫의 다섯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올해도 '물러나지 않는(!)' 플랫팀 응원합니다!!

👤이런 소개나 인사 같은 거 정말 다같이 모여있는 입주자가 된 기분이라 넘 좋군요 내적 친밀감이랄까 그런 게 더해져서 구독자인 저도 애정이 생겨요

📬 From. Flat

✨꺾인 성평등 정책이 비동의 강간죄뿐일까

2023년 초 여성가족부가 ‘비동의강간죄’ 도입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가 9시간 만에 철회한 사건이 있었죠. 당시 이를 추진했던 여가부 직원들이 대통령실로부터 감찰을 당했고, 경고·주의 조치를 받았다는 내용이 최근 주간경향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주간경향은 경향신문사에서 주간지 발행을 담당하는 편집국 내 부서인데요. 마침 플랫팀 바로 앞에 있어서 문을 두드렸습니다(플랫만의 특권♥). 주간경향 이혜리 기자가 해당 사건의 전말을 취재한 후기를 플랫 입주자님들께 전해왔어요. 그대로 보여드릴게요.

“2023년 1월 저는 법무부 출입기자였습니다. 법무부가 여성가족부의 ‘비동의 강간죄 도입 검토’ 발표에 대해 '법 개정 계획이 없다'고 입장을 내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한 부처가 다른 부처 발표를 즉각 반박하는 일은 결코 흔치 않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해 이런저런 취재를 했지만 당시엔 내막을 알기가 어려웠습니다.

꺼림칙한 사건으로 머릿속에 남아있었는데 2025년 1월 김종미 전 여가부 여성정책국장과 닿게 됐습니다. 김 전 국장은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이 해당 건으로 자신을 조사했다고 처음으로 털어놨습니다. 또 한 번 놀랐습니다. 6시간 넘는 인터뷰 동안 당시 상황을 묻고 또 물었습니다.

여가부 출입기자들이 함께 취재했습니다. 2년 전 은밀하게 진행된 일이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꼭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성평등 정책을 후퇴시켰는지 보여줄 수 있는 사례였기 때문입니다. 사건 내막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꺾인 정책이 비동의 강간죄 도입 검토뿐이었을까요? 앞으로도 정부가 성평등 정책을 소홀히 하지 않는지 제대로 감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취재였습니다.”

🎉🎉🎉🎉🎉🎉🎉플랫 생일 카페에서 만나요 🎉🎉🎉🎉🎉🎉🎉

플랫 5살 기념 생일잔치 ‘페미 수다클럽’이 어느덧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 레터에 소개해 드렸듯이, 이번에는 저희가 서울 종로구 서촌 경복궁역 인근 어라운드시소 카페에서 3월7일(금)~8일(토) 양일 간 생일 카페를 열어요. 저희 플랫팀도 양일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카페에서 입주자분들을 맞이할 예정이랍니다. 아래 사진을 누르시면 자세한 내용이 담긴 안내 페이지를 보실 수 있어요.

응원봉 꾸미기, 읽은 책 교환, 선물 뽑기 등 여러 행사도 준비하고 있어요. ‘수다클럽’이라고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조용조용히 둘러보고 음료를 즐기시는 것도 환영합니다! (저 포함) MBTI 대문자 I들도 모여랏~😉

대망의 생일 카페를 앞두고 사전 이벤트도 진행 중입니다. X(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서 플랫을 구독하고 계신 분들은 이미 보셨을 수도 있어요. 생일 카페 안내 게시글을 공유해주시면 추첨을 통해 특별제작한 플랫 5주년 기념 수건을 증정합니다. 도안을 미리 봤는데요, 수건 귀엽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그럼, 바삐 제작하고 있는 굿즈 스포일러를 살짝 남기고, 이만 저는 물러가겠습니다. 조만간 뵈어요! 🎂

김서영 기자

westzero@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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