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e] 🧙‍♂️ 평생 소원을 이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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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다이어트'라고 들어보셨나요. 전 연인과 헤어지면 어김없이 살이 쪽쪽 빠지곤 했어요. 밥맛이 뚝 떨어져서요. 어딜 가나 '살 빠졌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기운 없고 정신 없는 와중에도 그 말을 들으면 몹시 기뻤어요. 그런 제가 우습고 가여웠습니다.

'살 빠졌다'는 말은 칭찬 혹은 인사처럼 자주 오갑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몸을 검열하는 것을 넘어 다른 이의 몸까지 평가합니다. 너무나 익숙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무서운 일입니다. 제가 아는 많은 사람이 항상 다이어트를 하고 있어요. 평생 한번도 다이어트를 시도해 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거예요. 체중 감량이 '자기 관리'의 필수 조건으로 여겨지니까요. 이런 한국 사회에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상륙했습니다. 위고비가 어떤 약인지 궁금하시죠. 잠시 기사를 읽고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위고비는 꿈의 치료제일까

2024. 10. 15. 김태훈·반기웅 기자

"지금 예약해도 가장 빨리 진료받을 수 있는 날짜가 11월1일이에요. 예약금 5만원 이체해주시면 진료 날짜 잡아드리고, 예약만 확정되면 100% 처방받을 수 있어요."

해외 유명인사들의 체중 감량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가 15일 국내 출시되면서 일선 병·의원에선 이미 다음달까지 진료 예약이 밀릴 정도로 높은 관심이 쏠렸다. 비만클리닉을 운영하는 경기 안양시의 한 가정의학과 의원은 출시 전부터 진행해온 사전예약 행사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기관에 공급되는 가격은 주 1회 투약하는 주사기 1개당 약 37만원이지만, 이 의원에선 사전예약을 했을 때 이벤트가격으로 4회분을 약 72만원에 처방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저도 몰려드는 예약 때문에 예정된 날짜에 받을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병원 관계자는 "우리도 오늘부터 주문에 들어갔기 때문에 약 입고 일자는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위고비는 펜 모양으로 된 주사기를 환자가 스스로 몸에 꽂는 방식으로 약을 투여한다. 앞서 나온 또 다른 비만치료제 삭센다와 비슷한 방식이다. 현재까지 출시된 비만치료제 중 체중이 줄어드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지만 그만큼 오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을 바탕으로 위고비에 대한 의문을 일문일답으로 풀어봤다.

위고비 사진. 노보노디스크 제공

💻위고비가 도대체 무슨 약이길래 이렇게 인기인가.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치료제다. 식사 후 소화 과정에서 위장관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펩타이드(GLP-1)과 비슷한 성분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출시된 같은 성분의 당뇨 치료제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투약하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면서 식욕은 억제하고 포만감을 높이는 효과가 나타난다. 자연히 섭취하는 식사량이 줄어 체중이 감소하게 하는 원리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와 유명 모델 킴 카다시안 등이 이 약으로 체중을 줄였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기존의 비만치료제나 다이어트 보조제와는 무엇이 다른가.

"시중에 판매중인 다양한 보조제와 달리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의약품으로 질병인 비만을 치료하는 체중 감량 효과가 입증돼 국내에서도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같은 GLP-1 계열 약제 가운데 2018년 국내 출시된 삭센다는 매일 투여해 56주 기준 평균 7.5%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 반면, 위고비는 주 1회씩 68주 투여 기준 평균 14.8% 감량하는 효과가 확인돼 효능·편의성 면에서 개선됐다고 제약사 측은 밝혔다."

💻가격은 높고 효과를 보려면 지속적으로 투약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위고비는 성분 용량에 따라 0.25㎎, 0.5㎎, 1㎎, 1.7㎎, 2.4㎎ 등 5종으로 구성돼 있다. 첫달에는 가장 낮은 용량인 0.25㎎ 주사 1개로 주 1회씩 1달 동안 투여한다. 다음달부터는 같은 방식으로 0.5㎎ 주사를 한달에 4회 맞으면서 용량을 차차 올려 16주가 지난 뒤에는 2.4㎎ 주사를 시작하게 된다. 이런 단계적 증량을 거쳐 2.4㎎까지 용량을 늘린 뒤엔 효과를 지속하기 위해 2.4㎎ 주사를 계속해서 주 1회 맞아야 한다.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약품이고, 1달 동안 쓰는 주사기 1개당 공급가가 37만2025원이라 일선 병·의원에선 그보다 높은 가격에 처방할 것으로 보인다."

10월 15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위고비 한국 출시 행사장에 관련 안내판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처방 받기 위한 기준이 있나.

"체질량지수가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 또는 체질량지수가 27㎏/㎡ 이상인 과체중이면서 고혈압 등 체중 관련 질환을 1개 이상 동반하고 있는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다. 다만 삭센다의 선례에서도 보듯 비만 환자가 아닌데도 쉽게 처방을 받아 투약하는 오남용 사례가 상당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부작용은 없는지.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비만치료제를 허가 범위 내로 사용해도 두통, 구토, 설사, 변비, 담석증, 모발 손실, 급성췌장염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탈수로 인한 신기능 악화나 급성췌장염 등도 발생할 수 있다. 어떤 약이든 효과가 있으면 부작용 또한 나타나지만 특히 오남용했을 때 위험이 높아지므로 정확한 처방을 받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밖에 주의해야 할 점은.

"체중 감량 효과가 입증됐지만 투약을 중단하면 다른 다이어트 방법처럼 이른바 '요요현상'이 올 수 있다. 위고비가 식욕을 줄여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이지만 약을 끊으면 식욕 역시 다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줄어든 체중을 유지하려면 감소한 식사량을 유지하면서 운동과 생활습관, 관련 질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2023년 지역사회건강조사 통계를 보면, 한 해 동안 국민 중 체중 조절을 시도한 사람의 비율은 66.9%였어요. 3명 중 2명은 다이어트를 한 거죠. 비율은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사회가 건강해지고 있다는 신호일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이들이 다이어트를 하고 있어요. 특히 20대 여성의 경우, 저체중이거나 정상체중인데도 감량을 시도한 비율이 46.0%에 달합니다.

너무 많은 이들이 자신의 몸을 부족한 몸, 바꿔야 할 몸으로 여깁니다. 다이어트는 인생 필수 교양이나 다름없습니다. 트렌드는 계속 바뀝니다. 10년 전쯤엔 원푸드 다이어트 혹은 극단적으로 칼로리 섭취를 제한하는 다이어트가 유행했어요. 최근에는 운동을 병행하면서 단백질과 섬유질 위주의 식단을 먹는 게 대세인 것 같아요. 바디 프로필 유행도 같은 맥락이고요. 이전엔 연예인처럼 마른 체형을 선호했다면 최근에는 운동선수 같은 체형을 가지고 싶어하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 자신과 다른 몸을 가지고 싶어한다는 점에서는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이어트를 하는 이는 많지만 목표에 도달하는 이는 적고, 도달했다 해도 그 몸을 유지하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철학자 케이트 맨은 책 <비정상체중>에서 다이어트는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대부분 다이어트는 장기적으로 체중을 이전보다 더 늘리는 효과를 가져온다고요. 체중이 늘면 또 다시 다이어트를 하게 됩니다. 결국 반복해서 다이어트를 시도하면서 건강과 멀어질 뿐 아니라 의도와 달리 점점 더 뚱뚱해진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다이어트 산업은 '할 수 있다'고, '의지의 문제'라고 독려합니다. 다양한 저칼로리 먹거리, 운동 프로그램부터 다이어트 보조제, 한약, 각종 시술, 비만치료제까지 권합니다. 위고비의 존재감은 그중에서도 대단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목허가를 받았을 때, 국내 출시 일정이 잡혔을 때부터 관련 소식으로 언론과 SNS가 떠들썩했습니다.

식약처는 위고비를 성인 비만 환자에게만 처방할 수 있도록 쓰임을 제한했지만 현실은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전의 식욕억제제, 비만치료제들이 그랬듯이요. 특히 나비 모양이어서 '나비약'으로 불린 디에타민을 아시나요. 10대 사이에서 '살 빼는 약'으로 유명해져 불법거래 대상이 됐어요. 약을 끊거나 내성이 생기면 식욕이 이전 상태로 돌아오기 때문에 장기간 약에 의존하거나 과잉 복용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약을 중단하면 식욕이 돌아오는 건 위고비도 마찬가지라고 해요. 위고비가 과연 지긋지긋한 다이어트 굴레에 마침표를 찍고, 다이어터들을 비로소 자유롭게 할까요?

과도한 비용, 다양한 부작용이 예고됐지만 벌써 위고비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돈을 많이 써도, 위험해도 '날씬해질 수 있다면 다 상관없다'는 왜곡된 마음을 사회가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겠죠. 먼저 고쳐야 할 건 누군가의 몸이 아니라, 다이어트 권하는 사회인 듯합니다.

✦ 1.

해외 유명인들 체중 감량에 도움을 줬다는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국내 출시됐다. 일부 병·의원에서는 이미 다음 달까지 진료 예약이 밀릴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다.

✦ 2.

비만 환자에게만 처방할 수 있지만 다른 비만치료제처럼 누구나 쉽게 처방받아 오남용이 예상된다.

✦ 3. 도달하기 어려운 몸을 상정하고 끊임없이 다이어트를 권하는 사회에서 위고비의 유행은 불가피하다. 바꿔야 할 건 누군가의 몸이 아니라 사회다.

도시가 만든 493개 쓰레기산

도시에서 나온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요. 묻히거나 태워지기도 하지만, 쌓여있기도 합니다. 비도심 지역에 만들어진 쓰레기산을 취재했습니다. 10년이 넘은 곳도 있었어요.

식용 금지 이후, 남은 개들

'개 식용 종식법' 제정에 따라 2027년부터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해서는 안 됩니다. 전국 개 농장에서 사육하는 개는 약 46만6000마리. 개 농장과 개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또 응급실 뺑뺑이로 환자 숨졌다

퇴근길에 복통을 호소한 54세 남성이 신고 후 7시간 동안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끝내 숨졌습니다. 급성 복막염 판정을 받았지만 수술이 늦어져 다른 장기들이 망가졌습니다.

수상 이후 첫 국내 공식 석상

한강 작가가 수상 이후 외부 행사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한 작가는 10월 17일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 전문을 함께 읽어보세요.

📬 흑인계 지지도가 달라졌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어요. 트럼프가 말하는 부의 축적뿐 아니라 민주당이 주장하는 문제들도 먹고 사는 문제라는 점이 중요한 부분으로 느껴졌습니다. 이제 곧 있을 미 대선에서 흑인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누구를 택할지 관심을 기울여야겠네요. (수수깡님)

📝 지난 점선면Lite <😿 고양이 얘기, 나만 진지해>를 읽고 한 독자님이 보내주신 의견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스페인어 방송 유니비전과의 행사에서 "우리나라에는 훌륭한 사람들이 들어와야 하고, 우리는 그들을 원한다. 다만 합법적으로 입국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가 히스패닉 유권자의 마음을 사기 위해 노골적인 혐오 표현 대신 ‘합법 이민’을 강조하며 톤다운한 메시지를 내놨다고 평가했습니다. 히스패닉은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은 유권자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해요.

미국 대선, 이제 보름이 좀 넘게 남았습니다. 또 소식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뉴스레터 점선면은 독자님의 이야기로 더 풍성해집니다. 레터를 읽고 떠오른 생각이나 통찰이 있다면 언제든 아래 버튼을 눌러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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