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태민 기자]내년부터 건축·건설 분야에서 퇴직한 공직자에 대한 재취업 심사 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건설업계는 전관예우 차단이라는 제도의 취지와 별개로 조달 지연과 행정 적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한다. 심사 범위가 대폭 확대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행정 인력과 프로세스 개선이 따라가지 못하면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인사혁신처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내년부터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와 건축사사무소를 자본금 규모와 관계없이 연간 외형거래액 10억 원 이상이면 모두 취업 심사 대상 기관으로 포함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일정 규모 이상 중대형 기업만 대상이었지만 앞으로는 대부분의 설계·감리 업체가 심사 대상에 편입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취업 심사 기준도 강화됐다. 기존 2급 이상이던 심사 대상이 내년부터 3급 이상으로 확대된다. 또 소속 부서가 아닌 기관 전체 업무를 기준으로 심사 여부를 판단하도록 규정이 조정되면서, 공공기관에서 퇴직하는 직원들의 재취업 심사 폭이 넓어진다.
업계는 이번 조치가 중소 설계·감리사들의 인력 수급 부담을 크게 키울 것으로 전망한다. 현장에서 즉시 투입 가능한 실무형 인력 상당수가 공공기관 출신 경력자에 집중된 데다, 이들에 대한 재취업 심사 대기 기간이 길어질 경우 대체 인력 확보에도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통상 중소 업체는 경력 기술자 이직·퇴직 시 신규 충원에만 1~3개월이 소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기에 심사 기간까지 더해지면 입찰 참여나 용역 계약 일정 자체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최근 공공 발주 절차 전반에서 행정 부담이 이미 누적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4월과 올해 3월 각각 ‘건설공사 사업관리방식 검토기준 및 업무수행지침’ 일부 개정을 통해 설계 단계 검증을 강화했다. 이로 인해 주요 지자체의 설계 적정성 검토 건수는 증가했고 반면, 해당 업무를 맡는 기술 인력은 정체된 상태다. 여기에 재취업 심사 강화까지 더해지면 발주–설계–감리로 이어지는 공공 공사 초기 단계 전체가 느려지는 ‘병목 현상’이 구조화될 수 있다고 업계는 내다봤다.
이에 따라 업계는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심사 지연과 인력 부족을 줄일 수 있는 실효적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취업 심사 증가분을 감당할 행정 인력 보강과 심사 기준의 단계별 정교화, 이행 과정의 예측 가능성 확보 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 발주 비중이 높은 건축·토목·기계설비·전기 분야에서는 담당 인력 공백이 설계·감리 체계 전체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심사 기간을 명확히 제시하거나 조건부 승인 등 단계별 심사제 도입이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제도 변화가 건설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다만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심사 강화와 인력·프로세스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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