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를 방문해 미래 스마트 공장 구축을 위한 기지 역할을 강조했다. 혁신센터 준공 1주년을 맞아 이곳을 찾은 정 회장은 12일(현지시간) 300여명의 직원들과 함께한 타운홀미팅에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선 현재를 넘어 혁신적인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이 컸다”며 설립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욱 다양해질 모빌리티 니즈에 맞춰 연구와 생산을 진행하고 그룹 내 다양한 부문과 적극 소통하며 민첩하게 도전·성장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서부 ‘주롱 혁신지구’(Jurong Innovation District)에 있는 7층 짜리 혁신센터는 연면적 9만㎡ 규모로 생산·물류 시설 뿐 아니라, 고객 체험 공간과 차량 테스트용 ‘스카이트랙’도 설치돼있다. 현대차그룹은 혁신센터 설립에 4100억원을 투자했다. 생산되는 제품은 아이오닉5·6 등이다.
이날 정 회장의 발언은 임직원에 대한 독려에 집중됐다. 그는 “우리가 함께 이뤄내고 있는 혁신, 불가능한 도전들을 돌파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감명을 받았다”며 “우리의 여정은 지금까지도 훌륭했다. 하지만 진정한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래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그룹 인재들에 대한 신뢰를 표시했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싱가포르 혁신센터는 실증 거점"
정 회장은 리더 그룹으로 성장을 원하는 직원들을 향해 “리더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 덕목은 호기심과 경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미 여러분들이 리더라고 생각한다. 회사·가정을 비롯한 현재 소속된 여러 그룹들에서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한다면 당신은 좋은 동료·가족ㆍ친구가 돼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것은 큰 인내가 필요하고 매우 힘든 일”이라며 “나도 스스로 노력하지만 굉장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이 의도하는 혁신센터의 기능은 이곳에서 새로운 생산 기법을 시험하고, 그 경험을 미국 조지아에서 시험 가동을 시작한 ‘메타플랜트’와 울산 EV(전기차) 전용공장 등으로 전파하는 데 있다. 장재훈 사장은 이 자리에서 “혁신센터는 모빌리티·SDF(소프트웨어 기반 공장)·에너지 분야를 한 공간에서 실증할 수 있는 거점”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2025년 구상에 대해선 “내년엔 더 많은 도전 과제가 기다리고 있지만, 여러분 같은 인재들이 있고 ‘인류를 향한 진보’라는 비전을 갖고 있기에 이러한 도전들을 극복하고 기대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곳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를 혁신할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기술을 지속 탐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혁신센터의 생산 능력은 연 3만대 정도다. 제품들은 싱가포르 내수와 미국 등에 일부 수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공장(150만대)과 비교했을 땐 소규모 실험 성격의 생산 시설이다.
동남아를 공략하는 현대차그룹의 생산 거점은 2022년에 준공한 인도네시아 공장이다.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의 판매량(수출 포함)은 지난해 8만3000여대였다.
시장 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동남아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토요타(25%)가 가장 높다. 전기차 중에선 BYD(36.9%)가 1위다. 이 지역 자동차 시장 규모는 올해 697억 달러로, 2029년 757억 달러로 성장할 거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