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와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지음
글마당 앤 아이디얼북스
1회 영화제 땐 해외에서 모신 심사위원이 극장에서 쥐에 물려 상영관에 고양이를 풀었다. 상영작 필름이 거꾸로 돌아가 환불소동까지 벌어졌다. 비상업영화를 주로 상영했는데도 부산 남포동 상영관은 초만원. 전국에서 몰려든 관객 18만 4000명 중 10‧20대가 90%나 됐다. 1996년 ‘시네필 시대’ 속에 출범한 부산국제영화제(BIFF) 얘기다.
공직생활 30년을 거치고 은퇴할 나이에, 36년 영화 인생을 새 출발한 ‘Mr. BIFF’ 김동호(88) 초대 집행위원장(1996~2000) 겸 이사장(2015~2016)이 내년이면 30회를 맞는 BIFF 설립부터 성장까지 모든 것을 기록했다.
BIFF는 왜 아시아 신인 감독을 발굴‧육성하는 비경쟁 영화제를 택했을까. 아시아 거장 감독들은 어떻게 BIFF의 ‘친구’가 됐을까. 아시아 최정상 영화제로 인정받기까지 젊은 영화인들과 발로 뛴 개최 과정은 오늘날 한국 국제영화제 기틀이 됐다.
나란히 출간된 『김동호의 문화노트』는 지금도 세계 거장 감독들, 위기의 영화관들을 찾아다니며 다큐멘터리 찍기에 도전 중인 '사람' 김동호에 대한 보다 내밀한 기록으로, 지난해 중앙SUNDAY ‘남기고 싶은 이야기’ 연재를 책으로 엮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