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발레단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merican Ballet Theater·ABT)가 풍성한 레퍼토리와 함께 서울을 찾는다.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 익숙한 고전 명작은 물론 '성조기 파드되'(2인무), '다이애나 악테온' 등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작품의 하이라이트를 모은 갈라 공연으로 9일과 10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관객을 맞는다.
발레 갈라 '2024 더 나잇 인 뉴욕' 공연을 위해 내한한 ABT 솔로이스트 박선미(25)를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2년 초고속 승급이 화제가 됐다.
2021년 11월 준단원(견습)을 거쳐 2022년 2월 정단원(코르드발레), 2022년 9월 솔로이스트가 됐으니 수습에서 주연급까지 오르는 데 10개월이 걸렸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스튜디오 컴퍼니(ABT의 교육·견습 기관)에서 메인 컴퍼니로 옮기지 못한 채 2년이 흘러 남들보다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오히려 운이 좋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영재 코스로 졸업하고 뉴욕으로 건너갔을 때 스무살이었는데 '남들보다 늦었다'고 생각했나.
ABT 스튜디오 컴퍼니는 16살부터 입단이 가능하다. 대학을 가지 않고 바로 메인 컴퍼니 정단원으로 입단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20살에 스튜디오 컴퍼니에 있다는 게 스트레스였다. 영어도 어려웠고,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어떻게 버텼나.
리허설이 5시에 끝나면 6시부터 9시까지 무작정 뛰었다. 몸을 힘들게 하면 마음이 덜 힘들었다. ABT에 있는 다른 한국 무용수들에게도 많이 의지했다. 지금은 영어도 늘었고 뉴욕 생활에 익숙해졌다.
왜 ABT였나.
한국에서는 러시아 바가노바 스타일을 배우니까 처음엔 러시아로 가고 싶었다. 그러다 2018년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콩쿠르' 때문에 뉴욕에 왔고 생각이 바뀌었다. 이 도시에서 꼭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급 이후 바로 주인공 역할을 맡았다. 드라마 발레 연기가 힘들지 않았나. (박선미는 지난해 ABT와 영국 로열발레단이 합작한 '라이크 워터 포 초콜릿' 미국 초연에서 주인공 티타를 연기했다.)
초연이라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로열발레단 영상을 보면서 연기 연습을 하고 온종일 음악을 들었다. 책도 읽고 연구도 많이 했다. 2시간 넘는 전막 공연인데 하루에 영상을 5번 돌려본 적도 있다.
승급 이후 생활은 어떤가.
'라이크 워터 포 초콜릿'이 끝나고 바로 '호두까기 인형' 주인공 클라라 역할을 맡았다. 코르드(군무) 때만큼 자주 공연에 서지는 않지만 부담이 크다.
이번 갈라 공연이 ABT 정단원이 된 후 첫 한국 공연이다.
연습을 많이 했지만, 여전히 부담이 많이 된다. 이번에 잘해야 또 올 수 있으니까 정말 잘하고 싶다.
박선미는
99년생. 선화예중·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원과 무용원 실기과를 졸업했다. 2017년 모스크바 국제 발레 콩쿠르 1위, 이듬해 유스 아메리카그랑프리 콩쿠르 1위에 오르며 일찌감치 이름을 알렸다. 2019년 한예종 무용원 졸업 직후 ABT의 교육·견습 기관인 스튜디오컴퍼니에 입단했고 2022년 메인 컴퍼니 솔로이스트로 승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