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효 수원 감독, 2026시즌 각오 ‘이청득심’

2026-01-02

이청득심(以聽得心).

프로축구 2부리그 수원 삼성 신임 사령탑 이정효 감독(51)이 이번 시즌 각오를 묻는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많이 들어야 마음을 얻는다’는 뜻이다. 이 감독의 발언은 막연한 겸손이나 팬 서비스를 위한 언어가 아니었다. 말을 듣고 싶은 상대와 그렇지 않은 상대, 마음을 얻고 싶은 상대와 그렇지 않은 상대를 구분하는 선언처럼 들렸다.

이 감독은 2일 수원 도이치오토월드에서 제11대 수원 감독으로 취임한 소감 등을 밝혔다. 독설 수준 발언은 없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하고 싶은 말을, 우회적으로 때로는 반어법으로, 거의 다했다.

이 감독이 열심히 듣고 마음을 사겠다는 대상은 코치진, 구단 직원이었다. 그는 “선수단 미팅에서 ‘우리는 하나’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주먹을 대고 눈을 맞추는 인사법까지 몸소 보였다. 이 감독은 선수들을 향해 “훈련 태도, 프로의식, 팬을 대하는 자세를 바꾸겠다”도 했다. 수원행을 다짐한 이유에 대해서도 이 감독은 “나보다 먼저 코치와 스태프를 존중해준 태도”라고 답했다. 이 감독은 “코치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수원 삼성 팬들의 뜨거운 팬덤을 인정했다. 그러나 팬들로부터 받은 질문에 대한 답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거나 오히려 동문서답했다. 팬들로부터 받은 질문 하나는 ‘팬들과 함께 하고 싶은 세리머니가 있을까’였다. 이 감독은 구체적인 퍼포먼스를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경기장을 꽉 채워주시면 좋겠다. 그 어떤 세리머니보다 그게 더 좋다”고 답했다. 또 다른 팬이 질문한 ‘청백적 우산을 함께 돌릴 계획이 있느냐’ 질문에도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더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기자로부터 ‘승격하는데 라이벌이 어디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 감독은 “이 질문이 나올 것 같아서 미리 준비했다”면서 팬들을 거론했다. 이 감독은 “라이벌은 팬들과 서포터스다. 많이 와서 하는 응원에 선수들이 부담을 느낀다”며 “이를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을 어떻게 내 편, 우리 팀 편으로 만들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수, 감독 편인 서포터스를 “내 편”, “우리 편”으로 만들겠다는 발언은 다소 의아하게 들렸다.

이 감독이 명확하게 거리를 두겠다고 한 대상은 미디어였다. 그는 “축구 외적인 환경에 더 이상 쓸데없는 에너지를 쓰지 않겠다”며 “축구에만 몰두하려고 한다. 오늘 기자회견 이후로 나는 축구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디어를 향해 “내가 연락을 받고도 연락하지 않더라도 기분 나쁘지 않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맥락상으로 기자들의 연락이 축구를 하는데 도움이 안 된다는 뜻으로 읽힐 수밖에 없는 답변이었다.

이 감독은 이번 시즌 목표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 감독은 “모든 팀들의 목표는 똑같다”면서 “그런데 우승하기 위해 뭐가 중요한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창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며 “훈련 과정이 좋으면 결과가 좋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력을 입증해보이겠다는 선언이다. 그는 “당장의 목표를 물어본다면 K리그2 개막전”이라고 말했다. 개막전에서 수원 팬들이 가득찬 상황에서 많은 골을 넣으면서 대승하고 싶다는 뜻으로 읽혔다.

이 감독의 올해 최우선 과제는 1995년 창단 이래 국내 최고 인기 프로축구단으로 군림한 수원을 다시 K리그1 무대에 올려놓는 일일 것이다. 수원은 2023년 최하위에 그쳐 창단 후 처음으로 2부 강등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2024년 K리그2에서 6위에 머물러 플레이오프(PO)에도 나서지 못했고, 지난해에는 인천 유나이티드에 이어 2위에 오르고도 승강 PO에서 11위 제주에 패해 2년 연속 1부 승격에 실패했다. 이번 시즌에는 2부리그 1,2위는 무조건 1부로 승격하고 3~6위 중 한 팀도 무조건 승격할 수 있다. 올해에는 최소 3개팀이 승격한다. 최대 3개 팀이 승격할 수 있는 지난해보다 조건이 훨씬 수월해졌다.

이 감독은 ‘비주류 대명사, 비주류 희망으로 간주되다가 수원 감독이 되면서 주류가 된 것 아니냐’는 말에 “지금도 내가 안 되길 바라는 사람이 많고 그들은 앞으로 더 따가운 시선으로 나를 볼 것”이라며 “그렇게 계속 봐달라. 하나하나 깨부수면서 전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명한 선수 출신 지도자, 이름값으로 버티는 지도자들을 향해 정면승부를 선언한 순간이었다. 이 감독은 “노력은 누구나 하지만 힘들 때 버티는 사람은 누구도 못 이긴다”면서 “버티다 보면 기회가 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어적이고 안정적인 인생보다는 도전적인 인생을 살아봤으면 한다”며 “내 축구에도 도전 정신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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