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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무너뜨리는 바벨탑
AI 더빙의 세계
인기 테크 유튜버 ‘테크몽’이 자신의 목소리 그대로 스페인어로 말한다? 스페인어를 할 수 있어서가 아니다. 한국어로 얘기해도 자동으로 다른 언어로 더빙해주는 ‘AI 더빙’덕분이다. 테크몽뿐만 아니라 침착맨·프응 같은 유명 유튜버들은 AI 더빙을 이용해 전 세계 시청자에게 자신의 콘텐트를 알리고 있다. AI 더빙과 함께라면 루비 버튼(5000만 시청자) 획득도 더 이상 허황된 꿈이 아니다.
그런데 AI 더빙, 어색한 기계음을 떠올렸다면 오산이다. 생성 AI 등장 이후 음성 AI의 연기력도 일취월장했다. 덕분에 누가 들어도 자연스러운 AI 더빙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마치 원래 그 사람인 듯 연기하는 AI는 AI인지 사람인지 헷갈릴 정도. 이젠 1인 크리에이터도 다양한 언어로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한국어 콘텐트가 순식간에 영어·일본어·스페인어로 변환되며 입 모양까지 자연스럽게 맞춰진다. 마치 원어민이 직접 말하는 듯한 생생함이 바로 AI 더빙의 매력. 바벨탑을 무너뜨리고 있는 ‘AI 더빙’의 세계를 샅샅이 들여다봤다.

1. AI 성우가 온다
사람만큼, 아니 사람보다도 자연스러운 ‘AI 성우’가 몰려오고 있다.
더빙, 10분 컷!: 더빙은 고난도 작업이다. 성우 섭외부터 녹음·편집까지 며칠씩 걸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AI 더빙은 이 지난한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몇 시간 걸리던 작업은 몇 분으로, 수백만 원의 비용은 몇 만원으로 줄었다. AI 더빙 스타트업 허드슨에이아이의 신현진 대표는 “보통 미디어 더빙 업체가 영화 하나에 투입하는 인력이 50~60명”이라며 “번역부터 더빙·녹음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AI로 할 수 있다면 효율성 측면에서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자막보다 더빙인 이유는: 넷플릭스·틱톡 등 영상 플랫폼이 커지면서 덩달아 AI 더빙 시장도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야 더빙보다 자막을 선호하지만, 북미와 남미, 그리고 유럽은 더빙 없이는 콘텐트 수출이 어렵다. 더빙이 자막보다 10배 이상 비용이 들지만, 하나의 콘텐트를 로컬에만 머물지 않고 글로벌로 보내기 위해선 필수다. 문제는 사용자가 적은 언어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 AI 더빙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어스는 글로벌 AI 더빙 도구 시장이 2023년 7억9430만 달러(1조1000억원)에서 2033년 29억1890만 달러(4조400억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의 분화: 물론 AI 더빙이 만능은 아니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고품질 콘텐트 시장에선 여전히 사람 성우의 역할이 중요하다. AI 더빙 시장은 가성비가 중요한 영역에서 역할을 할 것이란 의미다. 이스트소프트 관계자는 “인기 있는 전문 인간 성우를 쓰는 이른바 ‘프리미엄 더빙’ 시장과 AI를 활용해 시간과 비용을 최소한으로 쓰는 ‘가성비 더빙’ 시장으로 나눠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 AI 성우 써보니
허드슨에이아이의 AI 더빙 서비스 ‘팀버’를 사용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