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은 팬들을 위한 축제다. 8년 만에 부산에 모인 프로농구의 별들은 숨길 수 없는 끼와 열정적인 플레이, 잘 짜여진 이벤트로 팬들의 마음을 훔쳤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19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2024~2025 KCC 프로농구 올스타전을 개최했다. 2017년 이후 사직체육관에서 처음 열린 올스타전은 일찌감치 8800석이 매진된 데 이어 시야방해석까지 현장에서 253장(총 9053명)이 판매돼 최근 상승세인 프로농구 인기를 재확인했다.
싸늘한 겨울 날씨를 잊게 만들겠다는 올스타전의 열기는 선수들의 인사로 시작됐다. 자신들을 뽑아준 팬들을 위해 선택한 등장곡과 댄스 실력이 남달랐다. 공아지 팀의 오세근(SK)이 선보인 앙증맞은 포인트 안무와 크블몽 팀의 저스틴 구탕의 하트 세리머니에 관중석에서 함성이 쏟아졌다. 천사 코스튬(샘조세프 벨란겔)과 황금 장갑(이재도) 등 독특한 소품까지 준비한 선수들의 끼는 올스타전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이번 올스타전이 부상으로 김이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날아갔다. 최준용과 송교창(이상 KCC), 이정현(소노)이 빠진 데 이어 올스타 투표 1위인 유기상(LG)도 뛰지 않고 참가에 만족해야 했지만 팬들은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 만족하는 눈치였다.
올스타전을 띄우는 이벤트는 국내를 넘어 세계를 흔들고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인기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책임졌다. 1쿼터 중간에는 선수들이 엔드라인부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면서 슛을 던졌고, 2쿼터는 ‘딱지치기’와 ‘제기차기’, ‘비석치기’를 묶어 팬들과 함께 하는 4인5각 게임이 진행됐다.
올스타전의 선입견을 깨는 진검 승부가 승부수였다. 보통 올스타전은 적극적으로 수비를 하지 않는다는 것과 달리 경기 초반 전면강압수비까지 나왔다. 잠시 과열된 분위기에 크블몽 팀의 자밀 워니(SK)와 공아지 팀의 숀 롱(현대모비스)이 서로 가볍게 몸을 부딪치자 동요인 <둥글게 둥글게>가 흘러나왔다. 승부처인 4쿼터에는 비디오 판독으로 공격권이 갈리기도 했다.
딱딱한 경기만 연출된 것은 아니다. 선수들이 림을 잡고 흔드는 덩크슛도 빠지지 않았다. 하프타임 덩크슛 컨테스트가 아닌 인게임 덩크슛만 20개가 나왔다. 프로농구 최고 덩커인 워니가 덩크슛을 선보이면서 포효하자 롱도 뒤질 수 없다는 듯 덩크슛으로 응수하는 자존심 싸움이었다. 상대적으로 작은 키(190㎝)에도 종종 덩크슛을 선보이는 저스틴 구탕(삼성)은 두 차례 실패를 발판 삼아 투핸드 덩크와 백핸드 덩크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경기 도중 잠시 심판으로 변신한 양 팀 사령탑들의 능청스러운 연기도 일품이었다. 크블몽 팀을 맡은 전희철 SK 감독은 3점슛을 던지는 선수릐 머리를 슬쩍 건들며 방해하더니 오재현(SK)이 자신을 째려봤다는 이유로 비디오 판독을 불러 테크니컬 파울을 줬다. 상대팀의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이 억지 판정이라며 거꾸로 전희철 ‘심판’에게 테크니컬 파울을 주자 관중석이 웃음소리로 가득찼다.
3시간 가까이 팬들을 쥐고 흔들었던 올스타전은 크블몽팀의 142-126 승리로 마침표를 찍었다. MVP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워니의 몫으로 돌아갔다. 양 팀을 합쳐 가장 많은 41점을 쏟아낸 워니는 기자단 투표에서 77표 중 66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