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2위)가 시즌 첫 그랜드슬램 호주오픈 결승에 진출했다.
24일 호주 멜버른 파크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남자단식 4강에서 2번시드 즈베레프가 7번시드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7위)를 상대로 첫 세트를 7-6(5)로 따낸 뒤 조코비치가 기권하면서 결승에 올랐다.
즈베레프가 그랜드슬램 결승에 진출한 것은 2020년 US오픈과 작년 롤랑가로스에 이어 세 번째다. 두 대회 모두 준우승을 차지한 즈베레프에게 호주오픈 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타이브레이크에서 승부가 결정된 첫 세트는 1시간 21분이 결릴 정도로 치열한 접전이었다. 하지만 첫 세트가 끝난 뒤 조코비치가 기권하면서 승리는 즈베레프에게 돌아갔다. 조코비치는 8강에서 당한 왼쪽 다리 부상 여파로 기권한 것으로 보인다.
즈베레프는 지난 시즌 세계 7위로 시작해 투어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하며 역대 개인 최고 세계랭킹 2위에 다시 오르는 등 지난해의 상승세를 이번 호주오픈에서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즈베레프의 가장 큰 약점은 자신의 장점이기도 한 서브였다. 키 198cm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의 강력한 서브는 투어 무대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압박 상황에서의 낮은 서브 성공률은 단점이었다. 특히, 중요한 순간에 더블폴트를 저지른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즈베레프가 과거와 달리 서브 성공률을 높인 비결은 바로 과거보다 낮아진 토스다.
토스는 바람과 같이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높으면 정확한 서브를 구사할 수 없고 힘도 제대로 실을 수 없다. 또한, 비효율적인 무릎 굽힘으로 팔꿈치가 떨어지면서 스윙의 운동량이 떨어질 수 있다.
과거 토스가 높았던 즈베레프는 중요한 순간에 서브에서 실수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토스가 낮아지면서 불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화하여 파워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정확성까지 더해졌다.
이러한 변화를 조코비치와의 4강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첫 세트 타이브레이크 3-3에서 즈베레프는 세컨드 서브를 와이드로 빠지는 에이스를 터트리며 리드를 이어갈 수 있었다. 만약, 즈베레프가 이 포인트를 잃었더라면 첫 세트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즈베레프가 변화를 준 계기는 친형 미샤의 조언 덕분이다. 현역 시절 서브 앤 발리가 트레이드 마크였던 미샤는 최고 세계랭킹 25위까지 올랐고 2017년 호주오픈에서 자신의 최고 그랜드슬램 성적 8강에 올랐다. 아직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2023년부터 대회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지금은 동생과 함께 투어를 동행하고 있다.
8강이 끝난 후 즈베레프는 “형은 빅서버가 아니었지만 톱스핀과 슬라이스 서브를 잘 구사했다. 형이 서브와 관련해 많은 충고를 해준다”라면서 “과거에는 공이 떨어지는 것을 기다린 후 서브를 넣었는데 지금은 토스 높이를 낮추면서 공을 정점에서 칠 수 있게 됐다. 서브 스윙 메커니즘도 훨씬 자연스러워졌다”고 밝혔다.
즈베레프처럼 기술적인 변화로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사례는 많다. 2011년 롤랑가로스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그랜드슬램 우승을 차지한 리나(중국, 은퇴)는 2013시즌이 끝나고 서브와 백핸드 그립을 변경해 이듬해 호주오픈에서 우승했다.
라파엘 나달(스페인, 은퇴)은 2021시즌을 마치고 공격적인 서브를 위해 토스 위치를 앞에 놓는 변화를 주면서 이듬해 호주오픈 정상에 올랐다. 조코비치는 2023년 포핸드에 톱스핀을 더욱 가미해 상대가 베이스라인 뒤로 물러나게 한 후 공격적인 플레이로 득점하는 전략을 앞세워 호주오픈 정상에 올랐다.
이와 같이 테니스에서는 작은 차이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즈베레프의 작은 변화가 과연 그랜드슬램 첫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보자.
<멜버른|박준용 테니스 칼럼니스트(loveis551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