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김다은(27)씨는 좋은 추억 보다는 안 좋은 기억이 더 많다. 천혜의 푸른 바다를 자랑하는 해변이 쓰레기로 뒤덮였기 때문이다. 쓰레기에서 나오는 악취는 더욱 고통스럽게 했다. 세계적인 휴양지 발리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김씨는 “푸른 바닷가에서 수영과 썬텐을 즐기려고 했는데 바닷물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면서 “어렸을 때 부모님과 함께 온 발리가 아니었다”고 후회했다.
세계적 휴양지이자 천국의 섬으로 불리던 인도네시아 발리가 관광객 급증과 함께 쓰레기가 넘쳐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21일 인도네시아 영자 일간지 자카르타포스트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발리를 찾은 내외국인 관광객은 총 1496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발리 관광객은 코로나19 확산기인 2022년 급감했지만 이듬해 말부터 서서히 늘어 최근에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문제는 관광객이 폭증하자 주요 관광지가 몰려 있는 발리섬 남부는 넘치는 쓰레기로 감당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
매년 발리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160만t이다. 이 중 30만t이 플라스틱 쓰레기다. 관광객이 만들어내는 쓰레기 양은 주민이 만드는 쓰레기의 3배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나온 쓰레기는 상당수가 제대로 관리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는 매년 3만3000t이 수로를 통해 바다로 흘러나가고 있다.
그러나 거센 파도가 쓰레기를 밀어내면서 발리 남부 케동가난 해변은 이달 초 쓰레기로 뒤덮여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에 현지인과 호텔 직원, 관광객 자원 봉사자 등 600여 명이 해변을 청소했다. 이들이 1주일 새 수거된 쓰레기가 25t에 이른다.
쓰레기 문제가 커지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해 2월부터 외국인 관광객에게 1인당 15만 루피아(약 1만3200원)의 관광세를 물리고 있다. 하지만 관광세 도입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1년에도 플라스틱 폐기물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 양을 향후 5년 내 3분의 2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상황은 여전하다. 당시 유명 해변인 쿠타에서 배를 뒤집은 채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죽어 있는 바다거북이 발견돼 안타까움을 샀다.
발리 관광청과 관광 단체들 사이에서는 더 많은 호텔이나 숙박 시설이 들어서지 않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발리주 정부는 인도네시아 중앙 정부에 2년 동안 주요 관광지에 신규 호텔과 리조트, 나이트클럽, 비치 클럽 등의 건설 허가 중단을 요구한 상황이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발리섬 북부 지역에 또 다른 공항을 건설하고, 이곳을 개발해 제2의 싱가포르로 만들겠다며 이를 통해 발리 남부에 몰려 있는 관광객을 북부로 분산하겠다는 계획이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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