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지구는 인간의 이기심을 견디다 못해 결국 뜨거운 경고를 보냈다. 산업화 이전보다 평균 1.6도나 높아진 기온, 그리고 역대급 더위로 기록된 지난 10년은 분명한 신호다. 지구는 지금 아프다.
이러한 절박한 메시지에 케이스티파이는 행동으로 응답했다. 케이스티파이가 실천 중인 ‘Re/CASETiFY’는 폐케이스를 수거하고 분해해 새로운 소재로 다시 탄생시키는 캠페인이다. 이 선순환의 과정은 ‘단 하나의 케이스로 시작하는 변화’라는 브랜드의 신념을 구체화한다. 그리고 2025년 지구의 날을 기념하여 이 특별한 여정에 작가 차인철이 동참했다.
차인철은 자연의 유기성과 불완전함에서 영감 받아 ‘울퉁불퉁 월드(Bumpy World)’라는 작품을 창조했다. 낡고 버려진 흔적조차 아름다움의 일부로 승화시키며, 우리에게 묻는다. 지속가능성이란, ‘오래 쓰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새롭게 잇는 것’이 아니냐고.
케이스티파이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차인철 작가의 전시와 더불어 프라이빗 워크숍 ‘울퉁불퉁 크리에이션 랩’이 함께 열렸다.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직접 업사이클링 작품을 만들며 지속가능성을 손끝으로 체험했고, 낡은 것에서 다시 피어나는 창조의 과정을 함께했다.
무언가 낡았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고, 조금 비뚤고 울퉁불퉁하다고 해서 쓸모없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 결핍과 흔들림 속에서야말로 더 멋진 이야기가 시작된다. 당신의 시선도 조금쯤 울퉁불퉁해져도 괜찮다. 그 낯설고 다채로운 세계 안에서 우리는 새로운 지속가능성의 의미를, 그리고 그 안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
‘Re/Birth in the 울퉁불퉁 월드’ 전시는 5월 4일까지 만나볼 수 있으며, <하입비스트>와 차인철 작가와 함께 나눈 인터뷰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작가 차인철입니다. 회화부터 디지털 아트, 디자인 제품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업하고 있어요.
케이스티파이와 협업해 제작한 작품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지구의 날을 기념해서 케이스티파이의 ‘Re/CASETiFY’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하게 된 이번 프로젝트 ‘Re/Birth in the 울퉁불퉁 월드’는 버려진 폰 케이스를 활용해 새로운 작품을 창조하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이야기처럼 풀어낸 작업이에요. ‘울퉁불퉁 월드’란 기존의 균형과 형태에서 벗어나 비정형적이고 유기적인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제 세계관이라고 볼 수 있어요.
작품은 총 4점으로 구성됐는데요. 왜곡된 형태를 반영해, 업사이클링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했어요. 가장 먼저, ‘Fluid Impact Frame’ 시리즈는 케이스티파이의 카메라 링을 비틀고 왜곡해 거대한 프레임을 표현한 작품이예요.
거대한 프레임이요?
보통 액자는 작품을 담는 역할을 하지만, 저는 액자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재활용 폐지를 이용해 종이죽 프레임을 먼저 제작하고, 프레임 내부에는 폐케이스 조각들을 기하학적으로 배치했어요. 그리고 그 위에 다양한 컬러와 텍스처를 더해 완성했어요. 마치 버려진 조각들이 다시 모여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느낌이랄까요?

그럼 저 거대한 모자는 무엇인가요?
‘Giant Brim’은 이름 그대로 거대한 챙(Brim)을 가진 모자 조형물이에요. 평소 과장된 크기의 오브제를 좋아하는데, 이 작품은 실제로 착용도 가능하지만, 기능보다는 조형적인 의미에 더 가깝습니다. 모자 역시 종이죽과 폐케이스 조각을 활용해 독특한 질감을 구현했고, 컬러와 패턴으로 더욱 개성을 살렸어요. 특히 상단은 케이스 수거함 형태로 디자인해 업사이클링 메시지를 강조했어요.
‘울퉁불퉁 월드’는 인위적 균형에서 벗어난 결과물인데요. 역설적으로 자연의 형태도 늘 비정형적이고 유기적이잖아요. 자연과 지속가능성, 작가님의 작품 사이에 어떤 연결점이 있다고 보시나요?
동의합니다. 자연의 유기적이고 불규칙한 형태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요. ‘울퉁불퉁 월드’도 그런 자연의 흐름과 닮아 있어요. 어디까지가 우연이고 어디서부터가 의도인지 모를 그 경계를 탐구하는 것이 작업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이 캠페인은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캠페인이죠. 지속가능성은 작가님께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지속가능성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가치라고 생각해요. 재료를 재활용하는 것을 넘어서, 그것을 어떻게 이야기로 풀어내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번 작업에서도 폐케이스를 통해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낡고 손상된 흔적까지 조형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의미를 더했어요. 저에게 지속가능성이란 ‘오래 남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가치를 잇는 것’이에요.

최근에는 많은 브랜드와 예술계에서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지만, 때때로 형식적이라는 비판도 받죠. 이런 담론의 ‘피로감’에 대해 예술가로서 어떤 시선을 갖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지속가능성이 전시용 슬로건처럼 소비될 때, 그 본래의 의미는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말보다는 형태와 태도로 보여주려고 해요. 폐자재를 환경 친화적인 소재로 보는 것을 넘어서, 그 안에 담긴 시간성과 낡음의 흔적 자체를 조형 언어로 풀어내는 방식이 더 솔직하다고 느낍니다.
그렇다면 지속가능한 삶이나 작업을 위한 본인만의 루틴이나 습관이 있나요?
작업실에서는 ‘있는 것부터 써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해요. 버려진 포장재나 오래된 재료들도 조형 재료로 다시 쓸 수 있을지 먼저 고민해요. 개인적으로도 뭐든 끝까지 아껴 쓰는 성격이라, 이런 습관이 자연스럽게 작업에도 이어졌습니다 (웃음).
‘창의성’이란 작가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저에게 창의성이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힘’이에요. 전혀 새로운 것보다는 기존의 재료와 개념을 새롭게 조합하고 해석하는 데서 창의성이 발현된다고 생각해요. ‘울퉁불퉁 월드’도 그 연장선상에 있죠.

‘익숙함을 낯설게 보기’는 철학적으로도 깊은 주제인데요. 작업하면서 실제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생기셨는지요?
맞아요, 저는 늘 익숙한 걸 낯설게 보려는 태도로 작업을 시작하려 해요. 아직도 늘 훈련 단계지만요 (웃음). 주변의 평범한 사물들도 이제는 그냥 물건이 아니라, 잠재된 조형 언어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작업을 해야 한다는 압박(?) 덕분에 세상을 좀 더 천천히, 유심히 바라보게 됐고, 무엇이든 새롭게 조합하고 상상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긴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번 케이스티파이 협업에 대한 소감을 듣고 싶어요.
Re/CASETiFY 프로젝트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형태의 변형’과 ‘재료의 재해석’을 실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그냥 재활용이 아니라, 폐케이스라는 소재에 담긴 시간과 흔적을 살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 과정 자체가 의미 있었죠. 앞으로도 이런 실험적인 협업이 더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케이스티파이 x 차인철 ‘Re/Birth in the 울퉁불퉁 월드’ 전시
기간: 5월 4일까지
장소: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46길 67 케이스티파이 도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