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한 자율주행 차량 호출 서비스 ‘로보택시’가 시범 운행 첫날부터 교통법규를 잇따라 위반하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머스크 CEO의 정치 외도 복귀와 로보택시 출시 기대로 테슬라 주가가 급등한 가운데 해당 서비스에 대한 시장의 불안도 한층 커지는 분위기다.
2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테슬라가 지난 22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제한된 구역에서 약 10대의 모델Y 차량으로 소셜미디어(SNS) 인플루언서 대상 로보택시 시범운행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과속, 금지 차선 진입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테슬라의 로보택시 서비스를 이용한 사용자들은 직접 찍은 탑승 영상을 X(옛 트위터)에 잇달아 공개하며 각종 문제점을 지적했다. 팟캐스트 진행자인 롭 모어러가 올린 영상에서는 로보택시 차량이 좌회전 전용 차선으로 교차로에 진입하려다 갑자기 오른쪽 차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과정에서 진입이 금지된 반대 방향 대기 차선으로 들어갔다가 노란색 중앙선을 넘고 경적 소리를 내며 제대로 된 차선에 들어갔다. 다행히 차선이 비어 있었기에 충돌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와 함께 또 다른 이용자인 소이어 메리트는 차량이 시속 30마일(48㎞) 속도 제한 표지판을 통과한 직후 시속 35마일(56㎞)에 도달하는 영상을 게시하기도 했다. 12만 3000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허버트 옹도 시속 35마일(56㎞) 제한 구역에서 차량이 더 빨리 달렸다고 언급했다.
유튜버 ‘비어드 테슬라 가이’는 탑승자들이 원하는 지점에 가기 위해 로보택시를 도로변에 세우게 하는 명령 단추를 놀렀는데 차량이 도로 한가운데에서 멈추는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로보택시 차량은 탑승자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격 조종 직원과 통화한 뒤에도 정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로보택시가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영상이 온라인상에 다수 올라오자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테슬라의 추가 정보를 수집하는 등 조사에 나섰다. 이날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NHTSA는 ‘도로 가시성이 낮은 조건에서 로보택시 운영의 안전성을 확보할 방안을 제시하라’는 질의에 테슬라가 ‘기업 비밀을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보냈다. NHTSA 관계자는 블룸버그 통신에 “관련 보고와 정보를 평가한 뒤 도로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보택시의 이 같은 오류는 머스크 CEO의 호언장담과는 거리가 먼 현상이다. 머스크 CEO는 23일 X에 글을 올리고 “10년간의 고된 노력의 결실”이라며 로보택시 출시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테슬라 주가 강세론자로 유명한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도 직접 로보택시를 타본 뒤 “인내심과 안전성을 유지하며 능숙하게 주행했다”고 호평했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이들의 발언에 장중 10% 이상 치솟았다가 이용자들의 영상이 퍼진 뒤 오름폭을 반납하고 8.23% 상승으로 마감했다.
로보택시는 운전자 없이 자율주행 기술로만 동작하는 차량 호출 서비스다. 테슬라의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될 경우 현재 미국 시장을 독점하는 구글 자회사 웨이모와 중국의 바이두 등과 경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