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해외 패션 사이트를 중심으로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내던 ‘폴딩 부츠’가 올겨울 패션 트렌드를 이끄는 핵심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와이드 폴드 오버(wide fold over) 부츠’라고도 불리는 이 아이템은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신발 상단 부분을 접은 듯한 디자인이 특징인 롱부츠다. 일반적인 부츠와 달리 종아리 부분이 넓어 착용이 편안하고 가죽을 덧씌운 듯한 투박한 외관으로 보온성을 높였다.
폴딩 부츠의 시초는 2012년 당시 지방시의 패션 디자이너였던 리카르도 티시가 발표한 ‘샤크 록’ 부츠로 알려져 있다. 해당 부츠는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패션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는데, 패션 인스타그램 스타일리스트체크(@stylistcheck)를 운영하는 엘리자베스 카삽은 “폴딩 부츠가 다시 인기를 끌기까지 ‘샤크 록’은 유일무이한 폴딩 부츠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폴딩 부츠의 매력이 다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2023년 가을, Y2K 패션과 함께 떠오른 레그워머 스타일링이 확장되면서다. 현재는 디 아티코, 이자벨 마랑, 스타우드, 파리 텍사스 등의 브랜드에서 내놓은 폴딩 부츠가 ‘패션 피플’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다양하게 변주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국내에서는 아이돌과 패션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폴딩 부츠 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걸그룹 에스파의 윈터가 최근 ‘공항 패션’으로 선보인 폴딩 부츠가 화제를 모으며 대중의 관심도가 급증했다. 그가 착용한 폴딩 부츠는 디 아티코의 ‘로빈 다크 그레이 컴뱃 부츠’로, 스웨이드 재질에 은색 톤의 금속 로고 장식이 포인트로 디자인된 제품이다. 공식 홈페이지 기준 가격은 약 130만원이다.
조정연 패션 MD는 “이미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원하는 이미지를 찾아 참고하는 ‘핀터레스트 스타일링’과 유명인의 패션 정보를 공유하는 ‘옷장 계정’을 참고해 쇼핑하는 문화가 일상화하고 있는 만큼 폴딩 부츠의 인기는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심은 판매량으로도 증명된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 달간 ‘폴딩 부츠’ 검색량은 전월 대비 35배 늘어났다. 여성 부츠 인기 상품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올랐다.
고가의 가격에 쇼핑을 망설이는 이들이 주목하는 브랜드는 쓰리투에이티, 무드나잇, 락피쉬 웨더웨어, 엘칸토, 사뿐, 슈펜 등이다.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사뿐의 ‘벨리안 라운드 폴딩 롱부츠’는 동그란 앞코가 부드러운 매력을 더하고, 엘칸토의 ‘마쯔 통급 폴드 오버 롱부츠’는 자연스러운 광택과 주름으로 투박하지만 개성 있는 디자인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다. 올가을 처음 선보인 락피쉬의 ‘맥시 폴디드 부츠’는 어그 부츠를 연상케 하는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캐주얼한 패션과 정장 등에 두루두루 활용할 수 있어 선호도가 높다. 가격대는 10만원대 초중반부터 50만원대 후반까지다.
폴딩 부츠는 ‘무심하게’ 신어도 멋스럽고, 다양한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정희선 패션 스타일리스트는 “종아리 부분의 부피감이 큰 만큼 특히 짧은 팬츠나 청바지와 매치하면 세련된 데일리 룩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