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여행하면, 특히 홍콩이나 광동성을 방문하면 간혹 비둘기구이(紅燒乳鴿)를 먹어볼 기회가 있다. 어린 비둘기(乳鴿)를 요리한 것으로 북경이나 상해 등지에서도 맛볼 수도 있지만 역시 홍콩이나 광동성에서 먹어야 제격이다. 원래 광동요리(粤菜)이기 때문이다.

한국인 시각에서는 "어떻게 비둘기를 먹을까? 다소 엽기적이다" 내지는 역시 "다리 달린 것 중에는 식탁 빼고 다 요리한다는 광동요리답다" 등등 다양한 반응이 있다. 하지만 비둘기 구이, 의외로 맛도 있고 또 고급요리에 속한다. 그래서 비교적 괜찮은 레스토랑에 가야 먹을 수 있다.
어쨌거나 우리는 선뜻 젓가락 대기가 쉽지 않은 만큼 먼저 색안경은 벗고 볼 필요가 있다. 비둘기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도심에서 흔히 보이는 집비둘기를 잡아서 식탁에 내놓는 것은 아니다. 별도로 사육한, 집비둘기와는 품종이 다른 식용 비둘기가 재료다.
아무리 그래도 닭이나 오리 그리고 거위까지 새고기도 종류가 많은데 왜 하필 비둘기까지 먹었을까 싶지만 중국인의 눈에는 비둘기가 특별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전해지는 속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농민들, 흔히 "하늘에는 비둘기, 땅에는 미꾸라지(天上斑鳩 地上泥鰍)"라고 말한다. 예전 우리나라에서도 힘 좋은 미꾸라지를 정력에 좋은 음식으로 여겼던 것처럼 중국도 마찬가지다.
미꾸라지가 땅에서 나오는 보양식인 것처럼 하늘을 나는 비둘기도 몸에 좋은 강장식품으로 인식했다. 바꿔 말하면 산속 비둘기와 논두렁 미꾸라지가 중국 농민들이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이었기에 생긴 속설일 것이다.

참고로 중국에는 "하늘에는 용고기 땅에는 당나귀고기(天上龍肉 地下驢肉)“라는 말도 있다. 동북3성, 특히 흑룡강성 원시림 지역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한다. 세상에 용고기가 어디 있냐고 반문하겠지만 실은 진조(榛鳥)라는 산새로 그만큼 맛있고 몸에 좋아 얻은 별명이다.
비둘기 고기에 대한 환상은 또 있다. 중국의 유민집단인 객가인(客家人)들은 비둘기 한 마리가 닭 아홉 마리보다 낫다고 했다. 그만큼 비둘기 고기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는 다르다.
그러면 중국에서는 보양식으로 여긴다는 비둘기 구이, 비둘기 요리를 언제부터 먹었을까?
아마 시기를 특정할 수 없을 만큼 옛날부터 농민들이 또 서민들이 야생 비둘기를 사냥해 요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 비둘기구이인 홍사오루거(紅燒乳鴿)처럼 특정 비둘기 요리가 문헌에 보이는 시기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
비둘기 요리 역사에 대해서는 세 가지 유래설이 전해진다. 하나는 약 1,000년 전인 송나라 때부터다. 송 황실 주방 요리사가 황제를 위해 새로 만든 요리로 신하들과의 연회상에 차려졌다가 반응이 좋아 이후 대중적으로 퍼졌다는 것이다. 다만 기록상의 근거도 없고 스토리도 허접해 누군가 만들어낸 이야기로 짐작된다.

또 하나는 14세기 말 명 태조 주원장 때인 홍무 연간에 생겼다는 것이다. 지금의 광동성 심천인 대붕(大鵬)반도에 주둔해 있던 군부대 요리사가 개발했던 관청 요리가 퍼져 지금의 어린 비둘기 구이로 진화했다는 것인데 역시 근거는 없다.
반면 광동요리의 역사 등을 적은 『중국월채고사(中國粤菜古事)』 등의 기록을 종합해 추정컨대 가장 유력한 유래설은 어린 비둘기구이 요리가 엉뚱하게도 포르투갈 요리와 상당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시기는 분명치 않지만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마카오에서 음식점을 경영했던 요리사가 광동성 광주(廣州)로 옮겨와 포르투갈 사람이 즐겨먹던 비둘기구이 요리를 현지 입맛에 맞게 개발한 것이 지금의 광동요리를 대표하는 어린 비둘기구이가 됐다는 것이다. 반대로 광주의 비둘기구이 요리를 마카오에서 포르투갈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한 것이 널리 퍼져 지금의 어린 비둘기구이가 됐다는 설도 있다.

여기서 포르투갈이 왜 나오나 싶겠지만 사실 포르투갈과 프랑스 등에서는 예전부터 어린 비둘기(squab)고기를 이용한 비둘기 파이와 구이, 찜 등 다양한 비둘기 요리가 발달했다.
그런 만큼 옛날 중국 농민들이 먹던 비둘기 구이와 포르투갈의 비둘기 구이가 결합해 현재의 어린 비둘기 구이 요리로 진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20세기 전반, 중국이 격변기를 겪으면서 어린 비둘기 요리가 마카오와 광동성을 벗어나 중국에 널리 알려지게 된다. 장개석과 그 부인 송미령, 그리고 주은래 등이 광동성을 방문했을 때 비둘기구이를 먹어보고는 맛있다고 입소문이 퍼졌다. 그리고 급기야 1994년 북경에 있는 영빈관인 조어대의 국빈 만찬요리로 채택된다.
중국의 어린 비둘기구이 요리, 한국인의 눈에는 특이하고 이색적이지만 나름 의미와 역사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