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향수' 파는 MZ 무당 "우리는 '힘내라' 찔러주는 역할일뿐"

2024-12-30

인스타그램 팔로어 3만8000명의 5년 차 무속인 노슬비(26)씨는 무속 일 외에도 ‘도화 향수’, ‘철금오행부적’ 등 액세서리도 판다. 지난달에는 수능 수험생용 ‘학업 부적’ 파일이 업로드 돼 인기를 끌었다. MZ 세대의 취향에 맞춘 무속 비즈니스다.

이 밖에도 그의 계정엔 웹툰 형식의 ‘무당탕탕 일상 이야기’, ‘도화살과 홍염살’ 등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무속 콘텐트가 주기적으로 올라온다. 여느 20대처럼 패션과 여행을 소재로 한 사진도 상당수라 팔로어들도 친근하게 여긴다. 지난 27일 전화로 그를 만났다.

무속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부쩍 실감이 된다. 인스타·유튜브에서 활동하는 무속인이 많아져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돼서 아닐까. 나부터가 신당 홍보도 필요하고, 손님과 접점을 늘릴 생각에 인스타를 개설했다. 요즘엔 인스타 DM으로 예약 문의하는 이들도 많다.

어떤 손님들이 찾아오나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많다. 시험 앞둔 취업준비생처럼 시간이 없고 답이 급한 사람들은 전화 상담을 하고 일부 카톡 상담을 의뢰하기도 한다. 그래도 직접 보는 게 확실하다고 생각하는지 방문 상담이 가장 많다. 와서 묻는 건 대체로 비슷하다. 시험, 인간관계, 이성 문제, 가족 간 돈 문제…. ‘나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고 찾아오시는 분도 많은데,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린다. 더 안 좋은 상황도 헤쳐나가는 사람이 많다고.

점괘가 안 좋을 땐 어떤 조언을 하나.

운이 좀 약하니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대로 점괘가 좋아도 단정적으로 “된다”고 하지 않는다. “운이 들어왔으니 이때를 놓치면 안 된다. 마지막까지 애써야 한다”고 말하는 편이다. “너무 점에 의지하지 말라”고 말할 때도 있다. 사람들은 무당에게 앞날을 맞추는 것을 기대하지만, 맞춘다고 인생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정치 스캔들로 무속을 좋지 않게 보는 시선도 많다.

정치인들이 무속에 지나치게 의지하는 건 나도 좋게 보지 않는다. 무속인은 ‘이렇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다’, ‘열심히 해보라’ 북돋는 데서 그쳐야지, 그 이상을 욕심내면 안 된다. 신도 간섭하지 않는데, 어떻게 무속인이 그 이상 간섭을 하나. 그렇게 점에 의존할 거면 아예 무당을 대통령으로 뽑으면 된다. 무속인의 역할은 힘을 낼 수 있게 찔러주는 것, 간접적으로 도와주는 것이다. ‘내가 하라는 대로 하면 무조건 된다’는 건 사이비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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