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연설 언급된 국가들, 잇따라 반발 쏟아내
“4배 높은 관세” 발언에 산업부 “사실상 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언급한 국가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을 자찬하고 그간의 성과를 포장하는 과정에서 미국 중심의 일방적 주장을 펴거나 상대국을 향한 비하·경시적 발언, 사실과 다른 단정적 표현을 쏟아낸 데 따른 반응이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한번 거짓말을 한다”며 “파나마 운하는 ‘복구’ 과정에 있지 않고, 여전히 파나마 국민의 소유”라고 했다.
이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파나마 운하 환수’에 대한 반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는 미국이 미국인을 위해 건설한 것이지 다른 사람을 위해 건설한 것이 아니다”라며 파나마 운하를 되찾을 것이라 주장했다. 최근 홍콩계 기업이 미국계 회사에 운하 양쪽 두 항구 운영권을 넘긴 것을 두고 “이미 환수가 시작됐다”고도 했다.
물리노 대통령은 이러한 거래가 미국의 압력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파나마와 모든 파나마인의 이름으로 진실과 존엄을 향한 모욕을 거부한다”며 “양국의 협력은 ‘운하 반환’이나 국가 주권 훼손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비판했다. 물리노 대통령은 한 달 전에도 ‘미국 정부 선박의 운하 통행료 면제에 합의했다’는 미국 측 주장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반박하며 공방을 벌여왔다.
‘아무도 들어본 적 없는 나라’ 취급을 당한 아프리카 국가 레소토도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미국 정부효율부(DOGE)와 일론 머스크의 성과를 소개하며 삭감한 해외 원조 및 개발 예산을 나열하는 과정에서 레소토를 “아무도 들어본 적 없는 나라”라고 표현했다.
레소네 음포트호아네 레소토 외무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매우 모욕적”이라며 “우리나라가 국가원수에 의해 그리 언급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음포트호아네 장관은 “놀랍게도 ‘아무도 들어보지 못한 나라’는 미국이 상설 대사관을 두고 있는 국가”라며 미국에 공식 항의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미국보다 평균 4배나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 정부를 당혹감에 빠트렸다. 한·미 교역에서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우선 적용돼 미국산 수입품에 적용되는 한국의 평균 관세율은 지난해 기준 0.79%(실효세율 기준), 미국 공산품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0%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후 “대미 수입품에 대한 한국 관세율은 사실상 0%”라는 입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