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은 뇌, 위장은 물론 심장과 신장 등 다양한 장기에 영향을 미칩니다. 만성 신질환이나 심혈관 질환 환자에 기존의 표준 치료제 외 GLP-1 수용체 작용제나 공동수송체(SGLT-2) 억제제를 병용할 경우 신장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가 축적되고 있습니다.”
마티아스 트릴리니 마리오 네그리 약리학연구소 박사는 4일(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막한 ‘유럽신장학회(ERA) 2025’에서 ‘GLP-1 작용제가 심장-신장-대사 건강에 미치는 다양한 효과의 메커니즘’ 세션을 통해 “기전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향후 더 큰 임상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비만약 ‘위고비’와 당뇨약 ‘오젬픽’ 등의 주요 성분인 GLP-1 계열 약물이 신장병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는 임상 결과가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비만치료제로 전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GLP-1이 신장 관련 질환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에 현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세션 발표를 위해 준비된 자리 650여 석은 금방 만석이 돼 50여 명 이상이 행사장 뒤쪽에 서서 발표를 지켜봤다.

유럽신장학회는 1963년 시작돼 전 세계 110개국 이상에서 신장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유럽 최대 규모의 신장질환 학술대회다. 올해는 이달 4일부터 7일까지 ‘신장학의 판도를 바꾸는 사람들'을 주제로 열린다. 전 세계에서 달려온 9000명이 넘는 연구자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이 자리에서 최신 기술과 치료제 정보를 공휴한다. 올해는 연구 초록이 역대 최다 규모인 2835건이 접수됐다. 한국은 총 114건을 제출해 스페인(271건), 이탈리아(220건), 중국(201건), 영국(151건), 우즈베키스탄(120건)에 이어 6위에 올랐다.
개막 세션은 올라 로마냐니 이탈리아 피렌체대 의대 교수가 ‘포도세포병증의 새로운 분류’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동안 포도세포병증은 조직학적 소견에 따라 진단명을 분류해왔는데 발병원인이 다양한 만큼 자가면역, 유전, 환경 적응, 감염, 독성, 단클론성 등 여섯 가지 원인으로 새롭게 분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로마냐니 교수는 “새로운 분류 체계는 정밀 신장학 시대의 출발점"이라며 "궁극적으로 환자 맞춤 치료의 실현을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일부터는 글로벌 빅파마들의 최신 임상 데이터가 순차적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머크가 말기 신장 질환 환자의 혈전증 예방을 위해 연구 중인 제11인자 억제제 ‘MK-2060’의 2b상 임상 결과를 공개한다. 바이엘의 신약 ‘피네레논’과 ‘엠파글리플로진’ 병용요법간 효능 및 안전성도 발표된다. 특히 올해 가장 큰 관심을 끄는 임상발표는 6일 예정된 일본 제약사 오츠카의 ‘시베프렌리맙’ 글로벌 임상 3상 중간 발표다.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 의약품을 면역글로불린A 신병증(IgA Nephropathy) 치료를 위한 우선심사 품목으로 지정했다. 이 질환은 콩팥의 사구체간질에 IgA가 침착해 발생하는 병으로 혈뇨, 단백뇨, 고혈압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시베프렌리맙은 IgA 신병증을 유발하고 질병을 악화시키는 ‘APRIL(A PRoliferation-Inducing Ligand)’의 작용을 차단해 신장 손상을 줄인다. 이번 발표에서는 표준 치료 요법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단백뇨를 보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치료 효능과 안전성 데이터가 공개된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106개 사는 현장에 전시 부스를 열어 신장질환 치료제와 기술을 선보인다. 베링거인겔하임과 일라이릴리는 블록버스터 화학합성 의약품 '자디앙' 판매 연합부스 설치했고, 아스트라제네카는 희귀질환 치료제 ‘울토미리스’ 홍보에 힘썼다. 바이엘은 당뇨병성 신장질환 치료제 '케렌디아'를 알리는 데 주력했고, 박스터는 가정용 복막투석기 등 의료기기를 선보였다. 한국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참여해 ‘솔리리스’의 바이오시밀러 ‘에피스클리’를 알렸고, 인바디도 유럽 법인이 참여해 투석에 활용할 수 있는 체수분측적기를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