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렌스 콜
크리스 헤이즈 지음
박유현 옮김
사회평론
'사이렌'은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람을 홀려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전설 속 존재. 이 책은 소셜 미디어를 비롯해 원치 않아도 우리의 주의를 끌려는 온갖 것을 이에 비유한다. 일찌감치 1970년초 경제학자 허버트 사이먼은 정보가 넘치는 세상은 정보가 소비하는 자원, 즉 수용자의 주의력이 귀해진다고 지적했다. 정보가 폭증한 디지털 시대에 더 실감 나는 얘기다.
이 책은 이런 '주의력 시대'의 면면을 여러 사회적 분석과 미국 뉴스방송 앵커인 지은이의 경험을 녹여 흥미롭게 포착하고 풀어낸다. 주의력은 무한하지 않은 자원. 사실 특정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고 관련 없는 정보를 무시하는 능력이 없었더라면 인류 생존도 어려웠을 터.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은 동물도 필수적. 정보 과잉은 오히려 위험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소셜 미디어의 인기 게시물에서 보듯 주의를 끌면 곧 돈이 될 수 있는 세상, 거대 기술 기업들이 주의를 끌고 붙잡는 기술을 동원해 자원 채굴하듯 이용자의 주의력을 상품화하는 세상이다.

지은이는 주의력이 가치가 큰 자원이자, 인간의 내재된 본성이라고 강조한다. '상품화된 주의력'과 인간 본성의 괴리는 노동의 상품화를 두고 마르크스가 설파한 '소외'와도 통한다. 이제 '명성'은 유명인만 누리는 사치재가 아니라는 지은이의 지적은 흥미롭다. 누구나 관심과 인정을 바라지만 명성이 곧 인정은 아닌 터. 소셜 미디어에서 보듯 '대중적 관심'과 '대중적 감시'의 결합이 일상화할 따름이다.
책은 민주주의와 공론장의 문제로 나아간다. 진실보다 거짓이 더 큰 관심을 모으곤 하는 건 익숙한 현상. 관심을 끌어 설득력을 발휘하는 대신 관심 자체가 목적이 된 예로 트럼프를 비판한다.
갈수록 귀한 자원, 주의력을 어떻게 쓸 것인가. 책에는 사회적, 개인적 대응 방안이 고루 언급된다. 귀향길에 사이렌의 노래에 혹하지 않으려고 오디세우스가 온갖 애를 썼듯이, 쉬운 일은 아닐 테지만. 원제 The Sirens' Call: How Attention Became the World's Most Endangered Resour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