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타석부터 장타 터뜨린 BYD ‘아토3’…비결은 ‘디자인·성능·가격’

2025-05-25

지난달 한국 시장에서 고객 인도를 시작한 중국 BYD(비야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의 초반 인기몰이가 예사롭지 않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아토3는 국내 진출 첫 달인 지난달 543대가 팔려 수입 전기차 1위에 올랐다. ‘전통 강자’인 테슬라 중형 SUV ‘모델Y 롱레인지’(533대, 2위)와 중형 세단 ‘모델3 롱레인지’(350대, 3위)를 모두 제쳤다. 특히 출고를 시작한 지난달 14일부터 30일까지 단 17일간 판매된 물량만으로 정상에 오른 것이다. 테슬라 ‘모델Y’가 부분 변경을 앞두고 있어 판매가 저조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눈에 띄는 결과다.

호기심이 부른 ‘반짝 특수’일까. 한국 소비자들을 끌어당긴 것은 무엇일까. 첫 타석부터 ‘장타’를 터뜨린 배경이 궁금했다. 지난 16일 ‘아토3 플러스’ 모델을 몰고 강원 춘천으로 향했다.

잔뜩 찌푸린 날씨였지만 화려한 서프 블루(Surf Blue) 외장 컬러가 시선을 끌었다. 헤드램프에서 테일램프까지 차체를 가로지르는 캐릭터 라인은 강력하면서도 우아했다. 소형 SUV라지만 전고(1615㎜)가 높아 중형 SUV 못지않은 인상을 풍겼다.

아토3는 5인승이다. 내부도 비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파노라마 선루프가 개방감을 더했고, 트렁크(적재공간)도 뒷좌석을 접으면 충분히 넉넉했다.

독특한 디자인도 눈길을 끄는 데 한 몫 한다. 피트니스와 음악이 콘셉트라고 했다. 역동성과 리듬감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는데, 유심히 보니 이해가 됐다. 피트니스클럽의 트레드밀에 착안한 센터 암레스트, 덤벨에서 영감을 얻은 에어 벤트, 악력기를 닮은 도어 그립, 기타 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도어 포켓 등이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압권은 12.8인치 회전식 디스플레이다. 춘천에서 만난 지인이 보는 앞에서 버튼을 눌렀더니 ‘웅’ 소리를 내며 90도 돌아간다. 지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때는 세로로, 영상을 시청할 때는 가로로 설정하는 등 상황에 맞게 변화를 주는 기능이다.

아날로그 감성도 적당히 남겨둬 전통과 혁신의 조화를 꾀했다. 3D 서라운드 뷰, 전화, 음성인식, 크루즈 시스템, 디스플레이 회전 등 각종 기능을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버튼을 스티어링 휠(운전대)에 배치해 손쉽게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운전석 중앙에 위치한 5인치 클러스터(계기판)는 속도, 전비, 주행거리, 주행모드 등 차량의 주요 정보를 컬러 디스플레이를 통해 직관적이고 신속하게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서울로 복귀하는 저녁 무렵 남양주 일대에서 ‘물 폭탄’ 수준의 집중 호우를 맞았는데, 와이퍼 조작 또한 간편했다. 앙증맞게 작동하는 뒷유리 와이퍼가 포인트다.

공기 저항 계수를 0.29Cd까지 낮춘 공기 역학 설계와 차체의 낮은 무게중심이 빗길에도 안정적이고 매끄러운 주행을 이끌었다. 전기차 특유의 쭉 나아가는 직진성을 아토3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내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7.3초였다.

센터 콘솔 디자인은 항공기 조종석을 연상시켰다. 다만 전자식 기어 레버 조작은 다소 낯설었다. D(드라이브)와 R(후진), N(중립) 사이를 몇 번씩 왔다 갔다 하느라 애를 좀 먹었다. 순정 내비게이션 티맵을 장착해 국내 도로 주행 안내에 손색이 없었지만 음성인식 기능은 아쉬웠다. 여러 차례 목적지를 말해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BYD 최대 강점은 배터리를 비롯한 부품 수직 계열화와 정부 정책 지원에 힘입은 가격 경쟁력이다.

아토3 가격은 3150만원에서 시작한다. 상위 트림인 플러스 모델은 3330만원부터다. 출력(150㎾)과 환경부 인증 기준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321㎞)가 기아 EV3 스탠다드 모델(350㎞)과 비슷하지만, 가격은 그보다 800만원 가량 저렴하다. 테슬라 모델Y 등과도 2000만원가량 차이가 난다.

보조금을 더하면 일부 지자체에선 아토3 기본 모델의 경우 2000만원대 후반 가격으로 살 수 있다고 하니, 동승석에 앉아 있던 지인의 눈이 또 한 번 휘둥그레졌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기차 판매량(1162만대)은 2023년보다 40% 급증하며 글로벌 전체 전기차 판매량(1763만대) 중 약 3분의 2를 차지했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은 이제 내수 시장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는 추세다.

유럽 자동차 분석업체 자토 다이내믹스는 지난달 유럽 시장에서 테슬라 판매량이 716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감소한 반면 BYD는 7231대로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BYD가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추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BYD코리아는 최근 전국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아토3에 이어 중형 전기 세단 ‘실’(SEAL)이 올해 하반기 국내 상륙을 앞두고 있으며, 중형 전기 SUV ‘시라이언’(Sea Lion)도 시기를 조율 중이다. BYD 외에 지커, 창안, 샤오펑, 립모터 등이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토3의 흥행 지속 여하에 따라 이들의 움직임이 더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내수 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완성차 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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