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민감(敏感) 중국어] 누워서 총 맞기

2025-08-29

지난 15일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이 국제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회담이 끝나자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서유럽 6개국,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수장들이 워싱턴으로 달려갔다. 대서양 양안이 지도를 다시 그리는 형국이다.

중국은 속내가 불편하다. “중국은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유리한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 “러시아와 미국이 접촉을 유지하며 상호 관계를 개선해 우크라 위기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를 낙관한다.” 외교부의 대응은 중국식 ‘커타오화(客套話)’였다. 의례적인 인사치레였다.

‘진짜 마음을 담은 말’인 ‘전신화(眞心話)’, 즉 속내는 뭘까. 최근 국제평론가로 활약하는 가오즈카이(高志凱) 중국세계화센터(CCG) 부주임이 나섰다. 덩샤오핑 통역 출신인 그는 “동방의 대국은 누운 채 총을 맞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드러누운 채 총을 맞는다”는 탕창(躺槍)은 신조어다. 홍콩의 코미디언 저우싱치(周星馳)가 주연한 1990년대 영화 ‘도학위룡(逃學威龍)’에서 처음 나왔다. 중국판 N포 세대의 무기력증을 표현한 ‘평평하게 드러눕다’는 탕핑(躺平)에서 한참 더 나아간 말이다.

가오즈카이는 이유도 밝혔다. 첫째, 푸틴의 노림수는 미국·서방 국가와 관계 정상화다. 둘째, 미국은 러시아와 손잡고 중국에 대항하는 연러항중(聯俄抗中)이 필요하다. 셋째, 협상 테이블에 앉지 못한 중국이 메뉴판에까지 올려져서는 안 된다. 메뉴판은 지난해 2월 뮌헨 안보회의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 전 미 국무장관의 “국제 시스템 안에서는 테이블에 없다면, 메뉴에 오른다”는 섬뜩한 경고에서 유래했다. 그는 해법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할 9·3 천안문 열병식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초대할 것을 주문했지만 이미 늦었다.

알래스카의 미국 땅을 밟은 푸틴을 닉슨의 첫 중국 방문에 비유한 다른 전문가도 있다. 구소련의 해체가 닉슨의 방중 20년 후에 일어났다며 중국의 철저한 개혁을 촉구했다. 2차 세계대전 말기 처칠이 연필로 선을 그리면 스탈린이 동의했던 비밀회의도 되새겼다. 10분의 회의가 동유럽의 40년을 결정했다면서다.

내일 중국이 톈진에 22개국 정상을 초대한다. 서방이 빠진 역대 최대 상하이협력기구 확대 회담이다. 중국은 과연 탕창을 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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