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HCF, 창립 25주년 기념행사 열어
"앞으로 사내변호사들의 모임을 정기적인 모임으로 발전시키면 어떨까요?"
1998년 8월 서울 소공로 조선호텔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순서대로 한국IBM, 한국오라클,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각각 General Counsel(법률고문)로 활동하던 이원조, 이재욱, 오석주 미국변호사 이렇게 세 사람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던 중 이원조 변호사가 IT 기업 사내변호사들의 친목모임을 정례화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앞서 1998년 이재욱 변호사가 이원조 변호사에게 연락해 전화 한 통화로 한국IBM과 한국오라클의 계약 체결을 해결한 후 여의도의 일식집에서 만나 다른 사내변호사들에게도 연락해 자주 모임을 가지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후 오석주 변호사가 추가된 만남으로, 조선호텔 식사 후 6개월 후인 99년 2월 한국IBM에 입사한 이석우 미국변호사(현 두나무 대표이사)가 합류해 정기모임을 결성한 것이 한국 최초이자 한국의 대표적인 사내변호사단체로 발전한 인하우스카운슬포럼(IHCF)의 시작이다.
IT 기업 사내변호사들 친목 모임에서 시작
초대 회장을 맡았던 이원조 현 DLA Piper 한국총괄대표의 회고에 따르면, 처음엔 IT 기업 사내변호사들의 친목 모임 정도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템플턴의 김유니스 미국변호사가 합류해 금융분과를 신설하고 IT 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에 근무하는 사내변호사에게까지 문호를 개방하면서 IHCF가 본격적인 사내변호사단체로 정체성을 확립하고 회원의 증가 속에 발전을 거듭해 온 것이 IHCF의 25년이다.
2024년 현재 회원이 2,400명이 넘는 사내변호사단체로 발전한 IHCF가 11월 12일 저녁 서울 광화문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국내외 로펌 관계자와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25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2,400여명의 회원 중 외국변호사가 1,430명, 한국변호사가 1,030명이며, 한국변호사와 외국변호사 자격을 동시에 보유한 회원도 70명에 이른다.
한국의 법학교육 시스템이 바뀌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배출되기 시작하면서 한국변호사의 비중이 지금은 40%가 넘었는데, 초창기엔 외국변호사의 비중이 훨씬 컸다. 2대 회장을 역임한 이재욱 변호사는 이와 관련, IHCF가 왕성하게 활동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만 해도 사내변호사 중 외국변호사의 비중이 월등히 높았기 때문이라며, 당시 사내변호사가 가장 많았던 삼성에서도 외국변호사 위주로 사내변호사를 채용했다고 회고했다.
현재 IHCF의 외국변호사 회원의 국적별 자격은 미국변호사가 1,360명으로 압도적이지만, 호주변호사 77명, 영국변호사 20명, 캐나다변호사 10명, 독일과 중국변호사 각 6명의 순서로 분포되어 있다. 이외에도 뉴질랜드, 대만, 스페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일본, 폴란드, 코스타리카, 홍콩 변호사도 있다.
이날 창립 25주년 기념행사에서 박철영 IHCF 회장은 "1998년 첫발을 내디딘 인하우스카운슬포럼은 대한민국 기업 법무 분야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해오며 법률 전문가들의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고 자평하고, "법률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기술 발전, 그리고 빠른 속도로 globalization되는 경제 상황 속에서 사내변호사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더 큰 책임감으로 법무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회원들에게 주문했다. 또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회원 간의 지식 공유, 진솔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기업 법무의 미래를 이끌어나가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기념행사엔 김영훈 대한변협 회장과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장승화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 의장, 이재환 한국사내변호사회 회장, IHCF 고문인 김준기 연세대 로스쿨 교수와 김앤장 법률사무소 정경택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김상곤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이준기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오종한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강석훈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강영호 대표변호사, 폴 헤이스팅스 김동철 서울사무소 대표, OMM 신영욱 서울사무소 대표, 백재형 Kobre & Kim 서울사무소 대표, 조재경 Milbank 서울사무소 대표, 신경식 애쉬허스트-화현 합작법무법인 대표 등 국내외 로펌 관계자 여러 명이 참석해 IHCF의 창립 25주년을 축하했다. 법무법인 바른의 이동훈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린의 임진석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이정란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YK의 대표변호사인 권순일 전 대법관, 조영희 법무법인 LAB 파트너스 대표변호사 등도 참석했다.
"인하우스카운슬포럼 25년사" 발행
IHCF는 창립 25주년을 기념해 "인하우스카운슬포럼 25년사"도 발행했다. IHCF가 탄생하게 된 25년 전의 생생한 역사와 IHCF와 회원들의 다양한 활동, 사내변호사의 세계 등을 조명한 여러 스토리를 담았다. 좌담을 통해 '사내변호사의 삶', 사내변호사와 로펌 변호사의 관계 등에 대한 진솔한 생각을 소개한 '사내변호사 VS 로펌 변호사' 특집이 특히 주목을 끌었다.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사내변호사=사내변호사는 기업에 근무하는 변호사를 일컫는 말이다. 20세기 말 우리나라에 진출한 글로벌 IT 기업 중심으로 외국변호사를 사내변호사로 채용하기 시작했다. IHCF 출범을 이끈 이원조 변호사와 이재욱 변호사가 1세대 사내변호사라고 할 수 있다. 사내변호사를 채용하는 추세는 점차 확산해 글로벌 IT 기업에서 글로벌 금융기업, 국내 대기업으로, 최근에는 국내 중견기업까지 변호사를 채용하고 있다. 2012년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배출되기 시작하면서 사내변호사의 숫자가 급격히 증가해 현재는 대략 6,000명 정도의 변호사가 사내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내변호사가 등장하기 시작할 무렵에는 외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외국변호사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국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배출되면서부터 한국 변호사 비중이 증가해 현재는 한국 변호사가 전체 사내변호사 직군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사내변호사는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법률적인 이슈의 해결뿐 아니라 경영상의 판단에 참여하게 된다. 이 점이 로펌 변호사나 개업 변호사와 가장 다른 점이다.
다음은 4대 회장을 맡았던 이석우 현 두나무 대표가 정리한 사내변호사의 역할.
"길을 잃은 사람이 지나가는 변호사에게 자기가 길을 잃었다고 하며 여기가 어디쯤인지 물어보았다. 변호사는 친절하게 그 사람이 서 있는 곳의 좌표를 정확하게 알려주고 가던 길을 갔다. 위치를 물어본 사람에게 가장 정확한 대답을 한 것이지만 GPS 좌표가 길을 잃은 사람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틀린 답은 아니지만, 길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답변일 것이다. 로펌 변호사가 좌표를 찍어준 변호사의 역할을 한다면 사내변호사는 좌표를 활용해 난관을 극복할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사내변호사 VS 로펌 변호사=박철영 회장과 3명의 부회장인 김필용, 정원영, 손송이 변호사 등 4명의 사내변호사와 로펌에서 활동하는 김앤장의 데이빗 워터스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의 민세동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의 이지연 변호사가 함께 참석해 좌담한 내용으로, 사내변호사들은 사내변호사 직업의 장점으로 균형 잡힌 워라밸을 가장 먼저 꼽고 다음으로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작부터 끝까지 관여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손송이 변호사는 "전 직장에 사내변호사로 있을 때 해외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담당했었는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법률 검토 건이 있을 때마다 로펌 변호사에게 자문을 요청했다. 나는 그분들의 자문을 받아서 일을 처리하고, 잘 반영되었는지 확인하러 발전소 건설 현장에 직접 방문했고, 그렇게 하다 보니 발전소가 지어지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확인할 수 있었고, 완공되었을 때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보람을 느꼈다"고 소개했다.
로펌 변호사의 장점으론 사내변호사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급여 수준이 사내변호사의 워라밸을 갈음할 수 있는 장점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또 다양한 클라이언트 회사와 상담하기 때문에 다양한 회사의 속사정을 알게 되고, 이는 산업 전반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으로 이어진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나왔다.
이와 관련, 25년의 변호사 생활 중 12년을 사내변호사로, 나머지 기간은 로펌에서 근무하며 거의 반반씩 사내변호사와 로펌 변호사를 경험한 데이빗 워터스 변호사가 로펌과 인하우스카운슬의 차이는 어카운팅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며 사내변호사와 로펌 변호사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로펌에 근무하는 변호사는 직접적인 매출을 발생시켜야 한다. 로펌은 법률 상담이 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는 매출을 올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사내변호사는 완전히 다른 입장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사내변호사는 지원 업무, 즉, 매출 발생을 위한 비용이다. 사내변호사는 매출을 올리기 위해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비용 중 하나이기 때문에 늘 자기 가치를 증명할 것을 요구 받고 있다. 사내변호사가 주로 하는 일은 계약서를 검토하거나 소송이 생기면 이를 처리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일을 많이 하는데도 불구하고 로펌을 이용하는 것이 사내변호사를 고용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라면 아마 사내변호사를 채용하지 않고 로펌에 직접 자문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로펌에 자문을 구하는 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사내변호사를 고용하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각자의 직역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사내변호사들은 경영진이나 사업부로부터 빠른 법률적 판단을 요구 받고, 로펌의 자문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재촉에 시달리며, 이외에 승진 스트레스도 견뎌야 할 스트레스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에 비해 로펌 변호사는 직접적인 매출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한데, 성과가 정확한 수치로 나오기 때문에 이에 대한 압박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했다. 사내변호사와 로펌 변호사가 처한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도 다르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