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사사법 공조절차에 따라 외국 법원이 작성한 피해자 신문조서가 증거로 인정되면서 동료에게 흉기를 휘두른 피고인이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13일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2018년 8월 경기 의왕의 한 회사 숙소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동료 B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검찰에 피해 사실을 진술하고 같은 해 11월 중국으로 출국했다.
1심 과정에서 A씨 측은 피해자 진술조서를 증거로 사용하는데 동의하지 않으면서 재판부는 B씨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B씨가 출국 이후 연락이 되지 않자 재판부는 증인 채택을 취소하고, 검찰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공판기일에 진술해야 하는 사람이 외국 거주 등으로 진술할 수 없을 때는 예외적으로 조서를 증거로 쓸 수 있다.
그런데 2심 재판부는 B씨 사례가 진술조서를 예외적으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B씨가 수사 과정에서 계속 ‘곧 출국할 예정’이라고 말했는데도, 검찰이 해외 연락처를 확인하거나 B씨의 출국을 미루게 하는 등 직접 진술하게 할 수단을 강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2심은 중국 사법당국에 국제형사사법 공조 절차를 요청했고, 이에 따라 중국 길림성 고급인민법원에서 이뤄진 B씨의 신문기록을 증거로 인정해 1심과 동일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가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형사사법 공조 절차에 따라 취득된 진술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