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세계, 세계의 혼돈

2025-10-30

세계가 혼돈에 빠져있다. 인류의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와 삶의 평온은 더 나빠지고 있다. 무엇보다 인류 공통의 기준과 가치가 실종되었다.

사회주의 붕괴와 탈냉전·세계화로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의 완전 승리를 운위한 때가 어제인데, 오늘은 민주주의의 위기와 사망,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종언을 말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최절정 시기에 민주주의의 급격한 침몰과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대후퇴를 목도하는 현실은 정녕 당혹스럽다.

탈냉전 후 자본주의로 세계 통일

오직 국익 다투는 미·중 경쟁 시대

보편 가치·기준과 세계책임 실종

새로운 보편·미래·희망 창출 화급

정반대의 두 세계 행정(世界 行程)이 같은 시대에 등장하였다는 점에서 오늘날은 근대 이후, 또는 인류사 최대 역설의 시기인지 모른다. 우리 세대는 사회주의 붕괴, 냉전 해체, 세계화, 민주주의 확산이 가져다준 세계 기회와 세계 희망을 망쳐놓은 무능과 몽매의 세대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두 제국 미국과 중국의 오늘의 내부 모습과 상호 대면 방식은 세계혼돈을 상징하고 주도한다. 무엇보다 두 나라는 너무 닮아가고 있다. 정밀하게 비교하면 권력의 사인화와 1인 집중, 자본주의화, 포퓰리즘, 극단적 자국 우선주의, 심각한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과두화의 측면에서 둘은 아주 유사하다. 어떤 것은 지표도 동일하다.

특히 보편의 상실은 가장 심각하다. 도대체 세계공공재와 보편가치를 선도할 존재가 실종되었다. 국익! 국익! 말고는 글로벌 공공재와 공동선은 사라졌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처럼 두 제국의 세계 상실을 상징하는 것도 없다. 객관적으로 유일 세계제국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에 매몰되면서 세계가치와 세계연대의 주도력과 책임을 스스로 내려놓고 있다. 경제와 물질의 제국 중국은 유교·공자·중화주의로 역진하면서 신체 성장과 정신 연령이 불일치하는 가분수 국가가 되고 말았다. 근대의 표준을 만든 유럽은 수동적인 제3요소로 전락한 지 오래다.

우주·물질·생물·인간관계·정신분석의 주요 발견들이 지적하듯 성질이 다른 두 요소가 과도하게 접근·동조화할 경우 일정 상황에서는 이탈·탈동조화의 흐름을 보인다. 임계 동조화, 중첩 동조화를 말한다. 오늘날 미·중 갈등의 본질이다. 미·중은 소련을 붕괴시키려 너무 급속도로 접근하였다. 세계화 시대 역시 중국 성장의 제일 요인은 미국의 초청과 특혜이며, 미국 번영의 핵심 요소는 중국의 노동력과 상품이었다.

지금 인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통일되어 있다. 그 사이에 인류는 보편을 잃었다. 미국식 자본주의, 유럽식 자본주의, 중국식 자본주의가 다만 국익을 위해 경쟁하고 있을 뿐이다. 중국? 사유재산, 불평등, 대기업, 노동조합 결성 밀도에서 중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확고하다. 중국에서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는 헌법·당명·당장(黨章)에만 규정되어있을 뿐이다.

세계가 단일제국이나 단일종교, 단일요소로 통일되면 공통의 미래를 상실할 것이라는 최고 현자와 철인들의 깊은 지혜는 결코 허언이 아니다. 공존과 보편을 향한 경쟁과 갈등이 초래하는 새 출구와 새 희망의 실종을 말한다.

최근 세계 주요기관들의 발표를 보면 보편의 퇴락과 망실은 확연하다. 놀랍게도 오늘의 세계민주주의는 인구·국가·영토·경제력을 기준으로 각각 40년, 30년 전 수준이거나, 50년래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민주화는 21세기 초를 정점으로 확연히 독재화의 흐름으로 역전되었다. 민주 대 독재의 세계적 상승과 하강의 교차는 명징하다. 양심과 종교의 자유, 언론·표현·집회·결사의 자유, 선거신뢰, 정당활동, 정의, 부패, 복지, 정부책임을 포함한 주요 민주주의 구성요소는 모두 크게 후퇴하고 있다.

특히 경제력 기준은 최악의 후퇴다. 세계화 이후 불평등은 일관되게 악화하였다. 상세 지표를 보면 세계 극소수 최최상층과 최상층과 상층으로의 부의 집중은 가위 충격적이다. 반면 중산층·하층·최하층·최최하층의 몫은 나날이 줄어든다. 가장 놀라운 국제지표는 -이 세계평화와 세계번영의 시기에- 오늘의 주요 불평등 지표가 두 세계대전 시기와 맞먹는다는 점이다. 냉전 시기의 평등 수준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지금은 세계난민 숫자도 세계전쟁 때보다 더 많다. 노동의 조직과 교섭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밖의 사회주의와 안의 견제 붕괴로 인해 외부와 내부의 도전을 통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특유의 자기 갱신과 포용이 중단된 결과가 오늘의 혼돈 중심 요인이다.

과거 전제·독재·전체주의·공산주의와의 대결 시기에는 무엇이 진보이고 자유이며, 누가 세계와 보편의 편인지가 명확했기에 인류의 희망과 선택은 분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보편도 기준도 경계도 동시에 희미해지고 있다.

다시 길을 찾아야 한다. 지금은 누군가 인류 “모두를 다시 위대하게!”(Make All Great Again. MAGA) 이끌어갈 새 보편과 새 희망의 창출에 앞장설 때다. 우리는 어떤가?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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