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나뉜 세대…다시 함께 ‘풍선을 타고’ 날아올라

2025-05-11

요즘 가요계는 팬덤으로 잘게 나눠져 세대를 아우르는 히트곡이 없다. “히트곡은 그 음반을 산 사람만 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부모와 자식 세대가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찾아보면 동방신기가 리메이크한 ‘풍선’ 정도가 있다. 원래 밴드 다섯손가락이 1986년에 발표한 노래인데, 2000년대 들어 무대에서 다시 부르자 동방신기 팬들이 “왜 우리 오빠들의 노래를 부르냐”며 항의했다고 한다.

‘풍선’은 다섯손가락 멤버 이두헌이 작사하고 가수 김성호가 작곡한 노래다.

“지나가버린 어린 시절엔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예쁜 꿈도 꾸었지 / 노란 풍선이 하늘을 날면 내 마음에도 아름다운 기억들이 생각나.”

다섯손가락은 이두헌·임형순 등이 주축이 된 록밴드로 1985년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과 ‘새벽기차’ 등의 히트곡을 냈다. 하지만 록밴드가 흔히 그렇듯 1집 이후 멤버들이 교체되며 시련을 겪었다. 이때 도움을 준 인물이 김성호다. 그는 ‘김성호의 회상’ ‘웃는 여잔 다 이뻐’ 등을 만들고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노래한 가수다. 해체 위기의 다섯손가락에게 정신적인 힘이 돼주며 ‘풍선’의 멜로디를 줬다. 그러자 이두헌이 만화에 착안해 가사를 썼다.

예전에는 만화가 주로 월간지에 연재됐다. 특히 ‘보물섬’은 인기 만화 잡지였다. 연재된 만화 중에는 김동화 작가의 판타지 순정만화 ‘요정 핑크’도 있었다. 정략 결혼을 피해 요정나라에서 지구로 도망 온 주인공 핑크의 이야기다. 이두헌은 핑크가 풍선을 타고 하늘을 날아가는 장면에 착안해 ‘풍선’의 노랫말을 썼다. 김동화는 이 외에도 대중가요와 인연이 있다. 그는 1986년 가수 강인원과의 인연으로 노래 ‘영어선생님’ 가사를 써주기도 했다. 김동화는 이 노래를 기반으로 동명의 2권짜리 만화책을 출간했다.

이후 다섯손가락은 해체했고 그들의 대표곡으로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이 오래도록 첫손에 꼽혔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복고 열풍이 불면서 2006년 보이그룹 동방신기가 ‘풍선’을 리메이크해 다시 히트시킨 것이다. 다섯손가락은 재조명됐고 ‘풍선’의 원곡 가수로 불리며 서는 무대도, 찾는 방송도 늘었다. 그들의 운명은 ‘풍선’처럼 다시 날아올랐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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