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벨기에 화학소재 기업인 유미코아가 한국에 2000억원을 투자한다. 충남 천안 양극재 공장 증설에 나선다.
유미코아는 “한국 설비투자에 1억2000만유로(약 1912억원)를 투입한다”며 “오는 2028년까지 양극재 생산 능력을 배터리 물량 기준 40기가와트시(GWh)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현재 천안 공장 생산능력은 30GWh 규모로, 이를 10GWh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양극재 기준 생산능력은 5만~6만톤에서 7만~8만톤으로 2만톤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유미코아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만드는 글로벌 기업이다. 1999년부터 천안 사업장을 운영 중이다.
증설은 일본계 중국 이차전지 제조사인 엔비전 AESC에 공급하기 위해 추진됐다. 유미코아는 당초 엔비전 AESC용 양극재를 캐나다 온타리오주 공장에서 만들 예정이었다. 그러나 회사는 지난해 캐나다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라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그러다 다시 한국 증설로 선회했다. 엔비전 AESC용 양극재 공급 시기가 다가오고, 최근 미국발 관세 정책 영향으로 한국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유미코아의 국내 투자는 국내 양극재 경쟁사 대비 부족한 생산 능력을 보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퓨처엠의 양극재 연간 생산 능력은 20만톤 내외로, 유미코아 천안 공장보다 많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유미코아가 대규모 투자 없이 생산 설비 효율화 등으로 생산 능력을 조금씩 늘려왔다”며 “전기차 캐즘에도 국내 고객사인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중장기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려면 증설이 필요한 만큼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미코아의 투자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미코아는 투자 확대에 보수적으로 접근해 왔던 기업”이라며 “생산능력이 대폭 늘어나는 건 아니지만, 투자 자체가 국내 배터리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