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무기도 되고 약도 되는 날개를 가진 나무

2025-01-26

2025년 을사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다들 새 달력의 맨 첫 장을 힘차게 펼쳤을 테지요. 언제나 1월이 되면 새로운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작년 계획 중 못 이룬 것에 한 번 더 도전해보며 기회가 다시 주어진 것 같아 왠지 여유도 생기는 때이기도 하죠. 여유를 즐기는 방학 동안 좀 쉬면서 밖으로 나가서 산책을 한번 해봐요. 추운 겨울엔 멀리 산에 가기보다 우리 동네에 있는 공원 산책을 하는 게 좋습니다. 주변 공원에만 가도 볼 수 있는 자연은 아주 많지요. 공원은 키 큰 나무, 키 작은 나무, 봄에 꽃피는 나무, 여름에 꽃피는 풀 등 공간과 시간상으로 볼거리가 많게 다양하게 조경해 놓거든요. 공원 나무로는 키 큰 나무보다는 주로 관목이 많습니다. 심는 관목도 몇 가지로 정해져 있는 편이죠. 개나리부터 조팝나무, 사철나무, 쥐똥나무, 수수꽃다리, 작살나무, 덜꿩나무, 화살나무 등인데요. 그중 화살나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화살나무라니 이름이 특이하지요. 화살과 당연히 연관이 있습니다. 화살을 만드는 재료는 아니고요. 줄기에 화살의 깃털처럼 생긴 날개 같은 것이 나 있어서 딱 보기에도 화살과 닮아 화살나무라고 합니다. 화살 깃 같은 건 코르크층인데 일종의 자기 보호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요. 아까시나무 같은 나무들은 잎이나 어린줄기를 보호하기 위해서 가시를 만들어 냈는데 화살나무는 코르크층으로 그 역할을 대신하는 거죠. 가시가 있는 나무들처럼 어린 가지와 줄기에 2~4줄로 발달하고 나무가 자라면서 사라집니다. 화살나무는 노박덩굴과로 학명은 ‘Euonymus alatus’라고 하는데 여기서 ‘alatus’는 라틴어로 ‘날개가 있는’이란 뜻입니다. 역시 줄기에 난 코르크층 날개를 보고 지은 이름이겠지요.

어릴 적 시골에 살 때 어머니께서 몸이 안 좋으시면 산에서 화살나무를 베어다 달여서 드시곤 하셨는데요. 왜 화살나무를 달여 드셨냐고 물으니 허리가 아파서 그랬다고 하십니다. 화살나무의 효능은 어혈을 제거하고, 항균·항염 작용, 고혈압, 동맥경화, 기관지 질환에 좋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 시켜서 당뇨에도 좋고, 항암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말만 들으면 거의 만병통치약 같지요. 그래서 시골 어르신들이 화살나무를 약재로 많이 애용하신 듯합니다. 화살 깃 날개 같은 코르크층부터 가지와 열매까지 다 약재로 쓰고, 새순은 나물로도 먹죠.

화살나무와 마찬가지로 공원 조경에 많이 활용돼 흔히 보는 사철나무도 노박덩굴과 나무입니다. 노박덩굴과 식물들은 열매가 비슷해요. 가을에 열매가 익으면 겉껍질이 벗겨지면서 안에서 주홍색 씨앗이 나오는데 비슷하게 생겨서 열매만 보고는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밖으로 나온 주홍색 열매는 그 색깔이 선명해서 눈에 잘 띄죠. 그래서 새가 따 먹고 번식을 시켜줍니다.

화살나무는 열매뿐 아니라 잎도 빨갛게 단풍이 드는데 의외로 아주 색이 진합니다. 단풍이 아름다워 단풍나무라고 이름 붙여진 나무도 있지만 찾아보면 더 이쁜 단풍을 가진 나무들도 많지요. 사람들의 관점의 차이겠지만 느티나무의 단풍이나 붉나무나 화살나무의 단풍도 진하고 아름답습니다. 단풍나무가 없었다면 단풍나무라는 이름을 어떤 나무가 가져갔을지 모르겠네요.

지금은 국궁장이나 드라마·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화살. 그 화살을 닮은 화살나무는 여기저기 공원에 심어져서 누구에게 어떤 화살이 되어 꽂힐까요? 누군가에게는 단풍이 아름다워서 ‘우리 집에 이 나무 심고 싶다’ 하고 식물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는 효시(嚆矢·소리가 나는 화살로 옛날 전쟁을 알리기 위해 쏘았던 고사에서 유래해 맨 처음을 비유적으로 이름)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연인과 데이트했던 공원 추억의 나무로 인식되어 큐피드의 화살이 될 수도 있겠지요. 저마다의 상황에 맞춰 거기에 맞는 화살이 되는 것입니다.

화살나무는 자신의 잎을 갉아 먹으려는 초식동물이나 애벌레들을 막아내는 무기로 코르크층 날개를 활용합니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올 한 해 힘든 상황에 나를 지켜줄 무기는 어떤 것이 될지, 기운이 빠질 때 나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어떤 일이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