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왜 쿠팡과 함께 '대유위니아'를 청문회에 불렀나

2025-01-23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택배노동자 심야노동 등 근로조건 개선·대유위니아그룹 임금체불 관련 청문회에서 안호영 위원장이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간사와 대화하고 있다. 2025.1.2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쿠팡·대유위니아 청문회'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이번 청문회는 지난해 11월 쿠팡 청문회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 참여자가 5만명을 넘어서면서 열리게 됐다. 그런데 환노위는 쿠팡뿐 아니라 대유위니아도 함께 소환했다. 왜 환노위는 대유위니아를 청문회에 세울 수밖에 없었을까.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유위니아의 임금체불 규모는 1196억원이다. 이중 현재까지 320억7100만원만 청산됐다. 전체의 26.8%에 불과한 액수다. 환노위 소속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유위니아그룹의 △위니아전자 △위니아 △위니아전자매뉴팩쳐링 등 3사에서도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1196억6200만원의 임금이 체불된 것으로 확인됐다.

에어컨·김치냉장고 시장에서 대기업과 어깨를 견줄만한 저력을 과시했던 대유위니아는 코로나19로 급격히 사세가 위축됐다. 코로나19가 초기에 발발했던 중국의 톈진 공장이 가동을 멈췄다. 설상가상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으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화했고, 이에 따라 회사 매출이 급감하면서 크게 휘청였다. 누적적자가 커지던 대유위니아는 2023년 10월 36억원 규모의 만기어음을 막지 못하면서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 2087명의 임금이 체불됐다.

문제는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이 사태 해결을 위한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단 점이었다. 박 회장은 2023년 환노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산 매각을 통한 체불임금 변제를 약속한 바 있다. 당시 박 회장은 "골프장(몽베르CC)과 사옥 등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며 매각이 완료되는 대로 체불임금 변제에 최우선으로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골프장은 3000억원에 매각됐으나 변제에 투입된 금액은 매각가의 1%인 30억원에 불과했다. 작년 7월 박 회장 일가가 소유했던 서울 강남구 선릉대유타워가 670억원에 팔렸으나 변제에 쓰이지 않았다. 이런 상태서 박 회장 일가는 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평가되는 대유에이텍 주식을 대거 매집했고, 사태 해결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된 환노위는 국민이 요구한 쿠팡 청문회에 대유위니아를 함께 소환했던 것이다.

[성남=뉴시스] 김종택 기자 = 수백억원대 임금 및 퇴직금을 체불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영우 대유위니아 회장이 19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박 회장은 300명이 넘는 근로자들의 임금 및 퇴직금 총 347억원을 체불한 혐의를 받는다. 2024.02.19. [email protected] /사진=김종택

지난 21일 열린 쿠팡·대유위니아 청문회는 싱겁게 마무리됐단 평가가 지배적이다. 쿠팡의 실질적 소유주인 김범석 쿠팡Inc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과 박영우 회장이 불출석했기 때문이다. 박영우 회장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현재 수감 중이고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박 회장 배우자인 한유진 전 대유몽베르CC 고문도 건강상의 이유로 해외에 있다며 국회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

의원들의 질의는 출석한 박 회장의 차녀 박은진 대유에이텍 부사장에 집중됐다. 1990년생인 박 부사장은 미국 뉴욕대에서 학업을 마친 뒤 2014년부터 국내 모 경제지에서 기자로 재직하다 2018년 위니아딤채 부장으로 입사했다. 입사 후 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경영수업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박 부사장은 이날 의원들 질의에 대부분 "모른다"고 답했고, 안호영 환노위원장은 "(여야) 간사와의 합의를 통해 불출석한 증인들에 대해 고발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지에 대해 협의하겠다"고 예고했다.

청문회 후 불출석한 박영우 회장 일가 등을 어떻게 처리할지 여부를 놓고 환노위원장과 여야 간사 간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내달 11일 박 회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 결과를 지켜본 뒤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1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박 회장에 징역 1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환노위 야당 간사 김주영 민주당 의원은 박 회장 선고공판 전날인 내달 10일 대유위니아 노조와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주영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박영우 일가는 임금체불 문제 해결 의지는 보이지 않고 가족회사로 계열사 지분을 인수해, 일가 자산 증식과 지배구조 확대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이러한 악질적 형태가 오랜 기간 자행돼왔고, 현재 그 일가의 사재 출연 외에는 별다른 방도가 없다는 점에서 깊은 절망감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이번 환노위 청문회에서 대유위니아그룹 임금체불 사태 해결 및 박영우 회장 엄벌 촉구 결의문을 채택했다"며 "이 결의문이 실질적 힘을 받고 사태 해결에 발판이 될 수 있도록 국회가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역대급 임금체불 사태에 대한 박영우 회장 일가에 대한 고발 조치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박 회장 재판 결과가 나오는데 책임을 묻을 수 있도록 재판부에 공정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박은진(왼쪽) 대유에이텍 부사장(박영우 회장 차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쿠팡 택배노동자 심야노동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01.21. [email protected] /사진=조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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