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한 2024년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해 초 22대 총선이 진행됐고 하반기에는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미국을 포함해 50여 국가에서 선거가 진행됐고, 유럽과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는 지속된 한 해였다. 올해 말미에는 계엄·탄핵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다양한 정치적·사회적 이슈 속에서 올 한해 우리 산업계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FETV 편집국이 짚어보았다. <편집자주>
[FETV=김선호 기자] 롯데그룹의 2024년 핫 키워드는 단연 ‘유동성 위기설’이었다. 모라토리움(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것이라는 ‘지라시’로 곤혹을 치르기는 했지만 신속대응에 나서며 재무 위기를 극복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올해를 사업 전환기로 삼아 재도약을 이뤄낼 계획이다.
롯데그룹 계열사 중 가장 먼저 '비상경영'을 선언한 건 호텔롯데의 면세사업부(롯데면세점)였다. 올해 6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며 영업면적 축소, 희망퇴직 등을 진행하며 사활을 건 생존전략을 시행했다. 불황기에 접어든 면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조치였다.
이어 롯데케미칼, 롯데지주, 코리아세븐 등이 잇따라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지주사인 롯데지주를 포함해 그룹 전반 계열사가 사실상 사업구조 전환 등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에 나선 셈이다. 이는 총수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지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올해 초 일본 매체와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등 주식상장, 편의점과 타사 주류사업 매수 등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을 확대했지만 지금은 방침을 바꿨다”며 “매각도 일부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몇 년을 해도 잘되지 않는 사업은 타사에 부탁하는 것이 직원들에게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앞으로도 몇 개를 매각할 것”이라고 전했다. 부진 사업 정리 의지를 내비치며 바이오 테크놀로지, 메타버스, 수소에너지, 이차전지 소재 등을 신성장 영역으로 꼽았다.
이에 맞춰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최근 각각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퀴티파트너스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자금으로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한 후 중장기 전략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을 정리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매각 작업과 바이오‧AI(인공지능)등 신사업 투자를 통한 성장 등 투트랙 전략을 실행해나갈 방침이다.
이 가운데 롯데케미칼이 적자경영으로 인해 불거진 사채관리계약 조항 내 재무특약 미준수 건은 롯데물산이 소유한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하면서 사채권자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롯데케미칼은 특약 조정을 모두 이뤄내면서 재무 위기를 넘겼다.
롯데케미칼 등 화학을 제외하면 롯데그룹의 주요 사업은 호텔‧유통‧식품군으로 분류된다. 그중 호텔군의 주요 계열사 호텔롯데는 각 사업부의 대표가 2025년 정기인사에서 모두 교체됐다. 특히 롯데지주에서 경영리스크를 관리해온 정호석 부사장이 호텔롯데 대표로 선임됐다.
유통군의 주요 계열사 롯데쇼핑은 그동안 점포 구조조정과 희망퇴직 등을 진행하며 신성장 동력을 가동시키기 위한 채비를 했다. 롯데쇼핑의 마트는 오카도와 협업하는 ‘e그로서리’를 탑재시켜 온오프라인 간 시너지, 백화점은 대형 쇼핑몰을 확대시켜나고자 한다.
식품군을 이끄는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는 2022년 롯데푸드를 합병한 후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고부가가치 포지셔닝으로 전환하고 해외에서는 인도 기반 성장, 메가브랜드 육성으로 2028년 전체 매출 5조5000억원 달성을 목표했다.
신성장 영역에 해당하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1월 미국 BMS사로부터 시러큐스 공장 인수를 완료했다.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은 2024년 3월에 착공했고 2027년 중에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생산 준비를 완료할 예정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기존 핵심사업은 수익성 제고 및 경쟁력 강화를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포트폴리오 고도화 관점의 사업과 자산의 효율화에 힘쓰고 있다”며 “신성장 동력 발굴과 육성으로 지속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