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2, 3세 시대 돌입…상속세 마련에 업계 판도 '흔들'

2025-01-15

[비즈한국] 제약업계가 상속세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높은 편이다. 한미그룹은 지난해 5400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의 조달 방안을 두고 가족 간 갈등이 계속됐다. 제약사 대부분이 2~3세 경영에 돌입한 만큼 상속세 부담을 안고 있다.

보령그룹은 최근 잇달아 자산을 매각하며 오너 3세 김정균 대표의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령은 지난해 자회사인 보령바이오파마를 사모펀드에 322억 원에 매각하고, 자금 일부로 보령파트너스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본사 건물을 1315억 원에 매각하고, 연말에는 자회사인 바이젠셀 지분 절반을 매각했다. 보령은 올해 8월 보호예수가 해제되는 나머지 지분도 매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제약업계는 승계 시 지주사로 전환하는 방식을 주로 택했다. 상속세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동아제약은 2013년 지주사로 전환하고 동아쏘시오홀딩스, 동아에스티, 동아제약으로 분할했다. 일동제약은 2016년 지주사인 일동홀딩스를 두고 사업 부문별로 일동제약, 일동바이오사이언스, 일동히알테크를 신설했다. 같은 해 휴온스도 지주회사인 휴온스글로벌과 사업회사인 휴온스로 나눴다. 녹십자, 대웅제약, JW중외제약, 한미약품, 종근당 등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현재 2~3세 경영에 돌입한 제약사는 적지 않다. 지난해 대원제약, 삼진제약, 한독, 동국제약 등 제약사를 비롯해 SK바이오팜,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 기업에서도 ​오너 3세들의 승진이 이어졌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023년 그룹 합병 자리에서 “상속세 때문에 내가 죽으면 (회사는) 국영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해 주목받았다. 서 회장이 내야 하는 상속세 규모는 6조 원 정도로 관측된다. 2023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통합된 이후 아들 서진석 대표이사가 셀트리온 공동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유한양행이다. 창업주 고 유일한 박사는 1969년 경영권을 전문경영인에 넘겼다. 유 박사의 손녀인 유일링 여사는 유한학원 이사로만 참여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최대주주는 공익재단인 유한재단이다. 최근 경영권 분쟁을 겪은 한미약품도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을 앞두고 있다.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린다. 아들 서진석 대표이사가 최근 처음으로 셀트리온 주식을 취득했는데, 서 회장은 과거 여러 차례 상속세 부담 때문에 2세 승계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한 바 있다.

제약업계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상속세 감세를 기대했다. 지난해 6월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기업을 자녀에게 물려주려고 할 때 세금을 내고 나면 기업 경영권이나 기업 자체를 물려줄 수 있는지가 불확실해진다. 자본이득세 형태로 전환해 대부분 국가가 가진 세금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히며 드라이브가 걸리는 듯했다. 하지만 야당의 강한 반대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 및 수사로 사실상 세제 개편은 동력을 상실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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