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호수' 위 커피가 달다…카톡 꺼지는 '조용한 모험'의 성지

2025-10-15

네온사인과 홍등, 끝 모르고 붙는 야시장 호객꾼. 불야성을 이루는 휴양지 태국 푸껫과 파타야의 일상 풍경이다. 이 모든 소란함이 내키지 않는 여행자에게 태국 남부 끄라비는 탁월한 선택이다.

끄라비 ‘아바니 아오낭 클리프 끄라비 리조트’에 도착하니 인피니티 풀 너머로 석회암 절벽이 눈 앞을 가렸다. 리조트 앞 백사장에 앉아 해변을 둘러싼 기암괴석을 멍하니 바라봤다. 평온이 몰려왔다.

'쥬라기 월드'의 고장

방콕에서 환승해 1시간 20분 만에 끄라비 공항에 닿았다. 끄라비는 유럽에도 퍽 이름난 휴양지다. 바다뿐 아니라 호수와 열대우림도 있다.

리조트 앞 아오낭 해변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담수호 클롱 루트에서 카약을 탔다. ‘거울 호수’라는 별명답게 수초가 훤히 보일 정도로 물이 투명했다. 느긋하게 노를 젓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렸다.

어느새 다다른 맹그로브 숲은 볕이 잘 들지 않아 으스스했다. 영화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의 촬영지라더니, 공룡이 불쑥 나타난다 해도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한참 물놀이를 즐긴 뒤, 갓 수확한 파인애플과 코코넛 워터를 맛보고 해먹에 누워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풋잠이 들었다. 무릉도원이었다. 끄라비가 ‘조용한 모험’의 성지로 통하는 이유를 곧장 깨달았다.

“웰컴 투 정글”…오싹오싹 정글 탐험

끄라비 공항에서 차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란타 섬은 정글 트레킹으로 정평이 났다. 현지 가이드 포니와 정글에 들어서자마자 뒷걸음질부터 쳤다. 수풀 사이로 초록빛 뱀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방인의 방문을 경계라도 하는 듯, 원숭이들도 나무 위를 정신없이 오갔다. 길 가던 현지인 남성이 농담처럼 툭 던지는 말이 의미심장했다. “슈퍼 포이즌. 댄저러스. 웰컴 투 정글.”

심호흡하고 본격적으로 정글 탐험에 나섰다. 도마뱀·박쥐 등 야생동물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밀림을 20분쯤 걸으니 방향 감각이 사라졌다. 휴대전화 신호는 진즉 끊겨 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가로로 쓰러진 고목을 포복 자세로 빠져나와 고개를 드니 비경이 펼쳐졌다. 빽빽한 열대우림 사이로 물줄기가 쾌속 낙하 중이었다. 이 정글의 숨겨진 보물 클롱착 폭포였다.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시원한 폭포 아래서 열을 식힌 뒤 정글을 빠져나갔다.

계획대로 흐르지 않더라도…

또 다른 숙소 아바니플러스 코란타 끄라비 리조트에서 몸을 뉘었다. 바다 전망의 풀빌라 수영장에서 물장구치다 보니 어느덧 석양이 지고 있었다. 오렌지를 짠듯한 빛이 바다를 하염없이 물들였다.

리조트 직원의 안내를 받아 뱃사공과 곤돌라를 타고 일출을 보는 액티비티를 예약했다. 이튿날 새벽 어스름을 뚫고 곤돌라에 올라탔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해가 비치지는 않았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고요한 호수 위를 전세라도 낸 것처럼 떠다니는 경험은 그 자체로 온전했다.

비와 물총새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배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했다. 여행도, 인생도 꼭 계획대로 흐르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고.

여행정보

끄라비는 한국에서 직항편이 없다. 방콕 쑤완나품 공항까지 약 6시간, 다시 끄라비 공항까지 1시간 20분이 걸린다. 비가 적게 오고 무덥지 않은 12~3월이 여행 적기다. 끄라비 아오낭 해변과 란타 섬에 고급 리조트가 줄지어 있다. 아바니플러스 코란타 끄라비 리조트에서는 투숙객을 위해 정글 탐험, 섬 탐험, 보트 투어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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