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연합과 어느 쪽이 부분적 승리하든 공존 상태로 가야""MBK, 고려아연 매각 못하거나 단기적 수익 못 내면 게임 달라져"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이슬기 기자 = 영풍·MBK 파트너스(이하 MBK)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010130] 최윤범 회장은 오는 23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영풍·MBK 연합과의 표 대결과 관련, "제 입장에선 '안 지면 이긴다'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스윙보터인 주주들이 허락하는 기간 회사를 경영할 기회가 다시 한번 주어지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회사로 만드는 데 올인하고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9월 추석 연휴 직전 사모펀드인 MBK가 참전하면서 고려아연 최씨 일가와 영풍 장씨 일가 간 경영권 분쟁은 수조원대 '쩐의 전쟁'으로 격화했다.
조단위 지분율 경쟁으로도 결론을 내지 못한 양측은 오는 23일 임시주총에서 표 대결로 정면 승부를 펼칠 전망이다.
최 회장은 임시주총 승리를 자신하면서 고려아연의 그간 경영 성과에 대해 "백조가 우아하게 떠 있는 듯하지만, 물밑으로는 발을 마구 젓고 있는 것처럼 고려아연도 꾸준히 투자하고 바뀌면서 존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 회장과의 일문일답.
-- 임시주총 안건인 집중투표제가 승리 전략이 될 수 있을까.
▲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의 권한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당연히 (소액주주들도) 좋아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가 더 확실히 이기려면 집중투표제 없이 이기는 게 좋다.
영풍·MBK 연합에서 한 분도 못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다.
그래도 좋든 싫든 영풍·MBK 연합 측도 주주인데 언젠가는 '회사를 위해 함께 노력해보자'는 컨센서스를 이뤄야 한다면 집중투표제가 나쁘지 않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 상법상 '3% 룰'이 적용되면 집중투표제 통과에 고려아연이 유리한가.
▲ 그건 아니다.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기 위해 정관 변경을 해야 하고, 이후 특별결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관 변경 투표에는 '3% 룰'이 적용되지만 정관 변경 이후에는 해당 룰이 적용되지 않아서 공정한 경쟁이 펼쳐진다.
-- 영풍·MBK 측은 14명의 신규 이사 선임을 요구하고 있다.
▲ 현재 이사가 13명인데 여기에 (영풍·MBK 측이 요구한) 14명을 더하면 27명이다.
27명이 이사회를 이뤄서 회사가 잘 돌아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영풍·MBK도 상당수 주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 부분적으로 승리하든 어느 정도 공존 상태로 가야 할 것이다.
이사회 이사 수 제한이 안 되면 정기주총 이후 (이사 수가) 40명, 60명이 되어버린다.
(이런 문제를) 인지하시고 이사 수 제한에 동의해주셨으면 좋겠다.
-- 영풍·MBK 측 지분율을 고려하면 임시주총 이후에도 경영상 부담이 되지 않을까.
▲ MBK 측의 원래 계획대로 이사회를 장악해서 고려아연을 누구에게 팔아버리거나 장기적인 비전을 희생해 단기적 수익을 내는 방법을 못 찾는다면 게임이 달라질 것이다.
앞으로 상대측의 비판을 받으며 경영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뚫고 나가야 하는 게 숙제다.
-- 고려아연의 유상증자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부정거래에 해당한다고 보고 사건을 검찰에 이첩했다.
▲ 수사 이첩과 기소가 된 것은 다르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영풍·MBK 건도 다 같이 이첩됐다.
이번 주에 글래스루이스와 ISS 등의 의견이 나오고 조만간 국민연금도 결정할 것이다.
상대측은 여러 가지 흑색선전을 해서 판세를 뒤집어보려는 것 같다.
-- 유상증자 결정을 후회하나.
▲ 합법적으로 결정했지만 결정 자체에 대해서는 돌이켜 보면 현명하지 못한 결정이었다고 후회한다.
유증 결정을 한 의도는 아직도 현존하는 유동성 문제 등이었다.
다른 방법으로 유동성 문제를 풀어가야 했다.
시장의 반응을 먼저 봐야 했는데 상황이 너무 안 좋아진 것이 (나중에) 확인돼서 철회했다.
결정의 무게 등을 고려했을 때 공시하고 보도자료만 내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괴로웠지만 직접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순간은.
▲ 영풍·MBK의 공개매수가 끝났던 10월 14일이다.
제 예상을 뒤집고 영풍·MBK가 5% 이상 공개매수에 성공했다.
제 생각보다 훨씬 높은 숫자였다.
그날 주가가 올라서 82만원까지 갔다가 오후 1시 15분에 NH투자증권 등 몇 개 창구에서 집중적으로 10만주 이상의 주식이 시장가 매도로 쏟아져나왔다.
이건 무조건 팔겠다는 뜻이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그 상황에서 누가, 왜 10만주가 넘는 금액을 시장가 매도로 팔아야 했을까? 이해가 안 돼서 진정을 넣었다.
결과적으로 갑자기 주가가 76만∼77만원으로 떨어지면서 회복을 못 했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10월 14일에 영풍·MBK가 5% 이상 지분을 확보하지 못했을 거다.
-- 미래 성장 비전인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나.
▲ 주주들이 결정할 때는 '결국엔 회사를 누가 더 잘 경영할 것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간다.
전기는 쌀, 수소나 그린암모니아는 떡·케이크에 비유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잘 개발해 쌀(전기)을 싸게 생산하는 데 집중하면, 그 쌀을 가지고 떡과 케이크를 잘 만들 수 있다.
좋은 쌀을 만들 능력이 있으면 좋은 떡방앗간을 만들 수 있다는 논리다.
세계적으로 미중 무역전쟁 속에 니켈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게 필요하다.
니켈 프로세싱 사업에서 고려아연이 중국과 일대일로 경쟁해도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다.
'올인원 니켈 제련소'는 2026년 초 완공돼 생산을 시작할 것이다.
이 제련소는 전세계적으로 최초이자 비슷한 공장이 없는 모델이다.
씨를 뿌렸으니 1∼2년 안에 가시적인 열매가 맺어질 것이다.
wise@yna.co.kr(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