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같은 AO 출전 김무빈 “본선 확정 후 너무 기뻐 울었죠”

2025-01-20

생애 처음으로 그랜드슬램에 출전한 김무빈(서인천고, 72위)의 도전이 1회전에서 아쉽게 끝났다.

1월 18일 호주 멜버른파크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주니어 단식 본선 1회전에서 김무빈이 크루즈 휴이트(호주, 60위)에게 3-6 3-6으로 졌다.

크루즈는 호주 테니스의 살아있는 전설 레이튼 휴이트의 아들이다. 레이튼은 2001년과 2002년 윔블던 우승을 차지했고 세계 1위에도 올랐다. 지금은 호주 데이비스컵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다.

김무빈은 경기 시작하자마 자신의 서비스게임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고 크루즈의 강력한 서브에 막혀 첫 세트를 내줬다. 두 번째 세트 게임스코어 3-4에서 김무빈은 자신의 서비스게임을 지키지 못해 리드를 허용했고 결국 벌어진 게임을 좁히지 못하고 패했다.

김무빈은 자신의 첫 그랜드슬램 도전이 일찍 끝나 아쉬울법도 했지만 표정은 밝아 보였다.

그는 “지금까지 테니스를 하면서 이렇게 큰 경기장과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긴장돼 경기를 잘 풀어나가지 못했다”라면서 “이번 호주오픈에서 큰 경험을 쌓았다. 올 시즌 남은 그랜드슬램에도 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김무빈의 호주오픈 출전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웠다.

그는 지난해 3~4월부터 올 시즌 호주오픈 출전을 결심했다. 하지만 당시 김무빈의 주니어 세계랭킹은 400위권이었다. 호주오픈 출전을 위해서는 세계랭킹을 최소한 300계단 이상 끌어올려야 했는데 사실상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무빈은 ‘호주오픈 출전’이라는 목표를 위해 꾸준히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랭킹 포인트를 쌓은 끝에 톱100 진입에 성공했다.

하지만 예선 진출을 확정 지었을 뿐 본선 직행에 필요한 랭킹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좌절한 김무빈은 호주오픈을 포기하려 했지만 부모님의 설득으로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김무빈은 “사실 본선 직행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해 호주오픈에 출전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부모님이 용기를 북돋워주셔서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다시 출전을 결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태국 동계훈련 때 본선 진출을 위해 이를 악물고 훈련에만 매진했고 마침내 예선을 통과하며 목표를 달성했다.

김무빈은 “예선 결승에서 승리한 순간 목표를 이뤘다는 생각에 너무 기쁘고 행복했다. 지금까지 테니스를 하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많았는데 이번처럼 기뻐서 운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테니스를 하면서 이런 성취감을 느낀 것 역시 처음이었다”라고 감격스러워했다.

김무빈이 목표를 이룬 이면에는 남모를 많은 땀과 눈물이 있었다. 최근 많은 국내 주니어 테니스 선수들이 학교가 아닌 아카데미로 진학하면서 학교 테니스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김무빈은 학업과 테니스를 병행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규 훈련 외에 자신의 약점인 체력과 근력을 보강하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체력단련장에 남아 구슬땀을 흘렸다. 그리고 짧은 포핸드 스트로크를 보완하기 위해 반대편 코트에 훈련용 콘을 놓고 하루에도 라켓을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김무빈은 “호주오픈을 위해 정말 많이 훈련했고 힘들 때마다 호주오픈에 뛰는 나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라면서 “1회전에서 50%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해 너무 아쉽다. 세컨드 서브가 너무 약했고 스트로크도 짧았다.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것 같다”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어서 “상대가 휴이트의 아들이라 살짝 긴장됐다. 하지만 설렘도 있었고 경기도 재미있게 했다. 이번 호주오픈 출전으로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 무엇보다 가능성이 거의 없었지만 호주오픈 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나 자신이 매우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비록 1회전 탈락했지만 목표를 이룬 나 자신에게 칭찬해 주고 싶다”라고 밝혔다.

현재 투어 코치가 없는 김무빈 곁에는 든든한 아버지가 있다. 합기도 선수 출신인 아버지 김병수씨는 시간 날 때마다 아들 투어에 함께 다니며 힘을 보태고 있다. 이번 호주오픈에도 동행한 김병수씨는 “무빈이가 테니스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 정말 열심히 해서 본선에 오른 것만으로도 매우 대견하다”며 전했다.

현재 김무빈은 라켓 등 용품 후원은 받고 있지만 메인 스폰서가 없어 만만치 않은 투어 비용은 전액 부모가 지원하고 있다. 김무빈은 “넉넉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희생하시는 부모님을 보면 죄송한 마음이 너무 크다. 내가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고 해맑게 웃었다.

김무빈의 꿈은 ATP 톱100이다. 그는 “올 시즌이 마지막 주니어 무대인만큼 마무리를 잘 하고 내년부터 프로대회에 도전할 예정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서두르지 않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무결점의 사나이’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처럼 되고 싶다는 김무빈은 마지막으로 “오늘 경기장에 적지 않은 한국 분들이 오셨다. 응원해 주신 것을 보고 정말 흥분이 됐고 감격스러웠다. 경기장을 찾아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인사를 전했다.

<멜버른|박준용 테니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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