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관둘 생각까지 했던 삼성 김헌곤, 한국시리즈 치르고 첫 FA 계약까지 “야구를 더 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합니다”

2024-11-26

한창 뜨겁게 달아올랐던 스토브리그 분위기가 조금은 소강 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자유계약선수(FA) 계약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계약의 주인공은 삼성 외야수 김헌곤(36)이었다.

삼성은 지난 25일 “FA 김헌곤과 계약했다”라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2년이며 최대 총액은 6억원이다. 계약금은 2억원이며, 매해 연봉 1억원, 인센티브 최대 1억원 등의 조건이다.

스토브리그가 열리자마자 ‘억 소리나는’ 대형 계약들이 연이어 성사된 가운데 김헌곤의 계약 조건은 다소 이들에 비하면 약하다. FA 1호 계약이었던 투수 우규민이 2년 총액 7억원(계약금 2억원, 연봉 4억원, 옵션 1억원)에 KT와 계약했는데 김헌곤의 조건은 이것보다도 더 낮다.

생애 첫 FA 계약인데 이런 조건에 도장을 찍었다는 것 자체에 주변에서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김헌곤은 그런 목소리들에 대해 “아니다”라며 손을 내저었다.

김헌곤은 계약을 마친 후 전화 통화에서 “생각하기 나름이다”라며 “야구를 더 할 수 있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2년이라는 기간에 합의한 것도 “나는 시즌을 준비하는 기간이 힘들더라. 계약 기간도 너무 길면 힘들 것 같았다. 2년이라고 마음을 먹어야 내가 힘을 더 낼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헌곤이 이렇게 말한 이유는 지난해까지만해도 야구를 관둘 위기에 처해있었기 때문이다. 김헌곤은 2023시즌이 시작한 뒤 얼마 되지 않아 수술대에 올랐다. 허리 통증 때문이었다. 2022시즌 80경기 타율 0.192로 부진했던 터라 야심차게 2023시즌을 시작했는데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좌절됐다. 김헌곤이 2023시즌 1군에서 뛴 경기는 6경기에 불과했다.

당시를 떠올린 김헌곤은 “시범경기를 시작할 때 다쳤는데 처음에는 단순한 통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겪은 통증이랑 다르더라. 너무 안 낫길레 병원에서 검사를 해보니까 수술을 해야한다더라”고 말했다. 부진에 부상까지, 좀처럼 잘 풀리지 않자 김헌곤은 야구 인생의 끝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올시즌 김헌곤은 다시 일어섰다. 지난 4월에는 팀의 8연패를 끊는 활약을 했다. 4월7일 광주 KIA전에서 좌월 솔로 홈런을 쏘아올리는 등 맹활약했다.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김헌곤의 표정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그는 “지난해까지만해도 내가 선수로서의 가치가 없나라고 생각도 많이 했지만, 이대로 그만두는 건 두려움에 맞서지 못하고 도망치는 것 같았다. 어떤 자리던간에 유니폼을 입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다 써보자는 마음으로 했다”라고 밝혔다.

올시즌에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 많은 팬들이 찾았다. 삼성은 올해 창단 최초로 홈 관중 100만명을 돌파했다. 김헌곤은 “야구장에 팬분들이 유난히 많았다. 평일에도 매진이 되더라. 그런 모습이 새로웠고, 팬들이 가득찬 야구장의 느낌을 다시 느낄 수 있었던게 다행이었다”라고 떠올렸다.

정규시즌 117경기 타율 0.302 9홈런 34타점 등을 기록한 김헌곤은 모처럼 포스트시즌 무대에도 섰다. 플레이오프에서는 4경기 타율 0.364 2홈런 4타점 등을 기록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5경기 2홈런을 쏘아올렸다. 정규시즌 KIA를 상대로 타율 0.404 3홈런 8타점 등으로 강한 모습을 보였던 김헌곤은 한국시리즈에서도 KIA 제임스 네일을 상대로 홈런을 뽑아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KIA 킬러’라는 말에 김헌곤은 “더 잘 했어야했는데 아쉽다”라면서도 “한국시리즈 기간 동안 너무 좋았다. 야구 중계에서 두 팀만 나오고, 하이라이트에서도 두 팀의 경기 내용만 나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제 또 다 지나간 거니까 내 삶의 ‘한 페이지’로 덮고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김헌곤에게는 2년이라는 계약 기간도, 계약 조건도 크게 중요치 않았다. 오히려 “나는 비시즌 동안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압박감이 큰 편”이라며 “차라리 2년이라면 바짝 에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프로 선수라면 한 번 쯤은 꿈꿔볼 수 있는 FA 자격을 획득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김헌곤은 “FA 신청도 못하는 선수들도 많은데 자격도 얻고 계약서에 사인도 했다. 스스로는 ‘수고했다’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미 다음 시즌을 향한 준비에 돌입했다. 김헌곤은 “매 시즌 해오던대로 운동을 하고 있다. 안 아픈게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유연성, 가동성 훈련 위주로 운동할 것이다. 구단에서 기회를 만들어주신만큼, 거기에 부응하고 싶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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