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1조 AI 투자' 결실···업계 최초 소프트웨어 수출 일냈다

2024-10-17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인공지능(AI) 투자가 결실을 맺었다. 현대카드가 금융업계 최초로 독자 개발한 AI 소프트웨어 수출에 성공하면서다. 이는 지난 2015년 현대카드가 '디지털 현대카드'를 선언한 지 9년 만이다.

현대카드는 17일 일본 빅3 신용카드사인 SMCC(Sumitomo Mitsui Card Company)에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 고객 초개인화 AI(Customer Super-Personalization AI) 플랫폼 '유니버스(UNIVERSE)'를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수백억 원에 달하며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소프트웨어 수출이다.

이를 두고 정 부회장이 일찌감치 AI 분야에 집중 투자한 것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부회장은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로 산업 간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카드만이 축적한 소비 데이터가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2015년 디지털 현대카드를 선언하고 지금까지 AI와 결제 데이터 분석 기술에 1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했다. 현대카드는 이를 기반으로 고객 선호도를 측정하고 맞춤형 혜택과 콘텐츠를 추천하고 있다.

실제 정 부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10여년 전 영업이익의 30%가량을 AI와 데이터 기술에 쏟기로 결단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5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인터넷 혁명도 결국에는 데이터를 위해 있었다고 본다"며 "이런 데이터 강을 넘기 위해서는 쌀을 얼마나 팔았냐는 중요하지 않고 내연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AI 투자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현대카드가 이번에 수출한 유니버스는 데이터를 정의하고 구조화하는 '태그(Tag)'로 개인의 행동·성향·상태 등을 예측해 고객을 직접 타기팅(Targeting)할 수 있고 업종에 상관없이 비즈니스의 전 영역에 적용할 수 있다.

SMCC는 유니버스 도입으로 회원 개개인의 취향, 결제 패턴, 라이프 스타일 등에 최적화된 경험 가치를 높이고 AI와 데이터 사이언스에 기반한 세밀한 타기팅을 통한 가맹점 판촉 고도화를 진행하는 한편 여신 업무, 고객 상담, 부정 사용 감지 등 전사적인 영역에 유니버스의 AI를 도입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현대카드의 수출은 대표적인 경제 대국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일본은 기술 도입 과정에서 깐깐한 검증을 거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 규모가 작고 기술력 없는 소형 금융사가 아닌 40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일본 빅3 신용카드사 중 하나인 SMCC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SMCC는 다양한 디지털 혁신을 통해 일본 금융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리딩 기업이다. SMCC는 지난 2월부터 6개월간 현대카드와 기술 실증(PoC·Proof of Concept)을 진행했으며 철저한 검증 끝에 도입을 결정했다.

이처럼 까다로운 일본 시장의 검증을 통과한 덕분에 수출 시장 확대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현재 SMCC가 속한 일본 SMFG(Sumitomo Mitsui Financial Group) 산하 타 계열사뿐만 아니라 해외 유수의 금융사들도 유니버스 도입을 검토 중이다.

SMCC 관계자는 "철저한 검증 과정을 통해 현대카드가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분석 및 설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도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지금까지 금융사들이 진행해 온 전통 금융사업 및 금융 시스템 등을 통한 해외 진출이 아닌 테크 기반의 해외 진출이라는 점 및 전통 금융사에서 테크기업으로의 업의 전환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일본을 시작으로 북미·유럽·중동·아시아 등 각국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협업 문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데이터 사이언스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확장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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