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4일, 서울의 강남3구와 용산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지 약 1달 만의 조치다. 그러면 이제 한동안 강남3구와 용산구에 아파트를 사고 싶은 사람 입장에서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아파트 매수가 불가능한 것일까.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주택을 매매하려면 관할구청에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해 승인을 받아야 매매가 가능하다. 실무상 관할구청에서는 매수인에게 실거주할 계획인지와 자금조달계획서의 제출까지 요구하고, 실거주를 하려는 매수인이 아니라면 토지거래허가를 내어주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는 갭투자를 목적으로 한 주택 매매가 불가하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경우에도 주택을 매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부동산 경매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부동산 경매로 집을 사는 경우에는 토지거래허가가 면제된다.
부동산 경매는 기본적으로 집주인이 은행 등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지 않아 법원이 주관해 강제로 집을 매각해 부동산 재산을 현금화하고, 그 돈을 은행과 같은 채권자들에게 배당해주는 절차다. 법원이 채무자의 집을 강제로 매각하려고 하는데 여기에 관할구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며 낙찰자의 실거주까지 요구하고 들면 도무지 적정가격에 매각되기 어렵다. 따라서 부동산 경매의 경우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도 토지거래허가 없이 매수를 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동산 경매로 갭투자까지도 가능할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기본적으로 갭투자가 막히는 것이기 때문에, 마치 부동산 경매를 이용하면 갭투자가 가능한 것처럼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갭투자가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갭투자가 어렵다’이다.
15억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 아파트의 임차인의 전세금은 10억원이라면,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 5억원만 지급하면 아파트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게 된다. 적은 돈만으로도 아파트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면 갭투자가 불가하므로 매수인은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서라도 15억원 전액을 마련하여 매매대금을 일시불로 지급할 수 있어야 한다.
부동산 경매의 경우도 크게 다를 것은 없다. 부동산 경매에서는 보통 임차인을 인수하지 조건으로 매수를 하기 때문에, 매수인은 매수대금 15억원 전액을 마련하여 일시불로 경매법원에 납부해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관할구청의 토지거래허가가 필요하지 않고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는 점, 일반매매의 경우보다 경매의 경우가 대출이 조금 더 많이 나온다는 점은 경매의 장점이다.
또 부동산 경매는 일단 소유권을 취득하면 그 즉시 임차인을 구해 전세를 맞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아 매수인에게 실거주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매수자금으로 투입하였던 돈을 빠른 시간 내에 회수할 수 있게 된다.
부동산 경매고수들은 낙찰받자마자 임차인을 구해 그 임차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받아 사실상의 갭투자를 하는 방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매수인이 경매 낙찰을 받으면 보통 경매법원에서는 매수대금을 낼 기한을 약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부여한다. 매수인은 그 사이 원래 살고 있던 임차인과 협상을 해서 적정가격에 다시 전세계약을 체결하거나 미리 새 임차인을 구해 소유권 취득과 동시에 전세금을 받는다. 이런 방법을 이용하면 매수인 입장에서는 매수자금 전액을 일시에 마련할 필요가 없으며, 임차인이 낸 전세금으로 갭투자를 할 수 있다.
“부동산 경매로 집을 사면 토지거래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말을 “부동산 경매를 이용하면 갭투자가 가능하다”는 말과 동의어인 것처럼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앞서 본 것처럼 부동산 경매를 이용한 갭투자는 현장상황과 임차인과의 협상 경과에 따라 가능할 수도, 불가능할 수도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있는 주택 매수를 원하지만 자금이 부족해 갭투자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부동산 경매는 분명 매매보다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단, 부동산 경매라도 잠시라도 매수자금 전액을 융통한 뒤에 임차인을 맞춰야 할 수 있으니, 자금계획을 더 철저히 점검하고 접근하길 당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