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없이 0점 맞아도 되는 제일 싼 교육 플랫폼 ‘엘리스’

2024-12-26

온라인 교육 플랫폼은 으레 문제 풀이를 쉽게 하는 곳, 수험 과목이나 자기 계발 수업을 온라인으로 편하게 수강할 수 있게 하는 곳이라 생각했는데요. 엘리스그룹도 마찬가지라 봤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올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클라우드 서버’ 사업도 겸하게 됐다는 거죠. 게다가 이 사업의 전망이 밝다고 판단한 이들이 200억원의 추가 투자를 했습니다(누적 투자는 355억원). 엘리스는 이 돈으로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겠단 계획을 밝혔고요.

응? 교육 플랫폼이? 이런 생각이 절로 들죠. 그래서 김재원 엘리스 그룹 대표를 <조건있는 인터뷰>에서 만나봤습니다. 원래는 교육자에게 제공하는 ‘실습 플랫폼’으로 시작한 회사인데요, 왜냐면 창업자 스스로가 대학원 조교 출신이거든요. 코딩 답안지를 수기로 채점하는 게 말이 되나 싶어서 자동화 플랫폼을 만든 것이 이 회사의 시작입니다. 그러던 것이 교육 실습 플랫폼으로 덩치를 키웠고, 플랫폼을 값싸고 효율적으로 돌리기 위한 서버를 만들었더니 이를 찾는 이들이 생기면서 클라우드 서버 사업으로도 영역을 확장하게 됐습니다.

김재원 대표는 인터뷰에서 “누구나 0점을 맞아도 되는 교육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는 “학생들이 마음껏 연구하고 마음껏 실험하고, (결과물을) 마음껏 여러 번 제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합니다. 그러려면 플랫폼 운영 비용이 매우 저렴해야겠죠. 즉, 교육 플랫폼과 클라우드 사업이 서로 관련성 먼 사업이 아니라는 이야깁니다. 그게 어떻게 이어지는 건지, 김재원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엘리스 그룹은 어떤 곳인가요?

2015년에 카이스트에서 교육 플랫폼으로 시작을 했고요. 지금 현재는 굉장히 많은 기업, 그리고 학교에 교육 실습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교육 실습 플랫폼과 함께 클라우드 솔루션도 제공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AI 시대이고, 그 AI에 필요한 교육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 많은데요. 엘리스만의 특징이라고 꼽을 만한 게 있을까요?

저희가 바라보는 지점은, ‘교육자한테 제공하는 교육 실습 플랫폼 솔루션’이라는 겁니다. 교육자가 이 플랫폼을 활용해서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에서도 교육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코로나가 끝나고 난 다음에는 저희 플랫폼을 활용해서 오프라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교육 실습 플랫폼을 창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카이스트에서 조교장을 맡았었는데요. 전산학과 1학년 과목을 채점하는데, 조교가 종이에 채점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종이에 쓰여 있는 코드를 머릿속으로 상상해 결과값을 봐서 채점하니까 행여나 잘못 채점될 수도 있는데요. ‘전산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이런 반복적인 업무를 해야 되나’라는 생각에 이걸 자동화하고 싶었고요.

일단 반복 업무를 좀 줄이고 싶어서 이 사업이 시작했고요. 결과적으로 교육 현장을 디지털로 전환하고, 거기에 자동화, 좀 더 나아가서는 학생들에 대한 이해와 추천 학습까지 제공하는 AI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채점이 많이 힘들었나봐요

기억나는 게 중간고사 시험을 채점한다고 가정하면, 오후 5시 쯤에 들어가서 치킨 다 시켜놓고 새벽 1~2시까지 채점을 계속 하니까, 어떻게 보면 조교 30~40명이 6~7시간을 그냥 계속 채점만 했거든요.

자동화 솔루션을 도입하고 나서 그 채점 현장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1분 만에 (채점) 결과는 일단 나오고, 행여나 거기에 뭔가 오류가 있을까 그냥 사람이 간단하게만 검토해서 결과를 공표하는 거니까 시간이 그냥 거의 0으로 줄어들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교육 현장에서 새로 시도할 수 있게 된 일이 있나요?

결국 교육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사실 ‘격차’거든요. 격차라는 게 AI, 그리고 전산학을 보면 그 어떤 과목보다도 잘하고 있는 학생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 사이의 격차가 극명하게 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결과적으로 다양한 서포트를 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한데, (엘리스가 하는 일이) 선생님과 교육자가 아닌 기술이 조금 보조한다고 보시면 되고요. 그렇게 기술로 보조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선생님과 학습자 간 휴먼 터치가 더 있을 수 있다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으로 돈을 많이 버나요?

일단 최근 매출은 저희가 지금 한 5~6년 동안 평균적으로 100%씩 성장을 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클라우드로 솔루션을 확장해서 더 빠르게 확장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태국, 싱가포르 등으로 진출했는데요. 이 나라에 기술을 적용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당연히 어려움이 있고요. 그렇지만, 저희가 바라보는 저희 솔루션은 누군가를 대체한다거나, 혹은 누군가의 역할을 없앤다는 것이 아니라 원래 계셨던 교육자, 원래 있었던 교수님, 원래 있었던 조교의 역할을 더 부양(boost)한다는 관점이기 때문에 업무를 좀 수월하게 바꿔주는 솔루션입니다. 본인들의 국가에 맞게끔, 그리고 본인들의 교실에 맞게끔 저희 솔루션을 잘 활용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학생과 인구가 줄어드는데 교육 플랫폼의 미래는 어떻게 될 거라고 보세요?

저도 그 문제가 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데 언제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이 다양한 곳에 있다고 생각하고요, 세계적으로 보면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요. 국내도 다양한 분들이 있고, 이민 오실 수도 있는데 그분들이 한국에서 잘 적응하려면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이라는 것이 지금 늘어나는 인구와 한국의 인구 구조의 변화에 또 다른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뭐 단순 어떻게 보면 사교육을 보신다든지 뭐 국내 이제 교육 연령층에 대해서만 보시면 줄어드는 게 맞지만 전체적으로 시대가 AI 시대로 변하고 우리의 업과 우리의 환경이 굉장히 격변 시대에는 교육만큼 굉장히 커가는 시장이었고 그리고 핵심적인 문제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사업을 하면서 생각하지 못하게 바꾼 교육 현장의 모습이 있나요?

하기 싫은 공부를 하려고 환경 설정도 해야 되고, 정말 하기 싫은데 그런 학생들이 많은데요. 가끔 가다가 100점을 맞고도 본인이 좀 더 풀어볼 수 있는 방법이 뭔지, 도서관에 있는 굉장히 낡은 컴퓨터에서도 저희 AI 교육을 돌려본다든지, 다양한 환경에서 교육에 접근하고 어떻게든 문제를 풀려고 하는 학생들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때 좀 희열도 느끼고 ‘아. 이런 문제를 우리가 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친구들을 엘리스로 데려오고 싶을 것 같아요

실제 채용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그냥 좀 일반적인 얘기를 드리면 저희가 한 대기업 교육을 전사적으로 진행을 했는데, 거기에서 저희 교육을 운영하던 인사팀 직원이 저희 교육을 시작으로 데이터 분석과 AI에 심취해서 지금은 인사 직무에서 데이터 전문가로 직무 전환이 내부에서 됐습니다. 그런 직무 전환을 보고 있으면 사회적 변화에 필요한 인재를 저희 교육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 200억원의 투자를 받았는데요

저희 회사는 꽤 오랫동안 적자 없이 커간 회사 중 하나고요. 모두가 이제는 적자를 최대한 하지 않고 보수적인 운영을 할 때, 저희는 좀 더 공격적인 확장을 하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두 가지 지점 때문에 투자를 받았습니다.

하나는 솔루션, 그러니까 교육 실습 플랫폼 솔루션을 하고 있고요. 또, B2B SaaS 솔루션이 아닌, 그걸 넘어서는 클라우드 솔루션까지 확장을 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 비용을 확보하려는 목적입니다.

두 번째로는, 글로벌 확장을 위한 자금 마련입니다. 글로벌 투자사에서 투자를 유치하면 글로벌 진출이 좀 더 수월할 것 같아서 올해 1월에 싱가포르 펀드에서 투자를 받았고요. 글로벌 투자자의 도움을 통해서 지금 현재 해외 확장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투자자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나요?

지금은 모두가 GPU 엔비디아 서버 얘기를 많이 하는데요. 저희는 챗GPT나 거대언어모델(LLM)이 나오기 이전부터 GPU 서버를 어떻게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지 되게 많이 고민을 했고요. 또, 교육 솔루션이 다른 동아시아 지역 국가에 활용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투자를 진행했다고 말씀주셨습니다.

GPU 서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서 클라우드 솔루션으로 확장했나요?

예를 하나 들면, (AI) 교육을 제공하는 데 한 명당 예산이 30만원 가량 들거든요. 그렇게 따지면, AI 교육을 하기 위해서 한 달 동안 GPU 클라우드 서버를 미국의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쓰게 되면 월 한 300만~400만원이 들어요 그러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한 게, 교육 단가에 맞는 굉장히 저렴한 GPU 실습 환경을 제공해야 됐고 그래서 그 고민의 일환으로 지금의 인프라를 구축하게 됐고요. 이 인프라는 결과적으로 지금은 글로벌하게 제일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게끔 기술 개발을 했습니다.

클라우드 솔루션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예를 들면, 아마존에서 이커머스 사이트를 운영하기 위해서 큰 전산 시스템이 필요했는데 그 전산 시스템을 클라우드 솔루션으로 만들었고 이커머스 사이트가 굉장히 바쁘지 않을 때 클라우드 리소스를 다른 기업한테도 판매해서 시작된 게 아마존웹서비스(AWS)잖아요. 그것처럼 저희는 저희를 위해서 만들었던 AI 교육에 필요한 GPU 자원들을, 교육이 없을 때는 남는 시간에 이 리소스를 다른 기업한테 본인들의 AI 연구나 본인들의 AI 솔루션 개발을 위해서 쓸 수 있게끔 제공하고 있습니다.

교육 플랫폼과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을 같이 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교육과 실습 인프라가 완전히 다른 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사실은 거의 동일합니다. 애초부터 저희가 제공했던 교육 솔루션은 클라우드 가상화 기술이었고, 그 클라우드 가상화 기술을 더 고도화해서 지금 현재 인프라까지 확장한 거였기 때문인데요. 창업 초창기도 어떻게 학생들한테 각자의 가상 실습 환경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개발을 했고, 그것이 클라우드의 근간이 돼서 지금 현재 GPU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자연스럽게 확장한 상황입니다.

현재 어떤 부분이을 좀 잘 해 나가야 되냐면, 결과적으로 저희의 클라우드는 어떻게 보면 신뢰가 좀 중요하거든요. 인프라이기 때문인데요. 지금 현재 굉장히 다양한 기업과 사례를 만들고 있고 최근에는 델이라든지 엔비디아와 같은 미국의 거대 GPU 인프라 기업과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서 저희 솔루션이 좀 더 견고하고 글로벌 수준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엘리스로 이루고 싶은 궁극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사실 좀 거창하게 들릴 수 있는데요. 저는 한국이 글로벌로 뒤쳐지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특히 최근에 우리가 많이 선도하고 있다고도 느끼지만, 10년에서 20년 후를 바라보면 이 AI 시대는 진짜 거대 국가들 사이에서 (한국이) 비집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도 굉장히 많이 됩니다.

그래서 인재밖에 없는 우리나라에서 더 좋은 교육으로 인재를 잘 배출하고, 그 뛰어난 인재들과 선도적인 기술 혁신을 이루어서 글로벌로 정말 (경쟁력 있는) 기술 국가가 될 수 있게끔, 그렇게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창업을 후회한 순간은 없나요?

365일 중에 한 360일 정도는 후회를 하죠. 그리고 저는 모든 대표가 어느 정도는 유사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만큼 어렵고, 항상 굉장히 고난스럽고 고통스럽고요. 요즘은 그 고통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정도의 경지로 올라가야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요.

그래서 매일매일 후회하는 상황이 있지만 그 나머지 5일이 극도로 큰 기쁨을 줄 때가 있습니다. 저희 솔루션으로 어떤 분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았다든지, 개발도상국에서 아이들이 저희 솔루션을 통해서 교육을 받고 그래서 좋은 인재로 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을 때 그런 지점들이 보여질 때는 매일 후회하다가도 기쁨이 하루씩 느껴져서 결과적으로 좀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AI 시대, 교육 플랫폼의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시험 잘 보는 사람이 공부를 잘 한다’라고 보는 관점에서는 그에 초점이 맞춰진 문제 풀이 솔루션 같은 게 많은 것 같습니다. 근데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이 실습을 제공하는 솔루션 플랫폼이잖아요. 그러니까 실습을 제공한다는 것은 학생들이 마음껏 연구하고 마음껏 실험하고 마음껏 여러 번 제출해 볼 수 있는 환경이거든요.

여러 번 실패해도 되고 여러 번 0점을 받아도 되는 시스템이니까 그런 솔루션을 제공하려 합니다. 문화적으로 어떻게 이것이 전달돼야 될지는 교육자분들이 올바른 생각과 올바른 방향성으로 제공한다고 생각하고요. 더 포괄적으로 각 학생들이 본인들이 원 없이 실습할 수 있는 환경을 아주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저희 솔루션의 장점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영상제작_ 바이라인네트워크 <임현묵 PD> <최미경 PD>

인터뷰/정리_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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