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세금으로 만든 판결문, 못 보는 이유는?

2025-06-25

2025.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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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PICK | 높기만 한 판결문 열람 장벽

오늘의 브리핑 | 이스라엘-이란 '불안한 휴전' 외

점선면 사전 | 호르무즈 해협

밑줄__ | 용납하지 않아야 바꿀 수 있다

높기만 한 판결문 열람 장벽

대한민국 헌법 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되어 있어요. 모든 시민이 언제든 재판 과정을 직접 지켜보고, 개인과 사회에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사법부 결정을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누구나 판결문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법원 판결문은 매우 극소수에게만 공개되고 있어서 일반 시민들이 접근하기는 쉽지 않은데요. 오늘 '에디터픽'에서는 법원의 제한적인 판결문 열람 실태를 짚어본 경향신문 기획 기사 '열린 법정, 감춰진 판결문'을 소개합니다.

"AX정당 소속 EJ국회의원은 2021. 12. 23. SNS에 사진을 게시했다. 그 사진에는 피고인, Y, AJ, CN 등 4명만이 보이고 피고인은 볼마커가 꽂힌 모자를 쓰고 있다."

이 암호문 같은 글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해독이 어렵다면 여기 힌트가 있다. 'AX'는 국민의힘, 'EJ'는 박수영, 'Y'는 김문기 등이다.

🔗 기사 전문 읽기

한국에서 법지식이 많지 않은 일반 시민이 판결문을 열람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판결문을 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대한민국 법원의 사법정보공개포탈에서 운영되는 '인터넷 열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인데요. 사건번호가 없이도 원하는 키워드로 판결문을 검색해볼 순 있어요. 다만 키워드 앞뒤 800~900자만 미리보기가 제공돼 범행 수법이나 가해자의 형량 등 구체적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워요. 결국 원하는 정보를 얻으려면 여러 건의 판결문 열람을 신청해야 하는데요. 판결문 하나당 수수료 1000원을 내야해서 비용 부담이 적지 않죠.

판결문이 전부 공개되는 것도 아닙니다. 일반 시민에 공개되는 판결문은 대법원 판결이 나왔거나 판결에 대한 불복신청을 제기하지 않아 종결된 '확정 판결'이 공개됩니다. 아직 판결이 진행 중인 미확정 형사 사건 판결문 등은 검색해도 찾을 수 없어요. 대법원 사법연감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전체 판결 중 인터넷 열람 서비스를 통해 검색 가능한 판결문은 2023년 47만건(37.4%)입니다. 전체 사건 중 3분의 1 정도만 검색이 가능한 셈입니다.

법원은 개인의 사생활 침해를 우려해 일반 시민에게 공개되는 판결문에 나타난 정보 중에서 사건 관계인의 이름 등을 지우는 '비실명 처리' 작업을 합니다. 그런데 너무 과도한 비실명화 작업을 거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어요. "AX정당 소속 EJ국회의원은 2021. 12. 23. SNS에 사진을 게시했다. 그 사진에는 피고인, Y, AJ, CN 등 4명만이 보이고 피고인은 볼마커가 꽂힌 모자를 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판결문인데요. 'AX'는 국민의힘, 'EJ'는 박수영, 'Y'는 김문기 등입니다. 이 암호문 같은 글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정당 이름까지 비실명처리를 한 것은 과도하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실명으로 된 판결문 전체를 검색할 수 있는 곳은 전국에 딱 한 군데뿐입니다. 경기 고양시에 있는 법원도서관인데요. 여기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1호(검사, 검찰공무원, 변호사, 법무사, 대학교수), 2호(국가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3호(언론사 소속 기자)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들의 열람도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되는데요. 사진을 찍을 수도 없고, 사건번호만 메모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판결문이 대부분 공개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비공개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닙니다.

이에 김정희원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 등은 지난 13일 "법원의 제한적인 판결문 공개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어요. 청구인단에는 김정 교수 외에 박지환 변호사, 강성국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 시각장애가 있는 송민섭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도 이름을 올렸어요. 과거에도 판결문 검색 등을 시도하다가 불편을 겪은 개인이 헌법소원을 낸 사례는 있지만, 각계 시민들이 집단으로 문제를 제기한 건 처음입니다.

이들은 "학자들은 판례의 법리 흐름을 분석하면 법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할 수 있고, 변호사는 더 나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소송 전략을 세울 수 있으며, 시민활동가들은 법원 판결문을 통해 현행 제도의 문제를 파악해 개선책을 모색할 수 있다"고 청구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용 대상자와 열람 행위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법원도서관 운영 방식, 과도한 판결문 열람 수수료, 수정할 수 없는 이미지 파일로 제공되는 판결문에 시각장애인 접근권 제한 등도 최소성 원칙과 과잉 규제 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어요.

한국과 달리 많은 국가는 판결문을 그대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법원의 모든 판결문은 선고 후 24시간 이내에 공개되고 있어요. 미성년자나 성범죄 피해자 등 보호가 필요한 사건관계인 정보를 제외하면 대부분 실명으로 공개됩니다. 중국도 2013년 이후로 미성년자·성범죄 사건 등을 제외한 판결문 전체를 실명으로 공개하고 있고요.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의 나라는 판결문 열람이 무료입니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은 공개된 판결문 데이터를 인공지능(AI) 데이터로 활용하기 시작했고요.

최보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간사는 "법원 내에서 어떻게 재판이 이뤄지고 있는지 국민들이 알 수 있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이 판결문 공개"라고 강조합니다. 일반 시민들이 판결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재판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졌는지 감시할 수 있거든요. 판결문은 국민 세금으로 이뤄진 재판의 결과물로서 공공재의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극소수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기도 합니다. 사법의 투명성과 국민 알 권리 보장을 위해 판결문 전면 공개가 시급합니다.

유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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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란 '불안한 휴전'

이스라엘과 이란이 무력 충돌 12일째인 어제(24일) 휴전에 합의했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격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휴전 이후에도 양국은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신경전을 벌였어요. 이스라엘은 이란이 휴전 이후에도 미사일 공격을 했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이란은 휴전 이후 미사일을 쏜 적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휴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는 겁니다. 갈등의 원인인 이란 핵 프로그램도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고, 핵 협상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간극 역시 아직 큽니다.

이재명 정부, 1차 내각 인선 단행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11개 부처 장관을 내정하는 1차 내각 인선을 단행했습니다. 국방부 장관에는 민간 출신으로는 64년 만에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내정했습니다.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내정된 김영훈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발표 당일에도 열차를 운행해 화제가 됐습니다. 전 정부 인사인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유임되기도 했는데요. 국민의힘은 송 장관이 양곡관리법을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비겁하다"고 비판했고, 진보당은 "내란 정부의 국무위원으로 내란에 적극 동조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총리 후보' 김민석 청문회 시작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이틀 간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어제(24일) 시작됐습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야당은 최근 5년 동안 소득 중 약 6억원의 출처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는데요. 김 후보자는 "두 번의 출판기념회에서 2억5000만원, 빙부상 조의금 1억6000만원, 처가에서 생활비 지원 받은 돈을 모으면 2억원 정도"라고 해명했습니다. 앞서 김 후보자는 2023년 한 기독교계 단체 행사에서 "모든 인간이 동성애를 택했을 때 인류가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며 차별금지법 반대 의사를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눈물까지 통역해달라"

리튬전지 공장 화재로 23명이 목숨을 잃은 경기 화성 아리셀 참사가 어제(24일) 1주기를 맞았습니다. 참사 이후 위험한 작업을 이주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위험의 이주화'가 도마에 올랐지만, 1년이 지나도 바뀐 것은 거의 없습니다. 정부의 대책은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고, 처벌받지 않은 책임자들은 책임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1주기를 맞아 경기도가 펴낸 백서 <눈물까지 통역해달라>에 참여한 백도명 교수는 "이주노동자를 위험에 노출시키는 혐오와 차별을 없애지 않는 한 이주와 노동이 교차하는 제도적 빈틈 속에서 앞으로도 위험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줄로 읽는 뉴스

① 12·3 불법 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내란 특검팀이 어제(2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했습니다. 내란 특검은 출석 불응 등을 청구 사유로 밝혔습니다. ② 김건희 여사가 숙명여대에서 받은 석사학위가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된 지 약 3년 6개월 만인 어제(24일) 취소됐습니다. 이날 국민대도 김 여사의 박사학위 취소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③ 지난 21일 고교생 3명이 부산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학생들은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는데요.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조사를 벌일 예정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아랍에미리트 사이에 자리한 좁은 해로🗺️입니다. 페르시아만의 산유국들에게는 대양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목인데요.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가 이곳을 통과합니다. 대형 선박은 이란 측 수로를 지나야 하기 때문에 이란은 이곳의 봉쇄를 외교적 카드로 활용하곤 합니다. 지난 22일(현지시간)에는 이란 의회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폭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는데요. 원유 운송에 차질이 생기면 전 세계 원유 가격이 급등해 한국도 영향을 피할 수 없습니다. 다행히 어제(24일) 이란과 이스라엘은 휴전에 합의했습니다.

🔗 호르무즈 해협이란?

"장례식장 안내 공지 속 사진에서 SPC 여성 노동자는 웃고 있었다. 김충현씨가 2016년 발전소에 입사할 당시 사진에도 미소가 보인다. 그들이 위험할 때 비상정지 버튼만 눌러줄 수 있는 동료가 옆에 있었다면 여전히 우리 곁에서 웃고 있지 않을까. 김씨가 다뤘던 선반 기계에는 손으로 누를 수 있는 비상정지장치와 발로 멈출 수 있는 풋브레이크가 있었지만 그것을 눌러줄 동료가 없었다.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위험은 아래로 흐르지만 이윤은 끝도 없이 위로 오르기 때문이다."

- 임아영 경향신문 기자 <용납하지 않아야 바꿀 수 있다> 중에서

지난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상반신이 기계에 끼여 숨졌고, 지난 2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소속 김충현씨가 기계에 끼여 사망했습니다. '끼임' 사망 사고는 SPC에서 벌써 세 번째이고, 태안화력발전소에서도 김용균씨 사망 이후 두 번째입니다. 임아영 경향신문 기자는 "SPC그룹은 12시간 주야 맞교대가 반복돼 집중력 저하 등 위험이 있다고 지적됐던 '2조 2교대' 시스템을 바꾸지 않았고, 발전소의 다단계 하청구조, 1인 근무 시스템도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이같은 노동환경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아야, 무뎌지지 않아야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 용납하지 않아야 바뀐다

6월23일 레터를 읽고 주신 의견입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에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미칠 영향은 무엇일지 전해드렸는데요. 다행히 어제(24일) 두 나라가 휴전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한순간의 짧은 평화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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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란 공습 소식에 정말 놀랐습니다. 왜 국익을 도모한다고 말하는 지도자들이 자꾸만 전쟁을 선택하고 자화자찬하며 세상을 암울하게 하는 걸까요? 그리고 왜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걸까요? 인류는 어떻게 해야 전쟁이란 것을 끝낼 수 있을 걸까요? 이스라엘에 지인이 살고 있어서 전쟁 관련 뉴스가 더 무섭기만 합니다. (마고님)

💬미국이 당면한 문제에 대해 좋은 시각을 보여주신 것 같아요. 미국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 미국의 조치로 다른 국가들은 득실을 찾고 있겠지요. 특히 우리나라는 어떤 입장인지, 주변국가(중동)는 또 어떤지, 미국과 문제가 많은 중국, 러시아 등은 어떤지, 유럽국가의 움직임은 어떤지 등 보다 넓은 시점에서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번 미국의 조치는 단기적, 장기적으로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미칠 파장이 어마어마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스시랑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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