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콜롬비아 불법 체류자들을 콜롬비아가 수용하기를 거부하자 즉각 25%의 보복 관세를 때렸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은 적은 많지만 실제 행동에 옮긴 것은 처음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경제적 도구인 관세를 이용한 실제 사례로, 동맹국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26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다수의 불법 범죄자를 태운 미국발 송환 항공기 2대가 콜롬비아에서 착륙을 거부당했다고 지금 막 보고받았다”며 “이는 자국에서도 매우 인기가 낮은 사회주의자 페트로 대통령의 지시였다. 이런 착륙 거부는 미국의 국가안보와 공공안전을 위협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에 긴급하고 단호한 보복 조치를 즉각 시행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세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콜롬비아산 미국 수입품에 25%의 긴급 관세를 부과하고 일주일 후 이를 50%로 인상하도록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콜롬비아의 미국 수출 규모 상위 품목에는 석유와 금, 커피, 꽃 등이 있다. 콜롬비아에 미국은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콜롬비아의 대미 수출 규모는 130억달러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8% 늘어났다. 또 콜롬비아는 미국의 4대 석유 수입국이다. 콜롬비아는 매일 미국에 21만 5000배럴의 석유를 수출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콜롬비아 정부 관료 및 그 동맹, 지지자들을 상대로 즉각적인 입국 금지 및 비자 취소, 나아가 콜롬비아 정부 집권당원과 그 가족, 지지자들에 대한 비자 제재를 명령했다. 또 국가안보를 근거로 모든 콜롬비아 국적자 및 화물에 대한 세관·국경 검문 강화,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에 따른 재무부, 은행 및 금융 제재를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치는 시작에 부과하며 콜롬비아 정부가 자국이 미국으로 보낸 범죄자들의 수용 및 송환에 관한 법적 의무를 위반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 게시글에서 미국이 자국 출신 이민자들을 군용기에 태워 추방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콜롬비아 국적 이민자를 태운 미국발 군용기 입국을 거부했다고 언급했다.
중남미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계획에 우려를 표해왔지만, 이민자들을 태운 항공기 입국 불허 등 명시적인 거부 행동에 나선 것은 콜롬비아가 처음이다. 브라질은 지난 24일 수갑과 족쇄를 채운 88명의 이민자를 미국으로부터 받아들였다.
페트로 대통령은 "이민자들이 그들을 받아들이길 원하지 않는 나라에 머물도록 만들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그 나라가 이들을 송환하려면 이민자들과 우리나라에 대한 존엄과 존중이 전제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자국 정부에 대항하는 국가에 대응하는 무기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며 "그의 목표에 협조하지 않으면 오랜 정치적 동맹조차 안전하지 않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세계에 보냈다"고 평가했다. 콜롬비아는 역사적으로 남아메리카에서 미국의 가장 큰 동맹국 중 하나였고 미국의 원조, 군사 지원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였다. 다만 페트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친중성향을 보이고 가자전쟁에서 팔레스타인인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며 이스라엘을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