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의료계가 의정갈등 해소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신뢰회복과 대화를 꼽아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가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의료계는 의사 출신으로서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을 이끌었던 정 후보자 지명을 일제히 환영하면서 의정 간 신뢰회복 기대감을 내비치며 대화에 나서겠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정 후보자 역시 정부와 의료계 간 신뢰와 협력 관계를 먼저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9월 수련을 시작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문제가 의정 간 대화를 위한 본격적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후보자는 30일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첫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현재 의정갈등은 불신에서 많이 초래됐다고 생각한다”며 “의료계와 신뢰·협력 관계를 복원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전 정부의 의료개혁에 대해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의료개혁 방안을 종합적으로 만들고 그 안에서 의료인력에 대한 문제를 다뤘으면 좀 더 좋았겠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 국민과 의료계의 목소리를 담은 의료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도 정 후보자 지명을 환영하면서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정 장관 후보자 지명에 대해 “국가적 위기 극복에 헌신해 온 인물이 중책을 맡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 후보자의 전문성과 합리적 태도, 공공의료에 대한 깊은 이해는 현재의 의료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와의 신뢰 회복과 협력적 관계 형성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공의들을 대변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정 후보자가 ‘의료계와 신뢰, 협력관계의 복원’을 언급한 데 대해 “적극 공감한다”며 “모두를 위한 지속 가능한 의료환경 조성을 위해 열린 자세로 논의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의대생들을 대표하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도 정 후보자가 지명 직후 소감에서 의정갈등 해소 의지를 밝힌 점을 언급하며 “같은 목적하에 새 정부와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질적인 의정갈등 해소의 첫 시험대는 당장 하반기 모집을 앞두고 있는 전공의 복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장관과 대전협 위원장이 모두 교체되면서 모처럼 의정 간 대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 기대도 크다. 다만 7월 말부터 모집공고를 시작해 통상 8월 중순이면 전공의 채용 과정이 마무리되는 점을 고려하면 ‘골든타임’이 얼마 없는 상황이다. 정 후보자 역시 “시간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업무를 파악한 뒤 전공의들 의견도 살펴보고 복귀 방안에 대해 잘 검토하겠다”며 빠른 해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 삭감됐던 전공의 지원사업 예산이 국회에서 일부 복원된 점도 희망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는 '의료인력 양성 및 적정 수급관리'를 위한 예산을 당초 정부안인 1755억 6900만 원에서 약 248억원 증액된 2004억 4100만원으로 결정했다. 위원회는 수정 이유에 대해 “사직 전공의의 하반기 복귀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