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적 음악시간. 친구들과 손을 잡고 노래를 불렀던 소중한 추억이 있다. 그래서일까. 몇 해 전에 개성이 서로 다른 배우 15명이 처음 만나 코러스를 완성하는 과정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 기억에 남는다. 사실 최고의 실력자를 뽑는 음악 프로그램들 속에서 아마추어들의 ‘코러스’를 주제로 담았다는 것만으로도 인상 깊었다. 연기자들이라 처음에는 노래를 통해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내 자신의 목소리에 맞는 파트를 찾고 연습하며 하모니를 만들어 갔다. 마침내 공연 날. 그들이 부르는 코러스는 오랜 연습의 수고와 삶의 경험을 녹아내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잔잔한 여운을 선물했다.
다른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화음을 얹어 조화롭게 부르는 노래가 코러스다. 그 어울림의 소리 코러스가 최근 제약 업계에서도 들려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제약 업계는 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빠르게 발전하는 글로벌 규제에 발맞추기 위해 정부의 규제 방향에 대한 생각을 듣고 함께 논의하기를 희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러한 현장의 요구를 듣고 제약 업계가 고민하는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민관 소통 채널인 ‘코러스’를 출범했다. 코러스라는 이름에는 업계의 소리를 경청하며 함께 제약 산업을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뜻을 담았다. 간담회나 설명회처럼 일회성 만남이 아니라 민관이 한 팀으로 함께한다는 점에서 조금은 어색할 수도 있었지만, 코러스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서로 참여하기 위해 경쟁이 있을 정도였다. 의약품의 품질과 효과·안전성, 제네릭 등 여러 분야에서 함께 모여 풀어야 할 문제를 도출하고 답을 마련하는 여정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코러스에는 4개의 하모니가 있다. 민과 관이, 국내 제약 업계와 다국적 제약 업계가, 벤처기업과 중견 제약기업이, 마지막으로 오랜 경험이 있는 업계 전문가부터 이제 제약 업계에 막 입사한 분들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참여한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코러스인 것이다.
지난 2년간 코러스는 65번 넘게 만나 소통하고 치열하게 논의하면서 최신 항암제 개발 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 등 20개가 넘는 가이드라인과 안내서 등을 제·개정하는 성과를 거뒀다. 성과는 여기서 머물지 않았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코러스에 참여하면서 정부 정책이 왜 변화했는지, 지침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해했다”며 “이름값 하는 협의체”였다는 말로 지난 시간을 평가해주기도 하였다.
2년여 시간을 마무리하고 올 3월에 제2기가 새롭게 시작했다. 80개가 넘는 업체에서 240여 명의 사람들이 참여해 함께 화음을 만든다. 1기보다 60여 명 더 많은 규모이다. 함께 논의하는 분야도 더욱 폭넓어졌다. 11개의 분야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심사 시스템 구축 기반을 마련하고 최근 개발이 활발한 합성펩타이드 기반 비만치료제의 품질 심사 기준도 제공한다. 고도화된 제제 기술을 사용하는 복합제네릭 등의 동등성 평가방법과 국제 수준의 제네릭 의약품 품질 지침도 마련할 계획이다.
독창의 화려함은 없지만 코러스에는 서로 다른 색깔의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며 만드는 큰 울림이 있다. 제약 업계와 식약처가 함께 손을 잡고 부르는 공감의 코러스가 제약 업계에 나침반이 될 것이다. 겨울의 추위를 이겨낸 봄의 꽃 소식이 전해지는 요즘이다. 코러스 2기가 부르는 봄의 코러스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