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파기환송’이 부른 법관대표회의…‘조희대 규탄’ 나올까

2025-05-11

‘정치 개입’ 논란·대법관 탄핵 ‘법원 흔들기’ 등 논의 전망

소집 과정에서 내부 이견…“사퇴 요구” 가능성은 낮아

전국 판사들의 회의기구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을 둘러싼 논란을 다루기로 하면서 법관 대표들이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회의 소집 과정부터 내부 이견이 드러났기에 일부 판사들의 요구처럼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 등 강한 입장이 나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법관회의는 오는 26일 임시회의를 열고 이례적으로 빨랐던 대법원 판결로 불거진 ‘정치 개입’ 논란, 대법관 탄핵 등 정치권의 ‘사법부 흔들기’ 행보에 대한 입장 표명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관회의는 전국 65개 법원의 대표 판사 126명이 모인 회의체다. 2003년 ‘전국 판사와의 대화’ 형식으로 출범해 2018년 ‘사법농단’ 사태를 계기로 상설기구가 됐다.

법관회의는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해 무게감 있는 결정을 잇달아 내놓으며 존재감을 키웠다. 2018년에는 3차례 임시회의를 통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대응방안을 논의한 뒤 “사법부의 신뢰 회복을 위해 의혹 조사 과정에서 확보된 문건의 원문을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해 11월 정기회의에서는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해 “징계 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그 뒤로는 법관회의가 사법부를 겨냥한 의혹을 정면으로 다루는 사례가 드물었다. 특히 매년 2회 열리는 정기회의가 아닌 임시회의(구성원 5분의 1 이상 찬성으로 개최)를 따로 소집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 이번 회의 개최는 사법부 구성원들이 이 후보 판결 후폭풍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법조계에선 법관회의가 ‘대법원장 규탄’ 등 강도 높은 비판을 내기는 어렵다고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참석 법관 과반이 찬성 의견을 내야 안건을 의결할 수 있는데, 임시회의 개최 여부를 정하는 단계에서 이미 반대가 찬성을 압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회의 소집을 요청한 판사들이 언급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 권고’ 등은 수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일단 회의를 소집했다면 최소한 대법원이 무리한 속도로 판결을 했다는 점에 대한 우려는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주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낳을 수도 있다는 점에 부담을 느껴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법관회의가 사법부를 둘러싼 논란을 논의하고도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입장 표명까지 이어지지 못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법관회의는 2020년 12월 정기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불거진 ‘판사 사찰 의혹’ 대응방안 등을 안건으로 채택했지만 “법관회의 의결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입장 표명 안건이 부결됐다.

일부 안건을 의결한다고 해도 ‘사법부에 대한 논란은 사법부에서 해소하겠다’는 회의의 취지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부장판사는 “대표회의가 처음 상설화됐을 때는 나름대로 권위 있는 기구였지만, 지금은 예전같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이번 회의에서 안건이 의결돼도 얼마나 파급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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