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외쳤지만…큰그림 안 보인 李, 청년층에 쏠린 金 [대선공약 검증]

2025-05-14

21대 대선 후보들이 연금개혁 방안을 주요 공약으로 내놨다. 지난 3월 모수개혁(보험료·소득대체율 조정)에 성공했지만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공약에 담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연금개혁 지속 추진'을,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청년 안심 2차 개혁'을,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신·구 연금 분리를 내세웠다. 김문수·이준석 후보 공약은 구조개혁 안이다.

이재명 후보는 기초연금 부부 삭감 완화, 소득 있는 연금수급자 삭감 완화 등 세부 정책에 집중한다. 구조개혁과 관련해서는 "지속 추진"이라고 원론적 수준의 언급에 그쳤다. 2022년 대선과 비슷한 기조다. 이 후보는 현재 가동 중인 국회 연금특위 논의와 연계해서 '기초-국민-퇴직연금'의 다층체계 구축이라는 구조개혁 방침을 확대 공약집에 담을 것으로 보인다.

모수개혁 이은 세부정책 낸 이재명

대신 종전부터 관심을 표해 온 세부 과제에 집중했다. 월 309만원 넘는 소득이 있으면 국민연금을 최대 절반 깎는데 이를 개선하기로 약속했다. 지난해 말 약 14만명이 1인당 월평균 약 19만원 삭감된다. 고령자 근로 의욕을 꺾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군복무기간의 12개월만 연금 가입 기간에 얹어주는데 이를 전 복무 기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두 공약은 이견이 그리 크지 않다.

기초연금 부부 삭감 완화는 좀 따져봐야 한다. 현재 부부가 받으면 20% 깎는데, 이를 줄이거나 없앤다는 것이다. 1월 기준 681만명 수급자 중 256만명(37.6%)이 감액된다. 이걸 없애면 연 2조1000억원이 필요하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이 후보가 지난 3월 모수개혁으로 연금개혁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보고, 기초연금을 좀 만져서 보완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부부 삭감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기초수급자의 생계급여도 2인 가구 최고액(125만 8451원)이 1인 가구(76만 5444원)의 두 배가 아니라 82%이다. 부부 생활비가 두 배 든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5년 1~5차 재정재계산 때 전문가들이 논의한 적이 거의 없다. 기초연금은 세금으로 운영한다. 세금으로 하는 나라는 대체로 감액한다. 영국·네덜란드·호주·뉴질랜드는 우리보다 더 많이(23.94~34.5%) 깎고, 스웨덴·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6.9~10.7%)는 적게 깎는다. 보험료를 내는 일본은 감액이 없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현재 20% 삭감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18세 생애 첫 연금보험료 지원 공약도 논란이다. 이렇게 내주면 나중에 안 낸 보험료를 추후납부(추납)할 길이 열린다. 또 장애·유족연금 대상이 된다. 가입 기간을 늘려 노후연금을 늘리는 효과를 낸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가 2018년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하다 당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회보장 근본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대하면서 좌초됐다. 오건호 위원장은 "연금이란 게 소득이 있을 때 가입하는 것"이라며 "취지는 이해하지만 제도를 활용한 편법이다. 제대로 홍보해서 가입을 유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성실 납부를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청년안심 연금개혁' 미는 김문수

김문수 후보는 "미래세대가 국민연금 못 받을 걱정 없는 연금재정을 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청년안심 2차 개혁'이라고 명명했다. 김 후보는 지난달 중순 "(3월 모수개혁이)청년에 부담을 떠안긴 개악"이라고 비난했는데, 그런 문제의식을 공약에 담았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이재명 후보의 추상적인 '지속 추진'보다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내세운 김 후보의 공약이 좀 더 구체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후보 공약은 3월 모수개혁이 청년에게 불리하다는 편향된 전제를 깔고 있다. 올린 보험료가 젊은 세대에게 불리하게 보일 수 있지만 올린 소득대체율은 유리하게 작용한다. 출산·군 크레디트를 확대한 점도 청년에게 유리하다. 다만 김 후보가 '청년 안심 개혁'을 강조한 것은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뜻하는 듯하다.

이를 위한 게 자동조정장치(인구·수명 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연금 감액) 도입 공약이다. 기금 고갈 시기를 3~14년 더 늦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국이 시행한다. 그래도 반대가 만만찮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초저출산으로 생산인구가 급격하게 주는데 자동장치로 연금액을 깎게 되면 인하 폭이 너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연금이 안정된 선진국과 액수가 많지 않은 한국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신·구 연금 분리 내세운 이준석

김 후보는 청년의 연금개혁 참여 확대를 공약했다. 김설 위원장은 "젊은 층이 처음부터 참여할 수 있게 길을 여는 건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의 신·구 연금 분리는 지난해 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안한 안이다. 개혁 시점 이전의 문제투성이를 떼내고,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자는 것인데 장벽이 만만찮다. 구연금의 막대한 부채(2231조원, KDI는 609조원으로 추산)를 예산으로 메워야 한다. 소득대체율 40%일 때 신연금의 보험료율을 15.5%로 올려야 한다. 이준석 후보는 자동조정장치를 조기에 시행해 연금지급 증가 속도를 억제해 국고 투입을 최소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김상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연금 분리는 이행 경비가 너무 크다. 그 정도 돈을 들여 신연금을 도입하느니 현 제도를 개혁하는 데 쓰는 게 돈이 덜 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행 경비도 결국 젊은 세대가 물게 될 텐데, 젊은 세대를 위한 정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에스더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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