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이 곧 무기가 되는 시대입니다. 대한민국의 식품 영토를 확장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K푸드 수출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지난 27일 취임 100일을 맞은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서울 서초구 aT센터 집무실에서 가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4선 의원 출신으로 오랜 기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활동한 홍 사장은 “자동차나 IT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며 농어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홍 사장은 취임 직후 ‘기후변화 대응 수급 태스크포스(TF)’부터 추진하기 시작했다. 올여름 유례없는 폭염으로 채소류 물가가 들썩이는 ‘히트플레이션’(열+인플레이션)이 전 세계를 덮치는 등 이상기후를 서둘러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올해 대파·사과·배추 등 물가가 크게 올랐는데, 가장 큰 원인은 기후변화”라며 “코로나19는 백신이라도 있었지만, 기후변화는 당장 대비하지 않으면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홍 사장은 이상기후에도 견딜 수 있는 신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전국에 저온창고를 만들어 안정적인 공급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강원도엔 배추 저온창고를, 남해엔 파프리카 저온창고를 만들어 최대 3년까지 보관해 기후변화에 따라 수급 조절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관련해 올해 8000억~1조원 가량의 예산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윈윈’할 수 있도록 복잡한 농산물 유통 구조를 줄여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그는 “현재 5~6단계의 유통단계를 2~3단계로 줄여야 한다”며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을 활성화하고, 지역별 직거래 장터를 활성화해 농민이 직접 수요자와 만나 정성 들여 키운 작물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진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선 강하게 비판했다. 쌀이 초과 생산되거나 쌀값이 급락한 경우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자칫 과잉 생산과 쌀값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 사장은 21대 국회 농해수위에서도 법안 저지에 나선 바 있다. 홍 사장은 “안 그래도 쌀이 남아도는데, 국가가 재고를 사들이도록 의무화하면 생산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식량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홍 사장은 주곡을 기존 쌀에 밀·콩·옥수수·보리까지 추가해 ‘5곡 육성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홍 사장은 “주곡 다각화는 기후변화와 기후플레이션으로 인한 식량수급 불안정을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의 생종권을 보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특히 쌀 중심 재배에서 벗어나 타작물을 재배하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 농식품 수출 목표로 홍 사장은 150억 달러를 제시했다. 올해 목표(135억 달러) 대비 15% 늘어난 수치다. 그는 “신흥 유망 3대 신시장인 중동·중남미·인도 시장을 지속적으로 개척하고,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수출국 진출도 확대할 계획”이라며 “해외 식품제도와 무역장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통상환경을 모니터링해 수출기업이 현지에서 겪는 수출 걸림돌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농민들에게 무이자 생산비 융자 지원, 유통비 지원 확대 등 정책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aT는 오는 29일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과 함께 ‘기후변화 대응 농산물 수급안정 방안’ 모색 공청회를 열어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