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무역정책 거센 파고]
한인 의류·가구업체, 거래처 베트남 등 이전
중국산은 1년치까지 선주문 재고 물량 확보
멕시코 한국기업 130여개 직격탄 맞을 수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초강경 관세 카드로 한인업계와 한국기업 모두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중 수입품에 60%의 ‘폭탄 관세’에 이어 지난 25일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1월 20일 멕시코·캐나다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 생산 비중이 높은 한인 의류업계에 대중 고율 관세는 사실상 직격탄이다. 업계에서는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다른 나라로 생산지 이전을 고려하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일부 의류 업체는 이미 올해 초부터 발 빠르게 거래처를 중국에서 베트남, 인도네시아, 과테말라 등으로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창근 엣지마인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의류 부문은 중국 관세가 낮았다.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실질적인 관세 시행이 나와봐야 알 것”이라며 “중국에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로 많이 이전하고 있지만, 원사, 원단 같은 원부자재 경우 중국 의존도가 높다”고 말했다.
한인 의류 업체 중에는 수개월에서 최대 1년간 판매할 제품을 선주문해 최대한 재고를 쌓는 업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대중 무역 전쟁에 대비해 중국산 제품 구매를 선점하는 것은 트럼프 1기 관세 전쟁을 겪은 경험이 있어서다. 2018년 트럼프 1기 정부가 대중 관세를 25% 부과할 때도 기업들은 고율 관세 시행되기 전 급히 중국산 제품을 사재기했다.
영국 컨테이너물동량 집계기관인 CTS에 따르면 2분기 컨테이너선 수요가 특히 강했다. 대중관세 도입과 동부 해안 부두 파업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수입업체들이 상품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7월 LA항과 롱비치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인 것도 이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체들의 선주문 폭주로 물류량이 급증하면서 물류비도 다시 오르고 있다. 팬데믹 때 컨테이너당 1만 달러를 초과했던 물류비가 서서히 안정세를 찾으며 1000~2000달러 수준으로 내렸다가 올봄부터 다시 오르면서 현재 컨테이너당 4000달러 이상이다.
노상일 NGL 트랜스포테이션 대표는 “서부지역에 물류가 몰리며 전년 대비 1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한인가구 업계도 트럼프 1기 정부 때 대중 관세 25%를 겪으면서 지난 6~7년 사이 생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으로 다각화했다.
션 이 에이스가구 대표는 “지난 10~20년 동안 중국 생산지에서 기술력이 축적되면서 현재 고급 가구브랜드제품은 중국산이 많다”며 “대중 고율 관세 부과로 한인 가구업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에 이어 고율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멕시코·캐나다는 2020년 미국과 관세를 없애는 무역협정(USMCA)을 맺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과 가깝고 인건비가 저렴하고 무관세 혜택이 있어 북미 수출용 제품의 주요 생산 거점으로서 멕시코 진출을 늘려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멕시코에 진출한 주요 기업은 LG전자, LS전선, 기아, 롯데 케미칼, 삼성전자, 포스코 인터내셔널,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효성 등 130여 개국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25% 관세 부과로 USMCA가 무력화하면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특히 자동차·전자제품 등의 제조 공장들이 멕시코에 집중돼 있다.
기아는 2016년 준공한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에서 연간 25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이 중 15만 대가량은 미국 수출용인데, 관세 부과 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은영 기자 lee.eunyoung6@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