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입화장품 시장서 中 점유율 5위…관세 강화 시 타격 불가피
중국 사업 확장해온 코스맥스, 내수 부진에 관세까지 불확실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對)중국 강경책이 국내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 코스맥스의 중국 사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내수 침체 장기화로 코스맥스의 중국 법인이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미국 정부의 관세 인상에 따른 수출 물량 감소, 가격 경쟁력 약화 등까지 더해지면서 성장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무역위원회(USITC) 데이터웹에 따르면 미국 수입화장품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올 9월 기준 8.7%로 5위인데 관세 정책이 강화할 경우 이마저도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그간 중국 사업을 확장해온 코스맥스가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코스맥스는 지난 2004년 국내 ODM 업체 최초로 중국에 진출해 지속적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해왔다.
특히 R&I센터를 통해 현지 고객사와 소비자들의 피부와 취향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며 중국 내 1위 화장품 ODM 기업으로 올라섰다.
현재 중국 내 7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 14억9000만개 화장품 생산능력을 무기로 약 1000곳의 현지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한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수준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코스맥스는 중국에 대한 투자를 계속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중국 상하이에 오는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코스맥스차이나 신사옥을 건립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신사옥은 상하이 내 신좡공업구 내 1만3000㎡(약 4000평) 크기 부지에 연면적 7만3000㎡(약 2만2000평) 규모다.
신좡공업구는 상하이의 대외개방 선행 행정구로 뷰티 기업은 물론 바이오 및 헬스케어 기업들까지 집결 중인 곳이다.
코스맥스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한곳에서 연구-생산-마케팅까지 화장품 ODM 사업의 모든 것이 가능한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문제는 중국 시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2017년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이후 한·중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설자리가 좁아졌다.
또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현지 로컬 브랜드들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중국 젊은층을 중심으로 궈차오(애국소비) 열풍에 중국 내수 부진 장기화까지 겹치면서 우리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스맥스의 중국 법인 실적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잘 드러난다.
코스맥스 중국 법인의 매출액은 2021년 6328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2년 5505억원, 2023년 5403억원 등 지속적으로 하락세다.
올 3분기 매출은 114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5% 감소했다. 현지 경기 부진으로 화장품 소매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의 관세 확대 정책까지 겹치며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업계 안팎에서는 코스맥스가 중국 사업을 포기 못하는 이유로 사업 철수나 축소가 어려운 중국 현지 특수성을 꼽고 있다.
중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의 경우 사업을 철수하거나 축소할 경우 투자금을 회수하기가 어렵다. 각종 규제가 많은 중국에서 큰 손실 없이 사업을 정리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중국의 특수성 때문에 철수 작업을 성공적으로 끝내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중국 현지 매수자를 찾는 것이 어렵고, 협상 과정에서 신뢰 부족으로 생기는 문제 때문에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최근 K뷰티 성장의 중심축이 중국을 벗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완전히 시장 트렌드에 역행하는 투자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벌어 들인 돈을 중국에서 쓸 수밖에 없다는 중국 사업의 특수성과 부채비율 및 자본잉여금 현황상 트럼프 시대에 맞춰 미국에 투자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보여진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코스맥스는 미국 정부의 관세 강화가 중국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코스맥스 해외 법인은 현지화 전략을 기조로 현지 고객사 대상 영업 및 현지 생산을 지향하고 있다”며 “중국 법인의 경우도 중국 로컬 기업을 중심으로 영업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고객사를 통해 생산하는 대부분의 물량이 현지에서 소비되고 있다”고 말했다.